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테라피 1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이시형 엮음)
만약 늦은 밤 누군가 급박하게 전화를 한다면 쉽게 끊지 못할 일이다. 어쩌면 암흑 속을 계속 걸어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나나 너인지도 모르니까.
빅터 프랭클은 그의 책 'The Will to Meaning: Foundation and Applicationo of Logotherapy(삶의 의미를 찾아서, 이시형 역)'에서 치료의 수단으로써 로고테라피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에 앞서 존재론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쉽게 이야기해서 '테크닉' 대 '만남'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에 대한 두 가지 일화를 소개하는데 결국 어떤 만남이 인간의 주위에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이해된다.
강제 수용소에서 나는 자살한 여자의 시신을 본 적이 있다. 그녀의 유품 중에 그녀가 쓴 글이 적힌 종이가 있었다
"운명보다 더 강한 것은 그것을 견디는 용기이다."
이런 모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버렸다. 인간의 손길이 없으면 지혜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빅터 프랭클 저, 이시영 엮음)
그녀의 굳은 의지에도 수용소의 삶에서 만나는 인간관계는 삶의 희망을 끈을 놓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지가 되어준 누군가의 부재 소식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줄 사람이라도 한 명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빅터는 늦은 밤 자신에게 전화를 해야 했던 다른 여성의 일화에 대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그녀가 마음을 되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그녀가 나를 찾아왔을 때 제시했던 그 모든 문제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자살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단 하나의 이유는 내가 한밤중에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지 않고, 30분 동안이나 참을성 있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따라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삶의 의미를 찾아서, 빅터 프랭클 저, 이시영 엮음)
빅터 프랭클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법의 하나로 로고테라피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만남 속에서 발생하는 치유적 현상에 더 의미를 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신분석을 접근하는 것은 단순히 억압과 전이라는 틀 속에 상담자를 가두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는 로고테라피가 존재론적인 만남을 넘어서는 의미(로고스)를 추구하는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분석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같은 책 24page)
만약 늦은 밤 누군가 급박하게 전화를 한다면 쉽게 끊지 못할 일이다.
어쩌면 암흑 속을 계속 걸어야 할 존재론적 이유를 찾고 있는 나나 너인지도 모르니까.
박효신 노래 '별시'의 한 구절처럼 말이다.
불빛 하나 없는 길을 걷게 해 줄
기나긴 밤 쓰다 만 이 노래의
의미를 찾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