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 차_아바나_3
오후에는 이곳을 더 둘러본 다음에 쿠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춤, 살사를 약 2시간 배우기로 되어 있다. 먼저 간 곳은 ‘산 프란시스꼬’ 광장이다. 아바나는 식민지 시대에 스페인으로 약탈한 물건이나 귀중품을 싣고 가기 전에 물건들을 모으거나 한번 정박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내디딘 이후 모든 물자나 사람은 이곳에 모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바나 항구와 바다가 인접해 있고 주로 예전에는 항구를 통해 무역이 이루어져 무역 광장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광장 주변에는 프란시스꼬 수도원과 성당과 상공회의소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스페인 식민시대에 건설되어 건물만 보면 여기가 마치 유럽의 어느 성당 주변을 갖다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스페인의 건축양식은 도시나 마을의 중심에 큰 성당을 짓고 그 앞에 커다란 광장을 조성한 형식이다. 쿠바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사람이 사는 도시의 중심에는 성당과 광장이 놓여 있다.
성당 옆에는 한 조각상이 있다. 그 조각상은 아바나에서 유명했던 '노숙인의 동상' 또는 '파리의 신사'라고 한다. 자신이 파리에서 왔다고 하면서 거리를 돌아다녔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 동상을 보니 턱수염과 한쪽 발이 유난히 반들거렸다. 사람들이 하도 만져 외형의 검은색과는 달리 닳아서 청동 빛깔이 난다. 그 이유는 수염을 한 손으로 만지고 발을 밟고 사진을 찍으면 행운이나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 가이드가 없이 왔다고 하면 이런 배경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다음은 아르마스 광장으로 갔다. 이곳에는 왜 이리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많은지. 1519년에 이곳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이 이곳에 총독 관저와 부관 관저를 지었다고 한다. 아르마스 광장은 군대의 광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스페인에서 쿠바를 다스리기 위해 도착해서 처음 만든 광장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아바나 항구 근처에 바로 위치해 있다. 관저는 역시 통치자의 저택답게 크고 웅장했다. 특이할 사항은 관저 앞의 보도블록이 돌이 아니라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마차가 굴러가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돌 대신에 나무로 작은 보도블록처럼 깔았을 정도이니 그 당시 총독의 위세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좀 더 왼쪽으로 가면 아바나 대성당이 있다. 아바나 대성당을 중심으로 광장이 있고 3면이 건물로 막혀있다. 자그마한 상가도 있고 그래픽 실험실이라 불리는 현대 쿠바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도 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지 못해 커피숍을 찾아가니 테이크 아웃 커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는 커피콩을 볶아서 직접 내려준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커피를 마실 여유도 없다. 일행 두 분(춤바람과 신나)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시차와 점심 식사 후의 식곤증으로 잠시 앉기만 해도 졸고 있다. 심지어는 대성당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한쪽에서 졸고 있었다.
이렇게 아바나 비헤하 지역과 오비스포 거리를 다 돌아다녔다. 올드카 이후부터는 이 지역을 다 걸어 다녔다. 작은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하늘을 보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건물들 사이는 보이는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내건 하얀 빨래들은 정겹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먼 이국땅에서 보는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재건축,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들이 흔히 볼 수 있다. 빠뜨리샤 가이드 말에 의하면 건물이 낡은 경우 리모델링을 하는 데 보통 시간이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그 건물을 보수하는 동안 아파트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여기 쿠바 시민들은 아파트로 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그 건물에 산다고 한다. 실제로 쿠바, 특히 아바나에서는 주택 문제가 심하다고 한다. 실제로 한 세대에 3대가 모여 사는 것이 흔하다고 한다. 결혼을 하더라도 오히려 주거 문제, 즉 살림집을 차릴 방을 먼저 걱정한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가 기다리던 살사댄스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아바나에서 살사를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한 ‘La Casa Del Son’이라는 곳이다. 입구가 커다란 나무로 되어 있는 곳을 들어가니 널찍한 입구와 그 뒤로 이어진 작은 통로가 보였다. 통로 옆 작은방에는 소규모로 살사를 배우는 교습소이고 입구에 넓은 곳은 단체가 배우는 곳 같다. 교습소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살사 아카데미라고 불러야 하는지 잘 구분이 안 간다. 여기에는 딱 보더라도 흥이 많아 넘쳐흐르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아주 끼가 넘치는 젊은 친구가 나서더니 우리에게 살사의 기본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남자는 자기 뒤로, 여자분들은 자기 앞쪽에 배치하더니 기본기를 알려준다. 살사는 스페인어로 ‘소금’을 뜻하는 ‘sal’과 소스를 뜻하는 ‘salsa’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살사는 전형적으로 라틴음악에 재즈와 미국적 음악 요소가 곁들여진 음악이다. 1940년대에서 생겨 195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인들에게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남자 강사는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라고 하면서 이게 살사의 모든 것이라고 한다. 난 어리둥절했다. 설마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이게 전부인가 했다. 살사는 4박자의 춤으로 원, 투, 쓰리에 맞추어 스텝을 세 번 움직이고 4번째 박자에는 한 번 쉬고, 다시 원, 투, 쓰리에 스텝을 움직이고 4번째에는 스텝을 한 번 쉬는 것이다. 이런 반복적인 것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남자의 첫 번째 스텝은 무조건 왼쪽부터, 반대로 여자는 오른쪽부터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한 개의 동작부터 우리는 차근차근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뒤로, 그리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약 1시간 동안 배웠다. 살사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오직 4박자만 기억하고 왼쪽부터라는 것만 기억하면 되는 춤이었다. 나 같은 몸치에게 배우기 딱 좋은 춤이었다. 잠시 이어진 것에는 여기에 리듬과 흥과 웨이브가 더해져야 한다.
이제는 강습생 앞에 쿠바 이성의 상대방이 배치되었다. 이제는 실전이다. 앞 상대방의 춤에 맞추어 추어야 한다. 내 앞에 선 쿠바 여성은 호리호리한 20대 여성으로 보인다. 이제 스텝과 방향을 배웠다고 하는데 곧바로 실전이다. 스피커로 나오는 살사 음악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조금씩 살사의 세계로 이끌고 들어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벌써 춤의 유전자가 있는 분들은 스텝과 방향은 물론 이제 응용동작까지 잘 구사하시는 것 같다. 나도 벌써 말로만 듣던 살사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쿠바 사람과 같이 말이다. 잘 나가가도 방향을 바꾸던가 돌기만 하면 방향을 잊어버리면 상대방은 기다려주고 맞추어 준다. 쿠바를 배우는 실내는 살사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쿠바 사람에게는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지 못한 리듬과 흥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유연한 허리와 에너지가 넘치는 동작을 구사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2시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나중에 실제 우리를 상대해준 선생님들로만 이루어진 살사에 대한 고난도 시범이 있었다. 스피커에 나오는 음악의 비트와 일사불란하면서도 흥에 겨운 춤사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사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보면 볼수록 살사 춤은 정말 마음이 울적할 때 추면 우울한 모드가 활짝 밝음 모드로 바뀌는 신기한 춤이라 생각된다.
2시간의 살사 강습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아바나 항구 근처로 이동했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La Tasca’라는 곳이다. 저녁 메뉴가 Sea Food와 랍스터라고 하니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다. 저녁식사 장소는 예전에 요새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보인다. 식당 앞에 예전의 대포가 있었고 바닷가 근처였다. 실내는 높고 정식을 먹는 듯 아주 넓은 홀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큰 원형 식탁에 둘로 나누어 앉았다. 역시 홀에는 쿠바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팀이 있었다. 플루트와 쿠바 악기를 연주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온 콴테나메라와 베사메 무초 등이 연주되고 있었다. 저녁은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올해 만 60세를 맞이하는 경자년 생 누님들의 생일 축하가 있었다. 우리 일행 중에 4분이 계셨다. 이 케이크는 우리 여행의 주관자인 로이스가 케이크를 미리 준비했다. 여기는 케이크 등을 따로 포장할 것이 없어서 저녁 먹을 식당까지 가지고 오느라 꽤 힘들었다. 경자년 생 누님들은 당신들의 환갑을 자축하듯이 쿠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신다. 오후에 배운 살사 춤을 실습을 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축하를 받을 일이 생기면 더욱 뜻깊고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쿠바 여행의 둘째 날이 저물어 갔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