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하기편 #3] 현장방문 2일 차 - 공유 오피스텔
자가격리 해제 다음 날 오후에 방 14개를 보고 왔지만 그중에 살만 한 방이 한 군데뿐이란 건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나마도 너무 좁아서 답답할 거 같고.
저녁부터 다시 부동산 체인 앱 리엔지아(链家)에서 폭풍 검색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검색 조건에 걸린 100여 개의 방을 하나하나 다 조회해보고 부동산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공유 오피스텔(共享公寓) 위주로 연락했다. 외국인 주숙 등기가 가능한지 사전에 물어보고 방문 약속을 잡았다. 자가격리 기간에는 눈팅밖에 못했지만 이제는 중국 휴대폰 번호가 생겨서 앱에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폭풍 같은 저녁을 보내고 다음 날을 맞았다. 그렇게 시작된 매물 현장방문 2일 차.
1. 러후 도시 청년 커뮤니티(乐乎城市青年社区) - 첫 번째 지점
가격: 저렴
위치: 적당
공과금: 적당
청년 숙소(青年宿舍)여서 그런지 멋진 공용공간이 있다. (난방은 안 하는지 싸늘했다.) 같은 건물에 헬스장이 있어서 운동하기 좋다.
이전에는 커뮤니티 활동을 했는데 관리인 한 분이 관리하시다 보니 여력이 없어서 요즘은 안 하신다고. 그래도 공용공간이 있어 친화력을 발휘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을 느낌이다.
이전에는 출입카드가 없으면 청년 숙소(青年宿舍)가 사용하는 층 출입 자체가 불가하도록 유리문이 있었는데 배달음식 시켜먹기 불편하대서 없앴단다. 그래도 단지(小区)가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집세 영수증 발행(发票)도 가능.
1) 열다섯 번째 방
30m2인데 어제 본 37m2 방이랑 큰 차이가 없는 느낌. 앱에서 적힌 면적이 27-30m2이었지만 사진상 방 크기가 그렇게 작아 보이지는 않아 연락했는데 실평수가 좀 큰가 보다.
가구는 깔끔한데 수납공간이 부족하고, 좀 답답한 느낌이 있다. 냉장고도 작다. 중앙냉방/난방인 점도 살짝 불편할 거 같다. 지금은 볼 수 있는 방이 북향밖에 없지만 다음 주면 남향 방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북향에서 먼저 살다가 남향 방이 나오면 옮길 수(换房) 있다고.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청년 숙소의 큰 장점이다.
근처에 상가와 식당가가 있어서 주말에 귀찮으면 동네에서 해결 가능하고, 지하철역 도보 5분. 아쉽게도 더 큰 방은 없다는데 어제 본 건물보다는 좀 더 살만 한 느낌. 공과금도 전기세 1도에 8마오(134원), 수도세는 1톤에 5위안(840원)으로 수도세만 그 전날 본 건물보다 사알짝 비싼 정도지만 큰 차이 없다. 월세에 관리비, 인터넷비, 에어컨 중앙 냉방/난방비 모두 포함이니 공과금도 크게 나올 거 같진 않다. 보증금은 월세 1개월치, 월세는 3개월치를 한 번에 낸다(押一付三). 중국에서 일반적인 납부 구조다.
2. 러후 도시청년 커뮤니티(乐乎城市青年社区) - 두 번째 지점
가격: 저렴
위치: 조금 거리가 있으나 수용 가능한 정도
공과금: 매우 비쌈
남향 방을 원했던지라 첫 번째 지점 관리인분이 근처 다른 지점을 소개해줬다. 첫 번째 지점과 달리 커뮤니티 활동이 있다고 한다.
2) 열여섯, 일곱 번째 방
구조가 좀 특이하다. 옷 수납공간에 냉장고가...? 여기도 먼저 북향으로 입주했다가 남향 방이 나오면 변경(换房)이 가능하단다. 보러 다닌 방 중 가장 저렴한 방 중 하나.
첫 번째 지점과 동일하게 월세에 관리비, 인터넷비, 에어컨 중앙 냉방/난방비 포함이고 보증금은 월세 1개월치에 월세는 3개월치 한 번에 납부(押一付三). 다만 상업용(商业) 건물이라서 공과금이 역대급으로 비싸다. 전기세는 1도에 1.5위안(250원)으로 첫 번째 지점 대비 2배 정도이고, 수도세는 차가운 물이 1톤에 5위안(840원)으로 똑같지만 따뜻한 물은 40위안(6,700원)으로 8배 비싸다. 물론 1톤 기준이니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엄청 크지는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엄청 비싼 느낌.
바로 옆 건물에 호텔이 있어서 손님이 오면 머물기 좋고, 식당가와 스타벅스가 모두 근처에 있다.
3. 보위(泊寓) - 도시청년 집(城市青年家)
가격: 저렴, 적당, 비쌈 세 종류 모두 있음
위치: 적당
공과금: 매우 비쌈
지인분이 알려주셔서 찾아간 오피스텔.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 완커(万科)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도산 위험은 없다. (최근에 청년 숙소들이 도산해서 사람들이 거리로 내앉았다는 기사가 있단다.) 내가 방문할 당시에는 리엔지아 앱에 안 떴는데 그다음 주에는 뜨더라.
건물 전체가 보위 오피스텔이고, 1층 카운터에 직원이 밤 9시까지 있어 뭔가 고장 나면 해결하기 쉽다. 건물 엘리베이터도 카드가 있어야지만 탈 수 있다니 보안은 안심. 공유 오피스텔이다 보니 살다가 원하는 방으로 변경(换房)도 가능하다. 월세 영수증도 발행(发票) 가능. 쓰레기 버리는 곳이 외부라서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은 불편할 듯.
3) 열여덟 번째 방
세로로 길면서 복층인 특이한 구조. 침대가 좁은 2층에 있고 세탁기가 생뚱맞게 1층 큰 창문가에 있다. 작은 창문이 있어서 화장실 환기는 괜찮을 듯. 가격은 보러 다닌 방 중 러후와 함께 가장 저렴. 남향만 한해서 본다면 가장 저렴하다.
4) 열아홉 번째 방
2층 로프트인데 1층 층고가 높은 느낌이 없다. 2층에 침대와 드레스룸이 있다. 다만 드레스룸은 몸을 숙이고 들어가야 해서 살짝 불편할 듯. 가격은 무난한 수준.
5) 스물, 스물한 번째 방
방이 다 살짝 애매하다 싶었는데 이 방은 문 열자마자 공간감이 확!
드레스룸에 거울과 커튼까지! 거실 쪽 책상은 접이식 아일랜드 테이블이 안에 숨겨져 있다. 아니, 이런 디테일이라니?! 거실 옷장도 크기가 넉넉하고, 침대 앞에도 책상이 있어서 TV 설치 가능. 행거가 필요 없는 수납공간과 누구를 초대해도 충분한 소파 공간!! 보자마자 너무 맘에 들어서 내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지난번 중개인분에게 보낸 희망 구조도와 완벽하게 일치. 이런 방이 있다니. 역시 중국 1위 회사는 다르구나. 창 밖 풍경도 괜찮다. 직원이 남향 이랬는데 나침반 앱으로 재보니 동남향이다. 더 좋아!
신규 입주객은 500위안(8.4만 원) 쿠폰을 주는데 다음 달 월세 낼 때 쓸 수 있다고. 보증금은 월세 1달치, 월세는 매달 앱에서 내면 된다(押一付一). 월세에 관리비, 인터넷비 모두 포함. 다만 공과금은 무척 비싼 편이다. 전기세는 1도에 8마오(134원), 수도세는 차가운 물 1톤에 4.5위안(750원), 따뜻한 물 45위안(7,500원). 따뜻한 물 가격이 지금까지 본 건물 중 가장 비싸다. 그래도 러후랑 다르게 에어컨 개별 냉방/난방이라 더 편할 거 같다.
남향 방이 2개만 남아서 입주하고 싶으면 예약금 1,000위안(16.8만 원)을 내고 예약할 수 있단다.
방 자체도 너무 마음에 드는 데다 커뮤니티 활동까지 있다니 최적이다. 한국 패스트파이브에서 운영하는 라이프온투게더와 같은 방을 원했는데 이런 게 중국에도 있다니!! 조금 높은 가격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방이 빠지면 안 되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하기로 했다. 예약금은 알리페이 혹은 위챗페이로 내야 하는데, 위챗페이는 인증이 안 되어서 못 쓰고, 알리페이 잔액이 부족해서 직원분에게 현금을 드리고 이체받아 알리페이로 결제했다. 이런 것까지 알리페이를 쓰다니 신기하다.
호수를 결정해야 하는데, 방 볼 때 공사 소리는 안 들렸지만 건물 측면에 있는 공사장이 신경 쓰여 공사장과 거리가 더 먼 호수로 하기로 했다. 이 호수가 거실에 등이 하나 더 있어 좋기도 했고 옥상정원 가기도 좋으니까.
가오더 지도(高德地图)에서 찾은 지점 번호로 약속을 잡은 리엔지아(链家) 중개인분에게 상황을 말씀드리고 약속을 취소했다. 어제 만난 워아이워지아(我爱我家) 중개인분에게도 정말 죄송하지만 공유 오피스텔에 입주하겠다고 연락드렸다. 다음에 주변에 방 찾는 사람 있으면 중개인님을 꼭 소개해드리겠다고. 나를 위해 시간을 많이 써주셔서 이 분 통해 하고 싶었는데 보위 방이 너무 맘에 드는 걸 어떡해.
꺄- 이틀 동안 방 21개를 보고 드디어 맘에 드는 방을 찾았다!! 생각보다 빨리 구했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 놀아야지.
(하지만 이때까지 몰랐다... 이 선택이 불러올 후폭풍을.)
[집구하기편 #1] 랜선 매물 탐방
[집구하기편 #2] 현장 1일 차 - 일반 오피스텔
[집구하기편 #4] 평범하지 않은 집 입주 날
[집구하기편 #5] 그렇게 다시 새로 찾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