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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r 16. 2021

40대는고장 난 나침반?

여보, 딴짓 좀 하겠소_4


 노련한 여행자는
늘 나침반을 지니고 다닌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꺼내놓으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운
 가장 중요한 안내자는
 기도였다.
 
 - 제임스 패커의《나이 드는 내가 좋다》중에서 –

자기 몸을 잘 알아가는 당신에게


여보, 당신은 한 번 왔다간 곳인데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학생군사 종합학교’라고 내가 대학 3학년 ROTC 훈련을 받을 때 여름에 면회 온 곳인데 말이야? 지금의 성남 부근에 학생군사 종합학교라는 시설이 있었어. 지금의 40-50대 후반을 지나는 중년 남자들에게는 대학생 때의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문무대’라고 불렸던 곳이지. 대학 1, 2학년 때 병영훈련 체험으로 간 곳이기도 하고, ROTC 후보생 3학년 때엔 여름 4주 동안 장교가 되기 위해 훈련을 하는 장소이었던 곳이야.


한 여름에 받는 군사 수업 중 가장 편한 축에 속했던 수업이 있는 날이었던 걸로 기억해. 군복을 입고 소총을 메고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독도법을 실습하는 날이었지. 독도법 수업은 주어진 지도와 나침반을 가진 상태에서 주어진 좌표 여러 곳을 거친 후에 최종 위치까지 찾아가는 수업이었지. 그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를 보는 법과 나침반을 가지고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수업의 최종 목표였어. 물론 조별 점수가 있어 정확한 지점을 거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찾아가는 수업이었지만 최종 목표지까지 도착하는 순서는 제 각각이었던 것 같아. 수업 후에 늦게 들어오는 조들의 한결같은 불만 사항은 나침반이 엉터리라는 것이야. 배운 대로 지도와 나침반을 통해서 좌표를 찾아가다 보면 엉뚱한 장소가 나타나기도 해서 여러모로 고생을 한 기억이 있어. 그 말은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한 이유이기도 하지. 아주 오래된 나침반이라 나침반 바늘이 자성을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지.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여보,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는 남자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회사에 입사하여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해온 40대의 중년 남성들이 대부분 일거야. 아마도 그들이 20여 년 전 한 여름날의 ROTC 후보생들처럼 고장 난 나침반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사회에 나와서 취업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하다 보니 자신 안에 내장되어 있는 나침반이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 자신의 꿈이 가리키는 정북 방향을 잃어버린 채 말이야.


직장에서의 과도한 업무와 경쟁,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자식으로 인한 의무 감등으로 오직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보니 자신 안에 있는 삶의 나침반의 자성을 잃어버린 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삶의 고민과 책임감등이 꿈을 향해야 하는 자신 안에 있는 나침반이 자성을 무디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지 못하게 하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아마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40대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침반이 고장 난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아니 오히려 그 나침반이 수시로 변하는 것에 따라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고 착각마저 하고 살아가고 있는 줄도 모르지.


여보, 나침반이 없던 시대의 옛날 사람들은 장거리 여행을 할 때 특히 사막을 횡단하거나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에는 늘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늘에 떠 있는 별, 북극성을 보고 어긋난 항로를 바로 잡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항해했다고 하잖아. 늘 변하지 않는 별자리인 북극성이나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항상 북극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바늘은 늘 북극을 가리키기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방향과 지침을 가르쳐주고 있었는지 모르지.


신(神)은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 늘 자신이 가고 싶은 곳, 자신의 꿈을 잊지 말라고 마음과 영혼의 어딘가에는 나침반을 하나씩 심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 하지만 생활의 염려, 경쟁의 피곤함, 그리고 사람들의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인해 나침반의 자성, 극성을 잃어버리게 된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우리가 생활하다가 자신의 나침반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나침반이 움직이지 않거나 또는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빙빙 돌고 방향을 못 잡고 있을 것을 볼 때가 있지. 우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잘 알지 못하고 방향을 잃은 채로 그야말로 ‘삶의 방황’, 또는 ‘표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나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 한 달안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물과 쉴 곳이 없는 광야를 40년이란 세월 동안 방황을 한 것처럼 말이야.




여보, 나는 내가 마흔, 인생의 중년이란 나이에 접어든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었어. 나이에 40이란 숫자가, 마흔이라는 첫음절이 붙게 되었을 때 나를 포함한 내 또래들은 ‘아차’ 하는 탄식과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한 번씩은 갖게 되는 것 같아. 이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아이들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지, 젊었을 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계기가 되는 것 같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야. 생활하다 보면 그런 고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시 생활에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 그러다 이런 증상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40대라는 것을 잊고 지나가게 되는 것 같아. 조용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40대에는 우리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세월은 우리에게 그런 생각을 해보라고 삶에서 많은 신호를 주고 있는데 그 신호를 깨닫거나 보지 못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마저 잊고, 잃고 살아가는 경우가 지금의 40대들이 처한 현실인 것 같아.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내 안에 있는 나침반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바늘이 자성을 가질 수 있도록 수리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만 해. 그래서 그 나침반 바늘이 제대로 북쪽, 내가 하고 싶은 것, 꿈을 가리키도록 해야 해. 우리가 어느 상황, 어느 곳에 있더라도 우리의 꿈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것이 필요해.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내 안에 있는 나침반을 꺼내어 바늘이 어느 쪽이 북쪽인지를 가리키는지 확인하고 걸어 나가야 중요하지. 앞으로는 나침반이 항상 제대로 방향을 가리키도록 삶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방해하지 않도록 노력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당신과 나에게 삶의 사소한 재미와 한가함을 만들었으면 해. 나침반의 바늘이 자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장소를 가질 필요도 있지. 그렇게 되면 거기서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우리 안에 있는 나침반은 늘 북쪽, 우리의 꿈을 가리키지 않을까?


지도를 가지고 나침반을 가지고 독도법을 하다가 보면 주변의 중요한 지형지물도 잘 이용해야 하는 것은 독도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 우리가 마흔의 인생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꿈을 잊고 살아갈 때 우리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의 지도, 생애의 지도에 중요한 표시를 하도록 해야 해. 왜냐하면 길을 잃더라도 표시한 것을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짐작이 되잖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외국의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의 몸에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몸에 문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잖아. 나도 처음에는 그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돼. 사람은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에 잊지 않으려고 기록해 두는 거라 생각해. 우리도 우리 마음에 꿈의 문신, 꿈의 좌표를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래야 삶의 폭풍우와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해서 말이야. 아니면 몸의 한 구석에 나만이 알 수 있는 아주 작은 타투라도 새겨놓아야 하는 걸까.


여보, 당신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나의 습관이 하나 있지. 내 경우에는 어떤 꿈이 생길 때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가라 앉히기 위해 나에게 하나씩 작은 선물을 사주곤 해. 주로 필기구를 사는 습관이지. 그것이 잘 써지는 펜이 되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이 될 수 있어. 마음에 문신을 새기기도 하지만 잊지 않고 연관이 있는 물건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내 가방에는 여러 개의 필기구가 있지. 이제는 그런 필기구도 좀 더 좋은 것을 사야겠어. 그때 생긴 꿈을 펜에 각인하면서 말이야.


여보, 당신과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각자가 품고 있는 나침반이 작동하는지 이제는 꺼내보아야 할 것 같아. 앞으로도 쭉 말이야. 그래야 재미있는 40대의 여정을 기록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의 소풍,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방향을 잃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돼. 이제는 잘 반응하는 꿈의 나침반을 가지고 꿈의 지도를 새로 그려나가며 앞으로 남은 삶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가려고 해. 고장 나지 않는 꿈의 나침반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주저 없이 걸어 나가려고 해. 당신도 당신 안에 있는 나침반을 꺼내어 보는 것은 어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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