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은 없다
마음에 담긴 날들이 있다. 그녀와 나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고여져 있었다.
누군가에겐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쾌쾌한 기억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그랬던 어느 날 중 하나로 남겨있었다.
그냥 흘러갈 뻔한 일이었다. 또 다른 3자가 되짚어주지 않았다면.
- S가 그러더라. 그때 너한테 상처 많이 받았다고.
흐릿한 그날의 온도, 감정들이 모두 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지 않았던가.
지금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남아있는 거라고. 실제와 다르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들 그리고 떠난 사람들을 그려보게 된다.
진짜 나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접힌 조각의 모퉁이에 남겨진 나의 시간.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었던가.
진짜 시간이란 건 존재하는 걸까.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다듬어진 기억들이 진짜 나의 시간을 말해줄 수 있을까.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시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사라지는 걸까.
아련하기도, 아리기도 한 그 시간들은 모두 어디에 모여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지금도 모두에게 다르게 남겨질 이 시간의 감정, 냄새, 온도를.
나의 시간은 여전히 존재하며 동시에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