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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Jun 26. 2024

나를 위한 걸까, 타인을 위한 걸까

배려와 오지랖의 차이

동호회 분 중에서 친해지고 싶은 분께 연락을 드려 함께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던 날이었다. 나보다 3-4살 어린 그녀는 외적이나 내적이나 성숙한 부분이 많아 보이는 분이었다. 단순히 테니스 얘기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현재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사, 사람을 볼 때 먼저 보는 것들 등 궁금해하는 분야가 비슷한 사람이었다. 엠비티아이를 좋아하는 이 분은 남다른 분석을 보였고, 나의 성향을 잘 간파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며 알아가고 싶은 사람 같아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엔.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생각보다 낯가리지 않았고, 대화도 끊이지 않았다. 정직하고 솔직한 대화를 원했던 우리는 갖고 있던 고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녀는 고민과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살면서 소외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신념이 있었고, 그 부분이 당시 연인과의 싸움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를 터놓았다. 같은 문제로 싸움이 반복되어 자신의 배려를 100이라 했을 때 50으로까지 낮춰보았지만, 결국 상대는 이해하지 못해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하였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게 자칫하면 누군가에겐 여지를 주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라는 피드백을 받아 스스로 고치려 노력 중이라고 하였다.


지나친 배려는 독립적일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 있다.

배려심 많은 그녀의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고 조심스레 나의 입장을 얘기했다. 사실 살면서 교통사고와 같이 위험천만한 순간이나 생사가 오고가는 그런 위기는 몇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사소한 배려는 남에게 친절로 보이며 자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통해 사람들은 작은 성취감을 느껴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타인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타인의 성취감이나 인정,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 한 육아 전문가의 말씀처럼 아이가 자장면을 못 비벼서 그걸 일일이 부모가 다 비벼준다면, 아이를 도와주고자 한 부모는 결국 스스로 면을 비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격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 또한 각박한 세상 속에서 주변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고 본다. 어찌 보면 오지랖, 어찌 보면 배려일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더불어가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내가 가깝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그 배려를 불편해 하거나, 삶을 지속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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