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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Jun 15. 2024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 15회 차 후기>

행복의 기술 - 자극과 반응

외부 자극으로 인해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반응을 하게 된다. 반응은 자극이 만들어 낸 생각이나 감정이다. 일단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각색을 하기 시작한다. 자극을 준 사람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기도 하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나 비난을 하며 반응의 불꽃은 점점 더 크게 타오른다. 일단 불이 붙으면 끄기가 쉽지 않고, 불길은 점점 더 거세진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강해지고, 그 사람을 상대로 또 다른 각색을 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에는 불길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신의 잘못된 점을 되새김질하며 자신을 괴롭힌다. 타인에 대한 불길이 자신에게도 번지며 타인과 자신을 모두 불에 타게 만든다. 그 결과 얻는 것은 상처뿐이다. 상대방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나아가 자신과의 관계도 악화된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행복의 길과 불행의 길이 나눠진다. 자극을 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불행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반면에 자신에게 나타난 반응에 초점을 맞추면 행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반응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면 반응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알아차리는 순간 반응의 강도는 약화된다. 그 이후에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그냥 반응을 지켜보면 서서히 사라진다.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불길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타인에 대한 평가나 비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부에 나타난 반응을 지켜보며 할 일을 하게 되면 반응은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한다. 이런 행위는 반응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과 같다. 반응의 먹이는 반응에 대한 각색을 하는 것이다. 각색을 하지 않으면, 즉 먹이를 주지 않으면 반응의 불길은 서서히 사그라진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빨리 알아차리는 연습이 우선되어야 한다. 반응은 대부분 몸의 신호로 나타난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몸에 나타나는 또는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나는 화가 나면 얼굴과 머리에 열감이 느껴진다. 답답한 상황에서는 명치 윗부분이 막힌 느낌이 든다. 당황하게 되면 심장이 빨리 뛴다. 그 외에도 상황에 따라 몸의 여러 부분에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감각은 생각보다 앞서서 발생한다. 감각과 생각 사이에 비록 매우 짧지만 시간적 여유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을 통해 생각의 불이 붙기 전에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생각의 불길을 잡을 수 있다. 자극에 대한 몸의 감각을 빨리 자각하고 그 감각에 집중하면 감각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사라진다. 고통의 불길이 꺼진 것이다.

     

수행의 목적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고통은 자극에 대한 반응 때문에 발생한다. 이 반응을 멈출 수 있다면 고통에서 벗어나 늘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고엥카 수행센터에서는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아주 사소한 반응이라도 빨리 알아차리는 연습을 한다. 반응의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만드는 수행법이다. (나의 소견일 뿐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고엥카 수행센터에서 수행을 직접 체험해 보시길 권한다.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처음에는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산만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 이후부터는 몸의 각 부분에 대한 감각을 느끼는 연습을 하며 신체 각 부위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연습을 한다. 반응을 빨리 알아차리기 위한 방편이다. 어떤 자극으로 인해 신체에 사소한 감각이라도 올라오면 바로 그 감각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감각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변한다. 얼굴 부위의 감각은 조금 지난 후에 손등으로 옮길 수도 있고, 가슴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감각이 이동한다는 의미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더 이상 없다는 의미와 같다. 때로는 반응의 강도가 제법 강해서 쉽게 감각이 사라지지 않거나 이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이다. 더 이상 생각이나 감정에 빠지지 않고 감각에 집중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각은 저절로 사라진다. 즉 자극에 대한 반응이 사라진 것이다.     


자극에 대한 반응은 홀로그램 영상과 같다. 이때 그 영상이 실제(reality)가 아니고 홀로그램이라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홀로그램은 점점 더 강한 실제가 되고, 우리는 홀로그램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다. 빨리 알아차리면 홀로그램 영상은 점점 희미해지거나 오류의 발생으로 화면의 모습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이때 홀로그램 전원 스위치를 찾아서 끄는 행위가 바로 마음챙김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자각하고 그냥 무심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빠지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은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직 지금-여기에서만 존재한다. 홀로그램 영상은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현재의 자극을 받아 일어난 표상이다. 따라서 자극에 반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명상을 통해 올라오는 표층 의식을 흘려보내며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청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음챙김을 통해 지금-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고 반응하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을 무심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명상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흘려보내고, 마음챙김을 통해 지금-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극에 대한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팔리어 사띠sati에 대한 영어 번역이다. 팔리어는 2,500년 전 불교 심리학의 언어이고, 마음챙김은 이 전통의 핵심 가르침이다. 사띠에는 알아차림awareness, 주의attention, 그리고 기억remembering이라는 의미가 있다. 의식은 알아차림과 주의 모두를 포함한다. 알아차림은 내적, 외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의식의 배경에 있는 ‘레이더’다. 주의는 제한된 범위의 경험에 밀도 있는 민감함을 부여하면서 의식적 알아차림을 집중하는 과정이다. 사실 알아차림과 주의는 밀접하게 뒤엉켜 있는데, 주의는 끊임없이 알아차림의 ‘바탕’에서 ‘모양’을 뽑아내며, 다양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모양을 집중적으로 포착한다. (중략) 마음챙김은 자동조정장치를 따르는 것과 반대이고, 백일몽과도 반대이며, 현재 순간의 두드러진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또한 마음챙김은 기억을 내포하지만, 기억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고 우리의 주의와 알아차림을 현재의 경험으로 다시 환기시키기 위해서 기억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일은 백일몽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그 순간을 경험하려는 의도가 요구된다.”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 불교명상과 심리학의 만남, Christopher K. Germer 외)     


2024년 1월 19일에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를 시작한 후 6월 14일에 서울둘레길 157km를 완보했다. 완보한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아니며 그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인지 걷는 내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심지어는 노래를 부르며 걷기도 했다. 만난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며 점점 하나가 되어간다. 너의 즐거움과 고통이 나의 것이 된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길과 하나가 되고, 길벗과 하나가 된다. 우리가 길을 걷는 것이 아니고 그냥 걷는 존재만 오롯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나’나 ‘너’ 또는 ‘우리’라는 개념은 상대 개념을 만들어내고, 이는 바로 불행의 씨앗이 된다. 걸을 때는 오직 걷는 존재만 있을 뿐이다. 이 존재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걸을 뿐이다. 날씨나 주변 상황이나 길벗에 대한 호불호가 사라진 오직 걷는 존재만 있다. 자연 속을 걸으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마음챙김이다. 걸으며 발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집중한다. 마음챙김이다. 말을 하며 말을 하는 자신을 알아차린다. 마음챙김이다. 말을 들으며 듣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린다. 마음챙김이다. 걷기와 수행은 하나다. 길을 함께 걸으며 도반을 통해 배우고, 길을 통해 배우고, 마음챙김 걷기를 통해 배운다. 우리가 마음챙김 걷기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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