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riaMJ Mar 22. 2021

내 이름은 빨강

Quizas, quizas, quizas

투우장의 소는 사실 색맹이라 깃발의 붉은색이

아니라 깃발의 움직임을 따라 흥분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깃발이 붉은색인 이유는 빨강을 보고 텐션이 올라가는 인간ㅡ관중 때문이다.


나는 빨강을 좋아한다.

굳이 색을 골라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빨간색을 택하는 편이다.

페이버릿 네일칼라는 단연 레드

버건디 체리 와인 핏빛레드 등ㅡ

잘 바르지도 못하면서 레드 립스틱이 꽤 여럿 있는데 핏빛 레드립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날을 그리며

때로 연습하지만 자신이 없다.아직.


레드립은 어렵다.

고르게 바르기도 지워지지 않게 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선명하기가 어렵고 또

선명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것이다.


인생에 대한 스탠스도 그렇게 선명성을

고수하기가 어렵다. 한없이 동기부여를 히다가도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사는것.

오늘은 빨강이지만 내일은 그레이.


쨍하게 빨갛다가, 차라리 부서지는걸 택하는게

나의 방식이라 믿었는데..

지금 나의 방식은 perhaps.

아마도와 어쩌면들로 가득찬 일상.

그래서 더 빨강을 보면 울컥하는지도 모르겠다.


Quizas, quizas, quizas

이 스페인어 노래를 처음 들었던건, 영화 화양연화.

몇번을 봐도 볼때마다 달라지는 이 영화는

선명한 상처와 애매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왜 하필 저 노래일까 궁금했는데 가사를 보면

수긍이간다.

아마도.아마도.아마도 밖에 없는 세상에서

선명한것을 좇는건 어리석은일일까.


좀 어리석고 싶은데..레드립을 바르고 나가지 못하겠는만큼이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손톱이 아니라

내 피를 내 가슴을 핏빛으로 물들이고싶다.


앙코르와트의 숨은 구멍에다

무언가를 토해내는 양조위를 그리는 화양연화의

엔딩씬..그녀의 귓가에 했어야 하는 말.

'아마도'가 선명해져도 이제 거기에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아서..그저 혼자 들을수밖에 없는 말.


quizas의 세계라지만

나의 빨강은 작은거라도 지금 여기에 있길.







이전 17화 차가운 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