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기 반장 May 15. 2024

책 쓰기 12. 맨날 을로 살던 내가 갑이라니

※ 지난 시간 미션 점검! 나만의 투고 메일을 작성해 보았는가? 혹시 몇 군데에 투고했고 몇 군데에서 회신이 왔는가?


앞서 책 쓰기 7단계에서 2019년 10월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무려 7군데 출판사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중 <90년생이 온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등으로 핫했던 출판사인 '웨일북'과 계약했다. 


계약할 때 가장 궁금한 부분이 바로 인세일 것이다. 책을 내면 굉장히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것처럼 착각을 하는데 희망고문을 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알려주겠다. 


나는 투고 메일에 긍정적으로 회신이 온 7군데 중 5군데 출판사와 실제로 미팅을 했다. 출판사마다 제시하는 인세가 8~10%로 다양했다. 내가 아직 대형 작가가 되어보지 못해서 그들이 누리는 특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초보 작가나 출간 작가나 인세는 10%에서 만난다고 보면 된다. 


책 판매 금액의 10%를 작가가 가져가는 것이다. 보통 책 값이 15,000원이라고 치고 세금을 떼면 1부 팔릴 때마다 작가는 1,000원 남짓한 수입이 생긴다. 1,000부 팔면 작가 수입은 1백만 원이다. 1백만 베스트셀러들이 존재했던 과거에는 1백만 부를 판매한 작가는 10억 원의 부를 얻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름 있는 작가도 초판인 2~3천 부를 전부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때 공영방송에서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출판 시장을 말려 죽이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정부의 정책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인세에 이어 또 하나 궁금한 부분은 계약금일 것이다. 계약금도 작가의 유명세에 따라, 또 출판사마다 상이하겠지만, 통상적으로 작가는 출판사와 계약서를 쓰면 100만 원의 계약금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100만 원의 계약금이 선인세라는 것이다.


선인세란 아직 판매가 되진 않았지만, 미리 당겨서 주는 인세를 뜻한다. 만일 초판을 3천 부 찍었다고 가정하자. 그중 3달 동안 2천 부가 팔렸다면 작가에게 지급될 인세는 10%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200만 원이다. 그런데 이미 계약 때 출판사는 100만 원을 선인세로 지급했으므로 2천 부 판매에 대한 인세는 100만 원만 지급하는 것이다.


계약 시 정산 주기도 출판사마다 분기, 반기, 연간 등으로 다르니 잘 살펴보길 바란다. 맨날 을로만 살다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갑의 계약서를 쓰면 기분이 묘하다. 그렇다고 대단한 갑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책을 쓰고 나니 내 삶도 을에서 갑이 된 듯한 자신감이 차올랐다.


다음은 내가 처음으로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의 정식 출간 계약을 마치고 소회를 쓴 글을 가져왔다. 당시의 느낌을 좀 더 생생히 전달하고자 함이니 책을 쓰려는 여러분도 이런 감동을 하루빨리 느끼기를 응원한다.


'하나의 몸짓에서 하나의 눈짓으로'

2019년 10월 22일, 나의 로망이었던 서재가 생겼다. 아내의 배려로 작은 방에 있는 아이의 침대를 안방으로 옮기고 그곳에 책상을 놓았다. 기쁜 마음으로 그날 저녁 김난도 교수의 ‘2020 트렌드’ 강연에 다녀왔다. 여러 키워드가 있었는데 핵심은 밀레니얼 세대였다.

강연 내내 나는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90년생이 온다>의 돌풍 때문이었을까. 분명 80~90년대생을 아울러 밀레니얼 세대라 칭하는데 강연의 무게중심이 90년대생에 쏠려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80년대생을 대변하는 내용이 없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애초에 80년대생과 90년대생을 같은 세대로 분류한 데에 한계가 있었으리라. 물론 세대 담론의 일반화는 위험하지만, 그래도 중국처럼 10년 단위로 세대를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밀레니얼 세대 안에서도 늙은 밀레니얼인 80년대생은 찬밥 신세였으니까.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서재에서 생각에 잠겼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싶었고 널리 알리고 싶었다. 대한민국 80년대생, 즉 지금의 30대 직장인의 삶과 그 무게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자가 출판했던 <서른의 삶이 서른의 나에게 묻다>의 목차와 순서를 수정한 원고 <서른의 고민>을 출판사에 투고했다.

다음날 23일,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웨일북에서 내 원고에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90년생이 온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유명한 그 웨일북이라니! 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받은 예기치 못한 큰 선물이었다. 폭염과 사투를 벌이며 처음 원고를 집필했던 2018년 여름의 기억이 떠올랐다.

멋모르던 우리 초짜 부부는 당시 전원주택이라 쓰고 시골 농가라 불리는 집에 살면서 많은 대가를 치렀다. 게다가 2018년 1월에 출산한 첫 아이를 키우며 초짜 부부는 초짜 부모로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아내의 고생이 심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남편을 쉬게 해 주려고 아내는 자처하여 워킹맘이 되었다.

나는 낮에는 육아, 밤에는 집필에 매달렸다. 아내는 최대한 일찍 퇴근하여 내가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아내에게 미안해서라도 나는 이를 악물고 전투적으로 원고를 썼다. 펄펄 끓었던 한반도의 여름에 뒤질세라 내 안의 열정도 불타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같이 찾아온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드디어 집필을 마쳤다.

아내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아내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지희야, 사랑해. 아빠에게 삶의 기쁜 책임감을 선물해 주는 아이들에게도 참 고맙다. 선강아, 예안아 사랑해.

2018년 9월 17일에 난생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출판사에 투고했다. 하지만 출판의 결실로 이어지진 않았다. 고생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그로부터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원석으로만 남을 뻔했던 원고가 웨일북을 만나 보석으로 거듭났다. 웨일북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동안 무거웠던 마음을 털어내고 4월에 생일인 아내에게 때마침 최고의 선물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숙성된 김치가 맛있듯 글에도 숙성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부족함이 많은 내가 숙성되어 갈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준 가족들, 늘 함께 있어 준 친구들, 선한 영향력을 준 멘토와 직장 동료들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독자들과 교감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한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원고에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라는 이름을 불러주자 '꽃'이 되었다. 이제는 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따스히 내려앉아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길 기도한다.


오늘의 미션은 없다. 다만 책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음 주 수요일에는 열세 번째 단계, '글은 인간의 영역, 편집은 신의 영역'으로 만나요 :)



ⓒ 이학기 반장 / 참고 도서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다산북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이전 13화 책 쓰기 11. 출판사에 프러포즈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