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의 종언

by Tess

여행하면서 가장 큰 수확이라하면, 나의 과거를 인정하고 포용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나는 수 많은 것들을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유산도 이혼도 …내가 섹스를 해서, 내가 결혼을 했어서 벌어진 일이야 하면서, 모든 일의 화살표를 나에게로 돌렸다(지금 쓰면서 생각해보면 이 또한 자아의 비대함인듯!)


이건 나에게 깊게 깊게 새겨진 패턴이다.


“내 탓이오“ 하면서 탓하는 것


모든 일의 원인을 나에게로 돌리는것


이러한 사고방식이 아주 오지게도 붙어있다.



그래서 이혼 후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결혼 생활 전체를 “잃어버린 시간” 취급하면서, 후회하고 자책을 하며 보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내 삶을 되찾을 수 있지?” 하면서 온갖 발악을 한 듯_


작년 이 맘때의 나는 내가 어딘가 고장나고 부러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공식적으로 망한 사람"이랄까? 나는 나를 그렇게 봤다.


15년간 한 사람에게만 매달리듯 사랑을 하고 관계를 맺었는데, 헤어지고 나니..


유산을 두 번 한 망가진 몸을 가진 여자, 경력단절이 된 여자, 잘사는 부모 때문에 오히려 자기로 살 지 못한 여자, 친구 하나 남지 않은 사람이라며 정말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듯 막막해했다. 그때는 모든 게 내 결함 같았다.


차라리 결혼을 안했으면… zero base에서 시작이라도 하지, 나는 이게 무슨 마이너스란 말인가?! 하면서 나의 과거 전부를 부정했다. 이런식으로 사고하고 나를 바라보면 나의 삶은 필연적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된다.



그런데 이제 알겠더라.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내가 놓여진 상황에서 나는 정말로 모든 최선을 다했다.

내가 갈기갈기 찢기듯 아프고, 크로아티아까지 와서도 틈만 나면 우는게…

비행기고, 버스고, 페리고 온갖 운송수단에서 혼자 되기만 하면 우는 것이 그 증거다.



내가 그만큼 나를 던져서라고, 사랑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나는 그 속에서 살아남기위해 정말 안간힘을 다 했다.

그러니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망가진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버텨낸 생존자다.



이걸 보고나니, 그게 그렇게 짠하더라.

나의 그 애씀이_

그 최선조차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나를 인정하기는 커녕 오지게 탓하고 미워하고 ‘니 탓이야’하면서 용서하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하면서 원인을 찾으려 과거를 파고 또 파고, 그러면서 나를 벌주고 또 줬다.



이제 내 탓은 그만하련다.

시발 이게 왜 내 탓인가?

유산이, 이혼이, 이런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것이 어째서 내 탓인가?

이렇게 일어난 일 들 중에 내가 의도를 갖고 선택을 내린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뿐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내 존재에 대한 인정과 사랑이다. 그걸 받기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애를 썼다.

그게 죄라면, 그건 나만의 죄가 아니라 인간 모두의 본능일 뿐이다.


이제 저런 마조히즘적인 패턴에서 벗어난다. ‘내 탓이오’하면서 원점회귀하는 나는 없다.

나의 저 커다란 결핍과 구멍은 내가 책임지며 갖고갈 것이다.

이를 다른 누구, 특히 부모에게서 ’채워죠‘하면서 바라지 않으련다.



나는 나의 가장 큰 서포터가 된다.

이제는 나를 대신 벌주는 사람도, 나를 심판하는 사람도 없다.

자 이제 봐라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지랴.


이건 오로지 내 인생이며 나만의 서사다.




돌아보면, 이 글은 그냥 다짐이 아니라 선언이다.


정신분석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오래도록 나를 벌주던 ‘초자아’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다시 주체로 세우고 있다. 그동안 나는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심판해왔다. 유산도, 이혼도, 부모 밑에서의 삶도 모두 ‘내 잘못’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은 내 의도로 선택한 일이 아니었고, 그저 나는 사랑받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것을.

결핍과 상처는 내가 안고 갈 몫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벌줄 이유가 아니라, 내가 나를 지지해야 할 이유다.


이 글은 그 선언이다. ‘내탓이오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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