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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세라믹 Dec 21. 2024

제목 없음

브런치를 방문하면

브런치를 방문하면 종소리를 먼저 확인합니다. 

미미한 글에 안부를 전하시는 작가님들의 관심에 저만의 사심을 숨길 수 없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구독자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작가님들이 올리신 글을 우선 살펴봅니다.


낯설지 않은 필체와 

내내 고민하셨던 어려움이 아직도 문장에 남아 있는지

아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를 했는지

어려운 수술은 걱정 없이 마무리하셨는지

함께 약속한 배우자의 외도문제는 해결하셨는지. 

 

부끄러운 치부를 앙다물고 보여주신 이웃님의 슬픔은 위안이 되지 않고 같은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제 글에 안부를 전하시는 것처럼 저도 이웃하신 분들의 살림살이가 궁금해지거든요.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에세이에 올라온 작가님들의 글을 1시간 후부터 거꾸로 올려 읽기 시작합니다.

분초 단위의 글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많아서입니다.

새로 이웃하시는 분들과 건너마을에 오래된 이웃님들의 글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AI부터 시조를 작품으로 남겨주시는 작가님의 색다른 페이지를 어우를 수 없고 제가 편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제 마음이 모든 작가님의 글을 마음에 담을 수 없을 바에는 올려주신 시간을 1시간으로 정하고 읽어봅니다.


퇴고가 끝난 갓 지은 밥처럼 식탁에 올라온 글들을 두 번씩 반복해서 맛을 음미해 봅니다.

살림살이가 저와 비슷한 작가님들의 밥상에 우선 눈길이 머물다가 햇김치도 맛있고

나물도 생큼합니다 라고 말을 걸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것도 드셔 보십시오 하며 제집 앞에도 광주리를 하나 놓고 가십니다.

형제가 많은 집에는 큰소리가 들리고 맑은 소리가 담을 넘기도 하지만

수줍은 빛만 댓돌 위의 검정 고무신을 감싸고 있는 소리 없는 일속산방을 지나쳐 올 때도 있습니다.


고시공부하며 산방에 머물고 있는 벗을 찾아가는 길 끝에 문밖에서 헛기침을 살며시

하고 싶지만 내밀한 발검음 소리만 남기고 갈 때도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람 속에서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저처럼 작가님의 방에서도 

지우개똥 불어내는 소리가 들리겠지요.

곡진한 마음을 꾹꾹 눌러쓰다 슬픔 속에 더한 아픔이 들어갈 틈이 보여, 틈을 비집고 

고통스러움을 더할까 말까 고민하는 마음이 어룽져 커져만 갑니다.


아름다운 감성과 정연한 논리의 어휘를 마주하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봅니다.

고마운 마음과 부러움이 앞서는 것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단아한 이름씨 앞에 그림씨를 붙였다 떼었다 해보고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손가락 끝에 가져다 붙여 보면서 제 것인 양 뒤를 돌아봅니다.

저는 글의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씀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한 문장을 살피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이웃님들을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돼먹지 못한 낯가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브런치에 이사하고 짐정리를 마친 소회를 말씀드리려다가 말씀이 길어졌습니다.


지금은 브런치 문밖 여행 중이라 마을초입의 감나무가 그리워집니다. 이사 온 날 마을 대동제에 초대받아

못 추는 흥을 더하고 많이 취해 있다가 마을을 돌아보고 저를 다시 돌아보고 싶어서 출타 중입니다. 

십여 일 전의 일입니다 만 빨리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시 마음이 가는 이웃님과 어룽져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발걸음을 빨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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