앨범 발매 소식을 겸하여
매주 월요일에 연재하기로 한 글을 지난 2주간 연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주 차를 맞았습니다. 글의 소재가 우울증이니만큼 혹시나 걱정하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걱정하실만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말씀드립니다.
'ADHD인의 번아웃 우울증 극복기'는 제목과 내용 그대로 ADHD 진단을 받은 바 있는 제가 작년 4월 즈음 번아웃 우울증을 맞으면서 1년간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을 기록하는 연재물입니다. 애초에 연재를 시작한 날짜가 발병으로부터 거의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고 연재 속도 또한 느리다 보니 연재 내용과 실제 사이에 시간차이가 좀 있습니다. 벌써 2024년 5월이 됐는데 연재 내용은 아직 작년인 2023년 6월 즈음에 머물러있습니다. 실제로는 그 사이 계속해서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고, 현재 시점에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중입니다.
연재 중에 차차 자세한 이야기를 기록하겠지만, 최근 3~4개월 간 몇 가지 큼직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겠네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적자면, 퇴사, 상담치료, 몇 권의 책들, 그리고 앨범 발매입니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면서도 매우 긴밀하게 연관된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1년에 걸친 고민 끝에 지난 2월에 제가 다니던 회사 측에 퇴사 의사를 밝히고 사실상 지난 4월 초에 퇴사했습니다. '사실상'이라고 적은 이유는 행정적으로는 아직 재직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고민의 과정이 아마 언젠가 연재물의 한편을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퇴사 후 당분간은 다른 회사로 적을 옮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프리랜서로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쓰는 것으로 포함하여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상담치료는 처음 발병한 작년 봄에 한차례 받고, 한동안 받지 않다가 올해 2월부터 3개월 넘게 다시 진행 중입니다. 이 역시 연재물의 한편, 또는 그 이상으로 자세한 내용을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있는데 그중에는 기분전환을 위한 소설도 있고 에세이도 있고 하지만 약간은 영적인 내용을 다룬 책들 몇 권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들에 대해서도, 한편에 모아서이든 각각에 대해서이든 연재 중에 내용을 남길 생각입니다.
이 것들이 서로 연관된 결과가, 아마도 원래 저를 알고 있던 분이 아니라 브런치를 통해서 처음 아시게 된 분들께는 다소 생뚱맞게 보일 수 있겠지만, 앨범 발매입니다. 그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금 자세히 써두고 싶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에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대 초반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업으로 삼았었습니다. 어찌 보면 꿈을 이룬 거지만 생계유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 만만찮던 생계유지를 비롯한 몇 가지 부가적 이유로 음악을 그만두었습니다. 음악을 그만둔 후로는, 취미로라도 음악 창작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소위 '담을 쌓았다'라고 할만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작년 상담치료 과정에서, 제가 음악을 그만 두면서의 감정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많은 앙금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음악장비를 조금씩 갖추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 만에 음악을 다시 만드는 것은 우울증의 호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3곡이 완성됐고, 원래 음악을 했던 적이 있으니 이 곡들을 음원서비스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하는 데에 어떤 절차가 필요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취미로 그치지 않고 음원서비스에 등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을 마친 것을 보통은 '앨범을 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총 3곡짜리 미니앨범, 조금 격식을 차린 표현으로는 EP를 발매했습니다.
솔로음반은 아니고, 아내와 함께 듀엣그룹을 만들었습니다. 그룹의 이름은 니들스(The Needles)입니다. '바늘들'이라는 뜻일 텐데요, 연재글을 읽으시던 분들은 쉽게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코바늘 뜨개질을 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음악작업을 아내와 함께 하다가, 부부 듀엣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름을 정하려고 생각하다 보니, 아내는 치앙마이 바느질을 취미로 하고 저는 코바늘 뜨개질을 취미로 한다는 점이 생각나서 지은 이름입니다. 이번에 발매된 3곡이 이 연재물의 소재인 저의 번아웃 우울증과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보니, 그룹이름에 바늘을 넣은 것은 저에게 여러 가지로 좋은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울증이 상당히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참 미묘하게도, 이 정도면 나았다 싶을 때 즈음이면 슬럼프가 다시 한번 찾아오곤 합니다. 이번 연재 지연도 그 영향 아래 있습니다. 퇴사를 결정하면서도 크게 호전됐고, 상담 치료 과정에서도 증상이 많이 줄어들었고, 최근 읽은 책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앨범이 발매되면서도 자신감을 회복했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무기력감이 찾아오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시기가 오곤 합니다. 실은 지금도 조금 그랬습니다. 그래서 연재를 잇지 못하고, 그냥 지금 시점에서 독자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을 남깁니다.
앨범의 각 곡에 대한 소개도 연재 과정에서 더 자세히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관심 있으실 분들을 위해 이번에 발매된 곡들을 들으실 수 있는 링크를 남겨둡니다.
니들스(The Needles) 첫 번째 EP 'Burnout'
애플뮤직 : https://music.apple.com/US/album/1741461957?ls=1
멜론 :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1469342&snsGate=Y
유튜브뮤직 :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phT6rSygAgPYxSLwYy-VeVjmuYwISkBw
그 밖의 음원서비스 링크는 아래 사이트에 모아두었습니다.
https://linksalad.net/vHQpJpkPaz
아래 링크에서는 타이틀곡인 'Burnout'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되도록 3곡 다 들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ZaMkZNSkI1s
그럼 다시 힘을 내서 연재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