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과 차이점
결혼을 잘 했다고 하는 사람과 후회하는 사람과 혼재된 사람이 있다. 직장도 잘 들어왔다고 하는 사람과 잘못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저그런 사람이 있다.
결혼(남녀 배우자)과 함께 채용(지원자와 고용자)이라는 선택의 문제는 인생에서 지대한 이슈다. 이런 선택의 과정과 원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를 것으로 본다.
만남에는 스치는 만남과 함께 하는 만남이 있다. 우리는 매일 거리에서 일터에서나 많은 사람들을 스치듯 만나게 된다. 아마도 콜센터 분들이 스치는 만남 1위 직업일 것이다.
함께 하는 만남은 일정 기간 꾸준히 보는 사이를 말한다. 가정, 직장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도 우리 일생에서 가정과 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직장인의 하루 일과 중 직장에 가고 일하고 돌아오는 시간이 최소한으로 보아도 평균 1/3이 넘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정말로 비중이 크고 지속적인 만남일수록 처음의 선택이 중요하다. 선택 이후에는 시간이 갈수록 그 선택의 댓가를 치르거나 누리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만남을 꼽으라면 가정의 시작인 배우자와의 결혼이고, 오래 일할수록 경력에서 비중이 커지는 직장을 선택하고 선택받는 행위인 채용일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 관한 사회심리학 연구들을 보면 흥미롭다. 가장 선도적인 모형을 제시한 우드리(J. Richard Udry)는 일찍이 「The Social Context of Marriage」라는 명저에서 결혼에 이르는 데에는 통상 6단계 필터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단,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있어야 하고(근접, propinquity), 볼수록 매력을 느껴야 한다(매력,attractiveness). 교육/직업/종교 등 사회적 배경이 비슷할수록 좋고(배경, social background), 비슷한 가치관과 입장을 가지고 있을수록 좋고(동의, consensus)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수록 좋다(보완, complementarity). 마지막으로, 결혼을 준비하고 식을 올릴 타이밍도 맞아야 한다(readiness for marraiage).
이 필터들을 직장 선택에 긍정적 버전으로 응용해 보자. 지역적으로나 네트워크적으로 가까운 직장들이 많이 있는 사람이 본인의 전공과 경험을 필요로 하면서도 조직문화가 좋은 회사를 물색하고 지원한다. 입사해서 일해보닌 알려진 내용과 실상이 잘 맞았고 내 전문성과 역할이 꼭 필요한 회사였다. 몇 년 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6개월 뒤, 전 그 직장이 인수합병을 거쳐 상장(IPO)을 해서 대박이 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렇게 물흐르듯이 시나리오가 흘러간다면 우리 인생은 참 쉽겠지만 재미도 없을 것이다. 6단계나 되는 필터를 다 통과하는 경우도 현실에서는 찾기가 너무 어렵다. 머스타인(Bernard I. Murstein)은 필터모형의 한계를 느끼고 단계모형인(state model)인 SVR(Stimulus Value Role: 계기/가치/역할) 모델을 제시했는데 더욱 심플하고 현실적이라고 본다.
일단, 만나고 사귀고 싶어지는 자극을 주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Stimulus). 계기는 본인에게 이상적인 외양이 될수도 있고 어떤 우연한 사건이 될수도 있고 관찰된 성격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반했어요. 심쿵했어요. 종소리가 났어요. 알아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상태가 자극이자 계기다.
그래서 만나서 대화도 나누어보고 여러 장면에서 파악도 해보면서 서로의 가치관(Value)를 알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치관이 잘 맞는 부분과 안 맞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서로의 주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떤 가치관이 잘 맞아서 좋지만 어떤 가치관은 상호보완적이라서 좋을 수 있다. 예컨데, 집순이 집돌이는 배낭돌이 배낭순이가 부담스럽지만 계획을 세워서 함께 할 수는 있다는 식이다.
마지막 단계인 역할은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정도에 달려 있다. 배우자 역할, 경제적 역할, 부모 역할, 상대방 가족에 대한 역할 등 다양한 역할 유형에서 역할 분담과 규칙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해진다. 예컨데, 외벌이와 맞벌이, 육아와 육아 분담, 시댁과 처가 관계, 여가와 여행 등등에 대해 공감대를 많이 가질수록 좋다. 물론 연예시절에는 다 맞춰줄 듯이 하다가 실제로 살아보면서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
직장도 마찬가지도 어떤 계기가 되어야 지원하고 입사도 한다. 어떤 사람은 너무도 가고 싶었던 회사에 적기에 합격을 해서 입사한다. 또 어떤 사람은 생계 위해 탐탁지 않지만 일단 입사부터 하고 본다. 이 둘은 시작부터 적잖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기업은 입사 전에 우리 회사에 대해 간접(견학, 설명회, 리얼 잡프리뷰 등) 또는 약한 직접 경험(아르바이트, 인턴십 등)의 기회를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입사 후 실제로 느끼는 가치와 그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은 겪어 보면서 나타나는 반응은 개인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특히 신규 직원이 처음 만난 선배 사원과 동료, 직속 상관이 중요하다. 모 기업의 경우 업무 능력이나 인성 측면에서 최고의 구성원을 선배사원(buddy)으로 선발해서 1~2년건 개별케어하도록 지원한다. 요즘 말하는 온보딩도 같은 맥락의 한 예가 되겠다.
가치관이 잘 맞고 조직문화에도 잘 적응하면서 일이 년 가량 지나면 어느 정도 정착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중요한 것이 적합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가는 것이다. 전공과 경력, 입사 지원 분야와 성장 비전을 종합하여 적합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과정, 기본교육과 직무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일의 분량와 비중을 적절히 관리해주어야 한다. 역할 단계는 입사 이후 퇴사할 때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결혼은 그 전에 많은 사귐과 나눔의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채용은 입사를 해봐야 관계가 본격화된다. 입사환영회를 결혼식처럼 착각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2024년 삼일절에 김현주
성과와역량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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