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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11. 2021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

하프 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9


 

그대가 지금 육중한 운명의 바퀴 밑에 
 깔려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절망할 필요는 없다. 
 
 하나님은 큰 그릇이 될 인물에게는
 반드시 큰 시련을 먼저 주는 법이니,
 기꺼이 감내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숙성시켜라. 
 
 그러면 언젠가는 
 그대를 짓누르고 있는 운명의 바퀴를 
 그대 스스로 내던질 수 있는 힘을 배양하게 되리라. 
 
 - 이외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중에서 –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이에게


당신과 내가 만난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그냥 어쩌다 우연처럼 만났다고 생각해? 혹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거창하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 많은 부부들이 운명이기보다는 사랑했기에 만났다고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 같아.


최근에 내가 ‘운명’이란 단어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게 둘 다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기술한 책에서야. 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또 한 명은 지금 현직 문재인 대통령이지. 두 사람의 책을 읽다 보면 두 명이 서로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 두 사람이 친구로 또는 동지로서 한 세상을 살고 먼저 노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고 그 후임으로 문제인 대통령이 된 것이 정말로 인연이라고 할 수 있지. 두 권의 책을 통해서도 두 사람이 만난 것이 ‘운명’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과 나도 한 교회에서 중학교 때 만나 결혼도 하고 두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운명일 수도 있어. 내가 이사 가서 여러 교회를 다녀보고 정한 것이 당신이 먼저 다니고 있던 교회였으니 말이야. 그 교회에서 당신을 만나 성장하고 결혼까지 했으니 말이야. 거기에는 신의 섭리가 있었다고 믿고 있어.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운명은 신의 섭리라고도 말하잖아. 그런데 당신과 내가 40대를 이렇게 보내는 것이 운명인지 아니면 선택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 잘되면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좋지 않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그 화살을 자신의 선택이 아닌 신 또는 제삼자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곤 하지. 하지만 당신과 내가 이런 40대를 보내는 것은 우리들의 살아온 삶의 결과라고 생각하곤 해. 오히려 그 삶의 선택이 있었기에 당신과 나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이제는 그 삶의 운명이 있다고 하면 앞으로 맞이하는 것은 좀 더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았으면 해. “어쩔 수 없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해.




내 개인적으로 보면 나는 삶의 전반전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최대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하면 자화자찬이 되는 것일까? 그다지 영리하지 않은 머리로 오직 노력만으로 삶을 잘 살려고 노력한 것 같아. 그러기에 많은 생각을 하고 몸이 더 고생하는 노력파로 살고 그런 삶의 결과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아.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성실과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당신의 생각은 어때?


여보, 앞으로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생각하면 특별히 답이 없는 것 같아. 어떤 때는 무엇을 하면서 삶을 살아갈까 생각하다가도 우울하고 답답함을 느끼기도 해.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커다란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기적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러면 특별한 답은 없지만 큰 걱정도 되지 않으니 말이야. 다만 우리 마음 상태가 오히려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부침이 심한 것 같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살아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해. 누구든지 지난 과거로 다 인정하고 거기에는 다 이유와 변명이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미래와 가까운 현재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오직 미래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해. 


여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얼마큼 준비하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 나는 이제부터의 삶은 모든 것을 내가 준비하고 책임을 지는 삶이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살을 빼겠다는 다짐을 하고 다이어트 약을 사서 먹고 매일 몸무게를 재는 행위를 반복하기보다는 당장 오늘 저녁에 밥 몇 숟가락을 덜 멀고 야식이 생각날 때 물을 먹으면서 산책을 하는 게 자신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운명을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태어날 때마다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어 그 운명대로 살거나 거의 비슷하게 산다고 믿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반대로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당신과 나는 어느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대학교 때나 신입사원 때의 일이라고 생각해.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던 거야.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느냐고 하면서 말이야. 상대방이 점잖게 보이는 사람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지. 그 사람이 내게 한 말을 간단해. 내 인상이 선하게 보이고 아주 좋다는 거야. 또한 내가 좋은 기(氣)을 발산한다고 하더라고. 내가 시간이 없어서 더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헤어졌지. 물론 이와 비슷한 일이 한 번 정도 더 있었을 거야. 나는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얼마간은 웃으면서 기분 좋게 생활한 것 같아. 생면부지의 사람이 나를 보고 참 좋은 인상을 가지고 좋은 기가 흐른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거울도 자주 보고 히죽히죽 웃거나 정말로 내 얼굴의 풍기는 인상이 좋은지 자주 들여다보고 했지.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던 것 같아. 우연치 않게 회사 회식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자랑삼아 했지.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나에게 대뜸 ‘도를 아십니까?’하면서 놀리는 거 있지. 난 그때까지도 잘 몰랐어. 왜 그러는지를 말이야. 알고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상이 좋아 보이고 좋은 기가 흐른다고 하면서 포교를 하는 종교단체였더라고. 내가 순진했던 건지 아니면 잘 몰랐던 건지. 누군가가 던진 한 마디를 듣고서 기분 좋게 생활을 했으니 단순했던 것 같아. 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말이야.




여보, 우리네의 삶도 이러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맞닥뜨린 상황과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겪은 경험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매일 만나는 삶의 일들이 우연하게 겪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당신은 어느 쪽이야? 지금까지 40년이 훌쩍 넘는 삶을 돌아볼 때가 가끔 있어. 그러면 전반전의 삶은 오히려 운명이 정해진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16년이 넘는 학창 시절과 군 복무와 회사에서의 생활은 거의 내가 선택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어. 그렇다면 후반전의 삶은 어떠할지 기대가 되지 않아. 난 후반전의 삶은 운명을 때로는 받아들이고 대부분은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야.


지금까지 당신과 내가 각자 살아온 삶과 같이 살아온 삶을 반추해보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지. 그것을 삶으로 녹여내야 하는 시기인 것은 확실해.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인생을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보다는 신이 우리에게 어떻게 세상에서 살고 오라고 주신 사명, 운명대로 살다 가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해. 


과연 신이 주신 운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자주 갖곤 했지. 나에게 이 세상에 보내실 때 어떤 한 가지 일을 하라고 보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내면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운명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나를 세상에 보내실 때 이왕이면 ‘너는 이 일을 꼭 하고 와라’고 명확히 문서라든가 써주셨으면 좋으련만. 신은 그것을 우리에게 직접 찾으라는 숙제까지 주신 것 같아. 


여보 이제는 그 숙제를 찾아 신이 주신 운명을 살려고 해. 그동안 바쁘게 먹고 사느라고 깊이 생각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고민도 못한 것 같아.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사람이라면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죽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하더라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에 있어서 세상을 좀 더 밝고 따뜻하게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 누군가는 버려진 섬에다 꽃을 심고 나무를 심어 가꾸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인 외도를 만든 분들도 있잖아. 버려진 나무가 없는 산에 매일 도토리를 심어서 몇십 년을 내다보고 울창한 숲을 만든 사람도 있잖아. 매일 변하는 것이 없지만 매일 같은 일상을 통해 나중을 바라보고 남이 보지 못한 큰 일을 이루어 놓은 것을 볼 때 그 사람들은 그 일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


그리고 우리 삶의 기초는 지금부터 다시 다지고 세운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어때? 쉽지만은 않을 거야. 지금의 준비가 1년 아니 5년, 10년의 방향을 바꾸듯이 말이야.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 언젠가 그 사람에게 나의 인생에서 내가 그의 인생에서 운명이 될 수도 있잖아. 이제는 우리 삶에 생각보다 더 많은 실행이 필요하고 신중한 접근과 행동으로 살자.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했으면 해.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가 있잖아. 주인이 종들에게 1 달란트, 2 달란트, 5 달란트를 주고 장사를 시켰는데 2 달란트와 5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열심히 장사하여 이윤을 남기고 1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땅속에 묻어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우리도 그 사람처럼 우리가 신에게 받은 나만의, 당신만의 달란트가 무엇인지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삶을 증명시키는 삶을 살자. 아마도 그게 우리들의 운명인 거야.

당신을 만난 것도 운명이야.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운명이듯이.

Best보다는 Better를 목표로 살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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