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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Nov 12. 2024

수행 준비

어제 한국 마하시 선원을 방문해서 부처님과 스승님들께 예배를 올리고 왔다. 종무소에 들려서 책 <마하시 사야도 위빳사나 백문백답>을 구매했다. 이번 안거 기간 동안에는 마하시 위빳사나 수행법을 따라 공부하기로 했기에 유튜브 법문과 이 책이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법당은 고요하고 차분하다. 목각으로 제작된 부처님 정진상이 중앙에 모셔져 있고, 오른쪽 벽면에 스승님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부처님과 스승님들을 향해 삼배를 하고, 15분 정도 좌선을 한 후 내려왔다. 종무소 벽에는 호두마을 안내 포스터가 보인다. 여쭤보니 호두마을과 한국 마하시 선원 지도 스님이 같은 분이라고 한다. 호두마을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위빠사나 수행처라는 정도로만 알았지 마하시 선원의 수행처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 마하시 선원에서는 평일 저녁 수행하는 프로그램은 있으나 며칠간 집중수행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시내에 위치한 선원에서 집중 수행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호두마을에는 매월 2회씩 일주일간 집중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랜 기간 진행해 오면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안거 해제가 내년 2월 12일인데, 수행 일정을 확인해 보니 2025년 2월 7일 ~ 13일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동안거 해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허락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마음의 씨앗만 뿌려놓고 시간을 기다려 본다. 발원을 하면 또 안거 기간 동안 열심히 정진하면 공부 인연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선원 다녀온 후 저녁 식사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화에 깊게 참여한 느낌이 들지는 않고, 오히려 약간 조금은 떨어져서 모임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친구들과의 모임인데 함께 어울리지 못한 느낌이 든다. 말을 별로 하지 않고 듣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 느낌이 불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함께 있으면서도 함께 없는 듯한 느낌이 생경스럽다. 아침에 경행과 좌선을 하고, 점심 식사 후 선원에 방문해서 안거 하겠다는 서원을 한 후 모임 참석 전까지 길을 걸으며 또는 조용히 앉아 경행과 좌선을, 그리고 일상수행을 이어가려 노력했다. 아마 그런 분위기가 모임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보니 안거 기간에는 개인적인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잘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평상시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어제 밖에 외출한 시간이 길어 조금 피곤한 상태에서 TV를 보다 늦게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 후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커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이번 주 할 일을 확인한다. 11월 안에 세 건의 면접위원 업무가 예약되어 있어서 일정 확인과 관련 서류를 검토했다. 담당자와 연락을 하며 필요한 사항을 전달받기도 했다. 아내는 딸네에 가있는데 아내와도 통화를 한 후, 명상을 시작하니 한 시간 동안 핸드폰을 무음으로 전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서로 연락이 안 되면 걱정이 되기에 명상하기 전 상황을 미리 보고하는 편이다. 아내도 일상과 다른 일정이 있으면 사전에 알려주며 서로 걱정을 하지 않게끔 하고 있다. 오랜 산 부부간의 예의이자 배려다.   

  

거실을 정리한 후 30분간 경행을 한다. 경행의 세 단계를 하나하나씩 차분히 실행한다. 발 바닥의 감각에 집중하고, 명칭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노력하며 걷는다. 30분은 예상보다 빨리 지나간다. 좌복에 앉아 좌선을 한다. 어제 본 사진에서 스승님들의 손은 발과 다리 위에 편안하게 올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명상 시 손의 결인을 유지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선원에서는 결인보다는 편안한 자세와 손의 위치를 권유한다. 스승님의 사진에 나온 모습을 상기하며 손을 발 위에 편안하게 겹쳐서 올려놓는다. 다리도 반가부좌를 하지 않고 평좌로 앉는다. 평좌와 편안한 손의 위치와 손의 자세를 유지하며 좌선을 하니 한결 편안해진다. 30분 하려다 1시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욕심이다. 다시 30분으로 시간을 맞춰 좌선을 한다. 마하시 선원에서는 경행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좌선 전에 경행을 먼저 하는 것을 원칙으로 만들어 수행한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스승님들이 많은 제자를 지도하면서 수정과 보완을 하며 만들어진 수행방법이다. 굳이 왜?를 따질 필요가 없다. 스승님의 지도 방침에 따라 수행하면 된다. 왜? 보다는 정해진 규율과 원칙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행과 좌선을 마친 후 법문을 듣는다. 오늘은 수행 준비에 관한 법문이다. 수행 전 계를 청정히 하고 걱정거리를 없애라고 한다. 계를 지키면 걱정거리는 저절로 사라진다. 부처님과 스승님을 예찬하고 귀의하는 의식이 있다. 앞으로 수행 전 삼배로 대신할 생각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상대방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하라는 말씀도 있다. 마음의 장애를 없애는 과정이다. 부처님께 헌신하며 수행의 결의를 다지라고 한다. 안거 전에 마하시 선원을 방문해서 사부대중께 안거 원만 회향을 기원하며 결의를 다졌다. 경행, 좌선, 일상 수행에 관한 수행법을 알려주신다.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자주 들을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말을 자제하는 것이 삼매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도 있다. 사람을 만나면 말을 하고 듣게 된다. 하고 듣는 순간 삼매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나 같은 초심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불필요한 말은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가능하면 사적인 모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가능하면 그 시간에 맞춰 수행정진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신다. 아직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그리고 외부 업무를 하고 있기에 일정한 시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조금은 유연하게 수행할 계획이지만 가능하면 아침 6시 기상하여 이른 시간에 경행과 좌선 각각 30분씩 수행하는 원칙은 지키고 싶다. 하지만 너무 시간에 구애받으며 자신과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아침에 운동, 경행과 좌선, 법문 듣기, 일기 쓰기를 마치니 지금 시간이 12시 33분이다. 조금 늦게 일어난 탓도 있지만, 오전은 대부분은 안거의 루틴으로 채우게 될 것 같다. 혼자 있어서 심심하기는커녕 오히려 할 일이 많다. 이 외에도 지금 준비 중인 책 <마음챙김 걷기> 원고와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루가 바쁘게 지나간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한가하게 지내고 싶다.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다. 수행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오후에는 경행과 수행을 한 시간 찍 정진한 후 원고 작업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충만한 하루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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