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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계형 디자이너다 1

시인을 꿈꾸던 문학도는 어쩌다 디자이너가 되었나.

2020. DAJIN All rights reserved.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그 아이는 <작은 아씨들(2004)>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작가를 꿈을 갖게 되었지요.

그렇게 스무 살이 된 아이는 문학도가 되었어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극본도 쓰고, 동화도 쓰고

비평문도 쓰고, 기획안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온갖 글이란 글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시간이 흘러 꽃다운 스물 여섯.

아이는 파주의 작은 출판사에 편집자가 되었어요.

글을 다루는 일이 재밌었고, 천직이라 생각했고,

이랬고, 저랬고, 그랬고....

하지만 아이는 1년 후 퇴사를 했어요.


전직원 4명의 작은 회사다 보니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일을 많이 했습니다.

편집 이외에 도서 주문, 출고, 입고, 물류관리,

온라인 마케팅, 청소, 영수증 붙이기, 북디자인...


88만원 세대의 끄트머리에 있던 저는

이 많은 일을 하면서 열정페이라고 일컫는

아주 아주 아주 작은 월급을 받았어요.

하지만 책을 만드는 일 자체가

너무나 즐거웠고, 보람 찼어요.


그렇게 1년.

저에게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들이닥쳤고,

26년만에 인생의 암울기가 찾아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용기가 나면 다뤄볼게요.)


퇴사를 했고,

직장을 다시 구해야 했고,

출판사는 가고 싶지 않았고,

선택의 순간이 제 코앞까지 왔었죠.


계속 글과 함께 생업을 이어갈 것이냐

다른 일을 찾을 것이냐.

고3 때도 하지 않았던 진로고민을

26살에 하게 되었어요.




결국 저는 디자인의 길을 택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디자인을 처음 접했는데

디자인이 저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었었거든요.


고민과 걱정은 길었지만 망설임 없이

편집디자인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인디자인이라는

어도비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수 개월 뒤,

작은 디자인회사에 편집디자이너로

취업을 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다진의 그림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픽스필즈   산그림   그라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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