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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니스트조현영 Jan 09. 2025

숨쉬고 싶을 때 만나는 음악과 그림

마르퀴즈와 소로야

클래식이지만 클래식 같지 않은 단존!


 클래식이지만 전혀 클래식 같지 않고 엉덩이를 실룩실룩 하게 만드는 음악 마르퀴즈의 단존! 처음엔 아주 느리고 애절해서 우울한 음악인 듯한데, 슬슬 빠르기가 바뀌면서 리듬도 강렬해지고 반전의 후반부가 등장한다. 듣는 내내 어깨춤을 추게 될 이 곡은 현존하는 멕시코의 작곡자 아르투로 마르퀴즈.(Arturo Marquez, 1950-현재)의 작품이다. 생소한 작곡가 마르퀴즈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게 한 곡이 바로 단존 (Danzon)인데, 어린 시절 마리아치(Mariachi, 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은 소규모 밴드나 걸어다니면서 연주하는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멕시코 전통 음악을 말함) 연주자 아버지 덕분에 멕시코 전통의 음악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정통 클래식을 공부했지만 주로 영화음악과 춤곡을 작곡했다. 단존(Danzon)은 우리가 자주 들었던 '맘보'나 '차차차' 에 비해 낯선 음악 장르다. 하지만 단존도 쿠바의 춤곡으로 귀 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남미 사람들에겐 살아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와 같은 음악이다. 쿠바와 멕시코의 베라크루즈 지역 등에서 유행한 춤곡으로 기본적으로 2/4박자인데, 피는 못 속이듯 음악 안에서 남미 특유의 흥과 열정이 느껴진다. 


 작곡가 마르퀴즈는 어느 파티에 참가했다가 단존을 듣고 영감을 얻어서는 계속 이 단존 시리즈를 작곡했다. 쿠바에서 탄생하여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 전체로 퍼져 있는 단존은 아르투로 마르퀴즈에 의해 현재까지 20여 편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그중 2번이 제일 유명하다. 쿠바의 전통 춤곡에서 오는 독특한 변박(자꾸 변하는 박자)의 리듬과 애수를 띤 선율로 매력적인 악상을 만들어낸다. 1994년에 발표된 이 곡은 마르퀴즈가 딸 릴리에게 선물했다.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의 위촉에 의해 완성되어 멕시코시티에서 프란시스코 사빈의 지휘로 초연이 이루어졌는데, 실상 우리에게 알려진 건 베네수엘라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1981-  )의 연주 때문이다. 같은 남미 계열의 음악가라 그런지 유독 두다멜의 연주에 눈과 귀가 끌린다.




바다를 사랑한 화가 소로야

 

 바다를 사랑한 작곡가로 스메타나와 마르퀴즈를 소개했다면 이번엔 스페인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1863-1923)를 만날 차례다. 소로야의 그림은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구 정화가 될 만큼 색감이 선명하고 살아있다. 흰 파도가 금방이라도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와 옷을 젖게 만들 것 같고, 푸른 하늘과 흰 옷을 입은 모녀의 모습에 한껏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얼마나 바다를 좋아했으면 매번 해변으로 가서 그림 그릴 생각만 했을까.


“언제나 발렌시아로 돌아갈 생각을 합니다. 그 해변으로 가 그림을 그릴 생각만 합니다. 발렌시아 해변이 바로 그림입니다.”

  

 소로야는 스페인 동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발렌시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와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페인 화가 중 한 명이다. 젊은 시절 로마와 파리에서 유학을 했지만, 결국은 고향인 발렌시아로 돌아와 부인과 함께 3명의 아이를 두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렸다. 보통의 화가들이 가정에 소홀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로야는 상당히 가정적이고 가족을 사랑하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화가다. 소로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누구든지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여름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느낀다. 해변에서 발가벗은 채로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의 그림 또한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며 함박 웃음을 짓는 모습에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화창한 하늘 아래 엄청나게 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돌진하는 파도에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분명 그림을 보는 것인데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사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초창기에는 고야의 영향을 받아 어둡고 슬픈 분위기를 많이 그렸지만 점점 빛의 효과를 중요시했던 프랑스 인상주의에 젖어 들다가 결국 자신만의 색채를 창조해냈다. 소로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빛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빨리 그려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진지한 작품 보다 선명한 빛을 주제로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기는 평안한 가족을 그린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든다. 소로야는 아이들도 사랑하지만 누구보다도 부인을 사랑한다며 원 없이 자신의 사랑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초상화 작가로도 큰 인기를 얻었기에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생전에 끊임없이 그림 주문이 들어와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한번 그림에 열중하면 마비 증상이 있을 때까지 집중했다는 그는 안타깝게도 1920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3년 간의 투병 생활을 하고 삶을 마감했다. 소로야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마드리드의 집은 현재 소로야박물관으로 변화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그의 고향 발렌시아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기차역이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소로야 역에서 기차를 타고 발렌시아를 여행하고픈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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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_1ynC1RB3kY?si=REjDqBxMDSKpMDoT

Gustavo Dudamel - Márquez: Danzón No. 2 (Orquesta Sinfónica Simón Bolívar, BBC Proms)

마르퀴즈-단존 2지휘-구스타보 두다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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