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일 차_관타나모_바라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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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이틀을 자고 이제 쿠바의 동쪽의 끝으로 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호텔 창문을 통해서 들려오는 아침 길은 맑고 밝으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준다. 쿠바는 뜨거운 낮보다는 선선한 이른 아침이 오히려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아마 날씨 탓도 있겠지만 아침에 움직이는 사람이 훨씬 눈에 많이 보인다. 호텔 조식에서 신선한 우유 한 잔을 먹고 싶어 웨이터에게 주문하니 한 잔을 따라준다. 마셔보니 옛 기억이 살아난다. 전지분유를 물에 탄 맛이다. 아주 어렸을 때 큰 봉지에 담긴 전지분유를 물에 타서 먹던 맛이 다시 쿠바에서 먹을 줄은 정말로 몰랐다. 오늘도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짐을 챙겨 로비로 모인다.
오늘은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더 동쪽에 있는 관따나모시와 기지를 방문하고 더 동쪽으로 쿠바의 땅끝마을이라 할 수 있는 바라코아까지 가는 여정이다. 오늘은 버스를 오전에 3시간, 오후에 2시간, 총 5시간 정도로 이동하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오늘의 시는 더 와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우리의 열심에 따라 매 순간이 꽃봉오리처럼 피어난다고 한다. 여행의 5일 차는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 궁금하다. 오늘은 버스 안에서 5일 만에 여행 동지, 친구들에게 대한 닉네임을 짓기로 했다. 자신의 간단한 소개와 여행 내내 불릴 닉네임을 정하기로 했다.
다음은 로이스와 아프리카 여행도 하고 이어 쿠바 여행까지 오신 나탈리 님. 음악이 있는 곳에서는 유감없이 춤 끼를 발산하시는 나탈리 님은 손주를 봐주시다가 이번에 쿠바로 탈출하셨다고 하신다. 이번 여행의 최고령이신데도 불구하고 어린 후배들에게 낮술과 아침술을 가르쳐주시고 직접 술을 제조하셔서 권하시는 해운 님. 작년에 이어 쿠바 여행이 연속으로 2번째이시다. 쿠바에 오실 때에는 시집을 가지고 오셔서 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집도 대여해주시는 센스쟁이시다. 우리에게 여행 둘째 날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카드도 선물로 주셨다. 신영복 선생님으로부터 글씨를 배우셨다고 하신다. 대전에서 오신 파란 님은 우리에게 신선한 웃음과 신선한 욕(?)의 세계로 인도하신다. 30년이 넘는 파란만장한 은행생활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눈과 귀를 모으는데 남다른 재주를 가지셨다. 기가 센 누님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플로라 님. 매일 새롭게 변신하는 패션니스타, 하지만 잘못된 입담과 내기로 향기라는 플로라의 닉네임에서 ‘개구라’라고 닉네임을 바꾸게 될 줄이야!
올해 24년의 대기업 직장 생활을 1월 31일부로 자발적 퇴사를 하고 그다음 날 쿠바 여행으로 합류한 춤바람 님, 그녀의 몸짓에서 느껴지는 춤의 여신의 면모가 간혹 보이면서도 우리에게 허당기를 보여주는 우리의 웃음박사. 여행 사전모임부터 남다른 열성과 포스를 갖추신 필라르 형님, 이 여행의 인원이 다 모였음을 마지막으로 알리는 ‘꼼뿔레또’이신 형님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이라 바로 남동생인 네가 쫓아다니기가 쉽지 않지만 형님이 있어야 여행의 중심이 잡힌다. 여행 와서 졸지에 17살의 아빠(?)가 되신 것도 그분의 복인 것 같다. 부산에서 오신 수월(水月) 님도 올해가 은행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시는 61년 경자년 클럽의 멤버이시다. 퇴직은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것이라는 명언을 하시면서 모든 장소마다 기록하시는 모습은 아직도 직업병이 남아계신 듯하다. 이번에 두 아들과 여왕벌님을 모시고 오신 땡벌님. 청주에서 사시면서 토목 환경회사에서 근무하시면서 오랜 프로젝트를 끝내시고 이번 여행을 가족과 함께 오셨다고 한다.
우리 모임의 숨은 가수, 써니 님은 33년의 교사생활을 하시고 교감 생활을 하시다가 이제 그만! 하시면서 명퇴하시고 이제는 자유롭게 사신다고 한다. 로이스님와도 여행이 몇 번째라고 하는데 우리에 노래와 밝은 웃음을 선사하신다. 다음은 이제 20대의 첫 발을 내딛고 20학번 신입생이 되는 ‘보’님. 쿠바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 여행을 왔다고 하면서 인물사진보다는 그만의 독특한 풍경사진을 찍는 멋쟁이. 앞으로 전 대륙의 여행을 다니겠다고 한다. 내가 한 걸음을 떼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 열정으로 사시는 스칼렛 님. 용인에 사신다고 하는데 머릿속에는 수많은 시가 있고 시집도 내신 문학소녀이시다. 나와 5년 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여행한 인연이 있는데 이번 쿠바 장기 여행을 같이 하는 인연을 이어가는 신나 님, 신과 나를 생각하며 신나게 살아가시면서 제천의 유명한 맛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나와 함께 25년을 결혼하고 살다가 기념 여행을 오신 구름님. 이번 여행에서는 가는 곳마다 다른 모양으로 변해야겠다며 닉네임을 ‘구름’이라고 불러 달란다. 이런 단체여행이 처음이지만 잘 적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친구의 음을 아는 ‘知音’으로 불러달라고 했건만 닉네임이 너무 밋밋하고 남성미가 없다고 졸지에 ‘쌍칼’로 자동 개명되었다. 25년을 넘게 엔지니어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구름 이의 25년 차 남편이자 37년 친구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기획자인 로이스 님은 4명의 엄마이면서 감사편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아티스티웨이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모든 분야를 넘나들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시다.
이렇게 자신의 소개와 닉네임을 정하고 나니 관타나모주의 관타나모 시에 도착했다. 아직 정오를 지나지 않았는데도 차 밖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은 강렬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날씨이다. 먼저 점심 식사가 예약되어 있는 장소를 확인하고 시내 구경을 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곳은 관타나모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호세 마르티 호텔 옆에는 마르티 공원과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야외무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역시 공원 안에는 마르티 동상도 있고 산타 카타 릴리나 리츠스 성당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공원이 광장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공원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삼삼오오 나누어서 이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이곳은 어디에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대어도 좋은 사진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오래된 건물도 그리고 새로 도시를 단장한 것 같이 건물의 외관도 영화 세트장을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도시입니다. 호텔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었고, 젊은이들이 갈만한 댄스홀, 1870년부터 영업을 해 온 것 같은 레스토랑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잘 그려진 벽화도 있었으며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는 예쁜 꽃들도 이루어진 화단도 있습니다. 이곳은 옛날과 현재의 모습이 뒤섞여 있는 도시와 같아 보입니다. 중심가를 벗어나면 화려하게 색칠한 건물들은 없고 오랜 세월에 빛바랜 건물들이 보이고 사람이 페달을 밟아 관광객을 태우는 자전거 차량도 보입니다. 관타나모뿐만 아니라 쿠바 사람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자신 있게 관광객에게 대합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을 아무런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도 활짝 웃으며 바라봐주는 모습이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일행들도 예쁜 도시의 배경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하여 장소마다 멋있는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물론 쿠바 사람들과도 같이 어울리는 사진을 포함해서 말이죠.
약 1시간 남짓한 시간의 시내 관광도 더운 날씨에는 못 당할 정도입니다. 호텔 식당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물 한잔이 그리워집니다. 준비된 식사를 마치고 이제 관타나모 기지를 보러 갑니다. 쿠바 땅에 미국의 군사기지가 알박듯이 보란 듯이 자리를 잡고 있는 관타나모 기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합니다. 관나타모주의 지도를 보니 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정말 중요한 곳에 딱하니 들어앉은 형태입니다. 외부로 연결되는 항구와 항구로 들어앉은 곳은 누가 봐도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좋은 자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곳은 미국과 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후 미 군정의 시기를 약 3년간 거치게 됩니다. 미국의 간섭이 행해지는 가운데 관타나모만에 해군기지가 설치됩니다. 해군기지의 설치는 이해하기 힘든 계약서에 의해서 설치됩니다. 그 계약서에는 ‘미국은 관타나모의 일부 지역을 미국의 준영토로 이용하고, 이 계약은 양자가 모두 동의해야만 종료된다’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관타나모 영토의 사용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관타나모만의 해군기지는 쿠바 땅이면서도 미국의 준영토로 권리를 행사하는 곳이 됩니다. 실제 이곳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톰 쿠르즈가 젊었을 때의 앳된 모습으로 출연한 어 퓨 굿맨( A Few Good Man)입니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일 때 전쟁 포로를 관타나모 기지에 데려다 놓고 고문과 학대, 심문을 자행했던 곳입니다. 자기 나라 영토에서는 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령으로 있고 모든 매스컴에서 떨어진 곳에서 포로들을 가두고 가혹행위를 했던 곳입니다.
버스를 타고 어느 정도 지나니 작은 언덕 위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곳이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볼 수 있는 쌍안경과 그곳 지형지물에 대한 사진을 정리한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미군 기지가 그렇게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철조망으로 둘러 싸인 주변 27km에는 군 기지 건물로 보이는 곳이 여러 개 눈에 보입니다. 어쩌면 이곳은 미국과 쿠바, 소련이 한창 핵전쟁의 위기에 처했을 때 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상황을 기록한 책을 보면 쿠바와 소련이 미국 본토에 핵 미사일을 겨낭하고 있으면서 가장 먼저 공격하려고 했던 곳이 이곳 관타나모 기지였습니다. 여기에도 미국의 군사시설과 해군기지가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전쟁이 일어나면 쿠바로서는 먼저 제거해야 할 곳이었기에 전쟁이 시작되면 이곳을 초토화하기 위한 쿠바와 소련의 계획이 있었던 곳입니다.
아마도 이 곳은 쿠바인들이라면 가장 아프면서도 어쩔 수 없는 민감한 곳이라 생각됩니다. 자기 나라에 다른 나라가 자리를 잡고 자기 땅인 것처럼 모든 권리를 행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 자국 땅에 미군 기지를 빌려주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쿠바를 자기 나라로 삼고 싶어서 피그스만 침공과 같은 도발도 시도해서 실패했지만 플로리다에서 멀리 떨어진 이 곳에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알박기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관타나모가 유명한 것은 쿠바에 도착하면서부터 들어온 ‘관테나메라’라는 노래이다. 관타나모의 아가씨들이란 뜻으로 호세 마르티가 지은 시에 호세 페르난데즈 디아즈가 곡을 붙인 것으로 제2의 국가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타나모의 여인이여, 시골 여인이여
나는 종려나무가 자라는 마을 출신의
진실한 사람이라오
내가 죽기 전에 나는
내 영혼의 시를 쓰고 싶다네
나의 시는 연둣빛이지만
늘 정열에 불타는 진홍색이라네
나의 시는 상처 입고 산에서 은신처를 찾는 새끼 사슴과 같이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뿌려졌으면 좋겠네
나는 바다보다는
산속의 시냇물과 같이 하겠네
실제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그렇게 흥겹지도 않은 내용입니다. 정말로 호세 마르티가 독립 전쟁을 하면서 조국을 위해 쓴 시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가사가 담긴 노래를 우리는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쿠바에서 듣고 있는데 그 가사를 알고 나니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쿠바의 동쪽 땅끝마을 바라코아로 향한다.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바다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푸르다 못해 파란 파도가 해안선으로 밀려드는 풍광이 장난이 아니다. 연신 창 밖을 내다보면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이런 우리 마음을 알았는지 운전기사 호세가 차를 적당한 곳에 세워준다. 바위에 올라서니 밀려드는 파도가 바위 절벽에 부딪쳐 허공으로 부서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다. 바닷가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예사롭지 않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무 걱정 없는 어린아이들이 모습과 같았다. 이 시간 저 먼바다와 파도가 주는 그 멋진 풍광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었다.
멋진 바다를 지나니 언덕에 오른다. 아마도 산을 넘어가는 것 같다. 이 산맥이 혹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처음 공격 때 숨은 마에스트라 산맥의 끝자락인 것 같다. 산 정상에 올라서니 커다란 구름이 바로 머리 위에 올라 있다. 구름모자를 쓴 작은 봉우리들이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이렇게 구름이 낮게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구름이 머리 바로 위에 있다. 여행은 우리가 평상시에 못 보던 자연환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한다. 저 구름과 저 하늘은 변하지 않고 우리들 곁에 있어도 우리는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그것을 바라다볼 여유도 없이 매우 바쁘게 살아왔다. 자연이 이렇게 늘 가까이 있음을 느낄 때마다 우리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마침내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한적하고 조용한 어촌 마을인 바라코아다. 바라코아는 쿠바에서 보면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다. 인구가 약 8만 명의 작은 도시라고 한다. 바라코아는 실제 콜럼버스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으로 유명하다. 1차 항해 때에 쿠바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이 이곳 바라코아이고 나중에 초대 총독인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들어왔다. 그래서 이 곳에 콜럼버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스페인과 콜럼버스는 이곳을 선의로 발견하고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콜럼버스가 이 곳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스페인이 아닌 포르투갈에 의해서 식민지가 되었으려나?
바라코아의 해변에서 시내로 들어가 보니 매우 작다. 1515년에 처음 도시가 생긴 이래의 모습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다. 해변가에 집들은 대부분 목조건물로 지어져 있다. 시내 중심부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불어닥친 허리케인으로 인해 건물이 부서져 건물이 보수된 흔적이 시내 곳곳에 있다. 시내에 들어서니 도로의 환경도 별로 좋지는 않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지나간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밝기만 하다. 인구가 작은 어촌 마을이라 시내라도 별로 크지 않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엘 가스틸리오이다. 영어로 말하면 바로 성(Castle)이다. 방어용 요새를 개조한 호텔로 언덕 위에 있다. 바로코아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 실제 호텔이 언덕 위에 있고 그 주변으로 주택이 위치하고 있어 버스가 그 위로 올라가지를 못한다.
작은 승합차가 내려와서 우리들의 짐을 옮겨 실어 가지고 올라간다. 우리도 시내에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언덕 위 호텔까지 걸어가야 한다. 올라가는 중에 건물 한 면을 그림으로 장식하고 있는 화가도 보인다. 고대를 들어보니 야자수가 양 옆으로 보이고 노란 계단이 보인다. 계단부터 황토색으로 호텔 외관도 황토색으로 칠해져 있다. 일행들의 탄식하는 소리가 들린다. 계단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어차피 짐은 올라가 있고 어떻게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이래서 우리 호텔이 전망이 좋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 각자 개인 소지품이나 작은 가방을 가뿐 숨을 몰아 쉬며 계단의 꼭대기에 다다랐다. 위에서 보니 바라코아와 해변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는 사이 우리 중에서 춤바람님이 무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늘 여유 있고 밝은 미소를 띠는 그녀였는데 적잖이 당황한다. 알고 보니 버스에 여권이 들어 있는 가방을 놓고 내렸다고 한다. 실제 귀중품은 없지만 체크인을 할 때 필요한 여권이 차에 있는 것이다. 버스는 바뀌지 않지만 호텔이 아닌 다른 차고지에 주차하려고 벌써 떠났다. 가이드인 빠뜨리샤님과 함께 쿠바 택시를 불러서 여권을 찾아 가지고 왔다. 여행 중에 이런 일은 한두 번 정도는 꼭 있는 것이 아닌가
호텔 로비에 우리 짐이 놓여 있다. 각자 방을 배정받았는데 각자 방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는 오래된 요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호텔 로비는 아마도 이 곳 요새의 정문에 있다고 하면 우리가 묶을 방은 요새 안쪽에 있다. 더군다나 엘리베이터도 없다고 한다. 각자 짐을 가지고 가거나 아니면 각자 1쿡의 팁으로 가방을 들어달라고 해야 한다. 나와 아내는 짐을 가지고 올라갔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프런트에서 숙소까지는 수영장과 바(Bar)를 지나 식당 안쪽으로 돌아서 올라가야 한다.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하늘은 아침과 달리 흐렸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야외 수영장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바로 옆에 Bar가 붙어 있어서 쉬면서 칵테일을 즐기기에는 좋은 것 같다. 웰컴 음료인 모히또가 한 잔씩 나온다. 쿠바에서는 점심이나 저녁에 상관없이 칵테일이나 맥주를 마시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칵테일을 마시면서 북쪽을 바라보니 흐린 날씨에 구름에 가려 평평한 산이 보인다. 일명 테이블 마운틴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엘 윤께(El Yunque)라고 하는 산이란다. 높이는 약 500m 정도 되는 산이라고 한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쿠바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비다.
새벽에 자다 깨어보니 비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마치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줄기처럼 비가 밤새 내린다. 우기가 아닌데도 비가 내리는 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렇게 쿠바의 동쪽 작은 어촌 마을의 해변이 잘 보이는 언덕 위의 호텔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