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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바리의 변명

꼼바리 : 마음이 좁고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

by 아키세라믹


우리는 때로 물음표와 마침표를 구분하지 못한다.

물음표로 질문하지 못하고 마침표로 단정하는 것에는 민망한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앞세운다.


내가 변하는 것처럼 그도 변한다. 그의 변화는 느낌이고 나의 변화는 늘 생경한 침묵에 가깝다.

그렇게 뭉쳐 놓은 느낌과 침묵은 보란 듯이 섞이지 않는다.


나의 변화에는 애정이었다가 명징하지만 그의 변화에는 난망함을 감추지 못하는 몸 짓에 과감하다.

나의 변화는 곡진하고 그의 변화는 동티 나는 행위로 치부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섞이지 않는 것에서 나만 빼서 침묵하고 자랑스러워한다.

나의 침묵만 소중하고 그들의 느낌은 그들만의 가치로 치부한다.


너의 행동은 늘 사랑스러웠지만 나의 고집은 쉽게 변하는 여름처럼 여러 번 익숙하지 못했다.

우리 이제 그만 볼까? 보다 더한 말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미 꺼내 놓고 싶은 마음이라 목울대 아래에 버티고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담았는지 나에게 묻는다.


내가 받은 위무에는 넉넉했고 너에게 주는 찬탄에는 한없이 자그러운 소리만 했다. 참 못됐다 못됐어.

그 어렵기만 한 말을 목울대까지 밀어 올리는 자신감은 기시감으로 충만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 행위가 자신의 보잘것없는 무력감을 세우는데 진심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고

한없이 늦게 대면했다.


사랑을 그렇게 읽고 쓰는 사람은 행복할까?.

사랑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가슴에 작은 상자를 담아두고 넣어두고 쌓아두고 살까?.


높은 곳에 있는 것은 눈으로 꺼내고, 낮은 곳에 있는 것은 발걸음 소리로 꺼내고, 소리쳐 꺼내고, 몸무림 쳐 꺼내고, 먹먹한 마음을 티 내지 않고 꺼낼 수는 없었을까?


너의 것을 낮추고, 너의 소리를 듣고, 너를 소리쳐 부르고, 열없어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용서해라.

나는 오늘도 자신만의 맞춤법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나만의 문법에서 고통스럽다.


나는 언제나 말방말방한 길을 걸을까.

나는 언제나 사철제본으로 읽는 사람의 편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에움길을 걷는다.

그 길 위에 허리가 굽은 노인이 말없이 서 있다.


꼼바리의 변명은 끝이 없다.




명징하다 : 깨끗하고 맑다.

위무 : 불행한 사람이나 수고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어루만지어서 달램.

자그럽다 : 날카로운 소리가 신경을 자극하여 듣기에 거북하다.

열없다 : 겁이 많고 다부지지 못하다 / 겸연쩍고 쑥스럽다.

에움질 : 반듯하지 않고 굽어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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