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사십 대라면 만사 제쳐놓고 규칙적인 산행을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평균 주 1회의 산행을 해서 가보지 못한 전국의 많은 산을 둘러볼 것이다. 건강에도 좋고 정신력을 기르는 데도 그만한 방책이 없다.
- 유종호의《내 마음의 망명지》중에서 –
어쩌다 마흔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여보, 해마다 하는 건강 검진이 며칠 남지 않았네. 매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이지만 할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인 것 같아. 건강검진을 앞두고 한 달 정도는 먹는 음식량도 때로는 조절하기도 하고 운동을 바짝 몰아서 하곤 하지. 왜냐하면 체중을 감소하면 검진 결과만이라도 수치상으로 좋게 받으려는 연례행사가 되어가고 있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방간 소견이 나왔을 때 의사한테 상담하러 갔던 기억이 나네. 술도 잘 마시지 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방간이란 진단이 나왔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하지만 지방간이라는 것이 술을 많이 먹었을 때 생기는 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나와 같은 사무직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고 운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 생기는 증상이라는 거야. 평소에 운동량이 적었지만 생활에 별로 부족한 것을 못 느꼈는데 막상 지방간이라고 하니 덜컥 겁이 났지. 그 후로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하고 하고 있고 지방간이 아직도 있으니 내 행동에도 변화가 없다는 건가?
벌써 그런 일을 겪은 지 꽤 되었는데도 건강검진할 때마다 지방간이라는 꼬리표는 늘 조금씩 남아있더라고. 혹시나 나만 그런지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주로 40대를 넘은 남자 직원들에게는 필수품(?)처럼 하나씩은 다 갖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거야. 오히려 지방간 처방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드물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이런 차이가 30대와 40대 직장인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어느새 40대 직장인이 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시작이자 증거였던 것 같아.
건강검진을 하고 몇 주 후에 통보되는 결과지를 열 때마다 늘 떨리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했지. ‘양호’라는 문구가 당연시되는 30대를 지나서 이제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일이 해마다 쉽지는 않은 것 같아. 맨 앞장에 어디가 좋지 않다고 하는 문구가 없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고 ‘주의’ 또는 ‘경고’ 항목이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지는 것이 이제 40대를 맞이하는 중년들이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아. 물론 나도 거기에서 예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가 못하네.
건강검진 후에 달라지는 것은 확실히 있지. 예외 없이 누구나 한 두 달은 누구든지 변한다는 것이야. 특히 회사 헬스장이나 동네 헬스클럽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더라고. 일 년에 한 번씩 본 결과지를 개선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야. 예전에 선배들이 하는 말이 40대는 30대와 또 다르다고 하면서 건강을 잘 챙기면서 일하고 틈틈이 운동하라는 말이 생각나는 거야. 이제는 그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알고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해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슬프네. 회사 헬스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 내 나이 또래 40대 연배들의 동료가 대부분이야. 그래서 산이나 헬스클럽에는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만 많이 모이는 이유가 되는 건가.
여보, 건강 검진을 하고 가끔씩 심각한 모드로 변하는 경우를 직장에서 보곤 해. 특히 재검사를 하라고 다시 병원으로 내원하라고 하면 며칠간은 신경이 쓰이거든. 특히 40대 중반을 넘은 동료들이나 선배들의 모습은 걱정을 넘어 약간은 심각한 모드로 비치기도 하지. 나도 그렇다고 하면 겁부터 나는 것은 사실일 거야. 혹시 어디가 심각하게 아픈 것은 아닌지, 혹은 암이라도 발견된 것이 아닌지 하고 말이야.
몇 해전의 일이었지. 어느 날 후배가 건강검진 후에 이상이 있어 재검사를 한 후에 면담을 하러 내원하라는 직장인들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거야. 위내시경 검사를 할 때 혹이 발견되어 조직 검사 결과 초기 위암이라는 진단이 나왔어. 초기라서 다행이라고 후배에게 말을 건네기는 했지만 후배의 마음은 말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 이런 경우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 초기에 암을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 않은 일이지. 또 한편으로는 ‘하필이면,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언가에 화가 나가나 정작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경우인 것 같아. 수술로 간단히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아무리 초기라도 항암치료라든가 수술을 하거나 휴직을 하면 본인과 가족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오래가는 것 같아. 수술한 동료나 그것을 지켜보는 동료들에게도 동일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건강에 대한 생각과 한편으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마흔을 넘으면 비만뿐만 아니라 혈관, 심장 등에 신경을 쓰면서 식습관이나 건강에 신경 쓰지 못한 것 즉, 소식이나 적정 체중을 유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하게 되는 것 같아. 아마도 마흔이라는 나이가 우리가 몸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기인 것 같아.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신차를 구입한 후에 약 5년이 지나면 타이어뿐만 아니라 부품을 하나씩 손보고 새것으로 갈아 끼우거나 이상이 없는지 정비를 시작하는 때야. 특히 10년을 넘어서는 점검 주기도 매년마다 해야 안정적으로 오래 차를 운전하고 다닐 수 있잖아. 우리 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언제나 20대 인 것 같지만 어느새 결혼하고 직장 일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실적과 고과를 위해 일을 했지. 그동안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허리 치수는 정상을 넘어서고 몸무게도 과체중으로 향해 달려가는 것 같지 않아. 이런 현상이 우리 가정과 사회를 이끌고 가는 40대들의 보지 못한 그늘 진 모습이라는 거지.
여보, 당신이 나보고 건강을 챙기라고 이야기를 할 때나 방송에서 건강정보를 접할 때마다 건성으로 들은 것이 후회가 될 때가 많이 있곤 해. 이제부터라도 몸이 나에게 주는 신호를 잘 듣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때인 것 같아. 몸이 우리에게 주는 신호는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게 하지는 않고 조금씩 경고만 주는 것 같아. 아주 조금씩, 작은 소리로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일하는 것을 줄이면서 몸을 돌아보라고 조용하게 들려주는 것 같아. 잔잔하게 들여오는 몸의 미세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때가 40 대부 터인 것 같아. OECD 국가에서 40대의 사망률이 우리나라가 Top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회나 기업환경 탓도 있지만 늘 20-30대 같을 것이라는 건강에 대한 잘못된 자신감으로 건강에 관심을 쏟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어떻게 보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감지 못하는 40대 중년 남자들이 무감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 무감각하기보다는 건강이나 몸 상태는 관심사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 남자들이 열광하는 스피드를 자랑하는 F1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대회라는 것이 있어. 트랙을 몇십 바퀴를 돌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기인데 우리 40대가 살아가는 경기와 비슷한 생각이 들어. 경기에서는 상시로 정비팀이 대기하고 있어 타이어의 마모상태나 차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지.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정비를 하는 것이 F1 자동차 대회에서 경기를 우승으로 이끄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도할 수 있어. 촌각의 다툼으로 승부가 결정 나는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 대회에서 자동차를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처럼 우리도 삶의 순간에서 정비 타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매년 하는 건강검진이 몸의 비정상인 것을 검사하는 것이라고 한다고 하면 삶의 순간마다 잠시 쉬는 것은 트랙을 도는 중에 순간순간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시간과도 같다고 할 수 있지.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잠시 쉼을 주면서 내 몸을 스스로 체크하고 몸이 우리에게 주는 신호를 잘 분석하고 읽어내야 할 필요가 있어. 그 시간을 놓치면 더 오랜 시간 동안 멈춰 서야 하는 시간이 자주 생기고 한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 우리네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이런 경험을 하곤 했지.
몇 해전에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서 일어나면서 빙그르 돌면서 중심을 잃어 거실 TV 장식장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혀 이마와 코 잔등 부위가 찢어져 몇십 바늘을 꿰맨 적이 있었잖아.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은 ‘내가 쉬어야 할 때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전부터 몸이 피로한 것을 느꼈지만 일상적인 것이라고 무시하고 지나갈 때가 있었지. 꿰맨 상처가 아물기까지 치료를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다니면서 드는 생각은 이제는 몸이 주는 신호를 잘 알아야겠구나, 항상 몸은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내가 그 신호를 모른척하고 지내어 결국은 몸이 그 신호를 몸으로 직접 받아 낸 것이 아침 사고로 이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그 후로는 나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 몸이 조금이라도 주는 신호가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했고 40대 나이에 맞도록 내 몸을 조금씩 돌보고 알아가는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 스스로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앞으로 더 오래가고,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40대에 챙기는 건강이 앞으로 몇십 년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였어. 그 후부터는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직접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방조치가 무엇인지, 잠깐 멈춤은 어떻게 해야 하는 방법을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여보, 당신과 내가 벌써 40대에 들어선 지 오래되었어. 세월이 참 빠른 것 같아. 이제는 30대까지 혹사해 온 몸을 튜닝하고 잘 정비해야 하는 시간이야. 언제까지 20대의 몸이 아니기 때문에 세심하게 우리 몸을 잘 살펴야 해. 우리 몸은 정상에서 벗어나면 그 부위가 아프거나 다른 부위부터 통증이 발생하도록 몸의 경고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그러나 몸의 신호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일부러 무시하는 동안에 우리 몸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 다른 것보다 몸이 주는 통증 신호를 잘 느끼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해. 그리고 몸이 원하기 전에 스스로 우리 몸을 점검하는 정비 타임도 주기적으로 가져야 하지. 짧은 쉼을 통해서 몸을 풀어주고 때로는 한 부분을 세심하게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비 타임을 갖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의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지.
여보, 이제부터라도 누구보다도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40대 일수록 몸이 주는 신호에 집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자. 이제는 우리 몸에 수신기를 부착하고 몸의 곳곳에서 주는 신호를 잘 수신하여 잠깐씩 우리 몸을 정비할 시간이야. 우리 몸과 친해지고 우리 몸을 가끔씩은 정비소에서 차를 점검하는 것처럼 의료기간이나 병원에 들르는 것도 40대에 해야 할 일중 하나인 것 같아. 그래야 이 세상에 소풍 온 인생의 시간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사랑하면서 감사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 건강이 우리 인생을 뒷받침해주는 기초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