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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식 Jan 26. 2024

내가 좋아하는 것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아 글을 쓰지 못하고 책을 읽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속여 보려고,

좋아하는 것들을 적는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앉아 좋아하는 미드나 야구를 보는 것.

최근에 구입한 바르고 나면 얼굴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향도 좋은 에센스.

필기감이 좋고 똥이 나오지 않는 세 가지 색 멀티펜.

작년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 받은 미니백.

따뜻하고 부드러운 베이지색 니트.

땅콩버터를 바른 부드럽고 바삭한 통밀 베이글.

완벽한 써니사이드업.

예쁘게 잘린 잘 익은 아보카도가 올라간 오픈 샌드위치.

맛있는 드립 커피.

프렌치 어니언 수프.

김치만두.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아침의 운현궁. 녹은 눈이 처마에서 떨어지는 소리.

에펠탑. 뤽상부르 공원. 베르시 빌라쥬. 마레 댄스 센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발레. 릴리컬 재즈. 현대무용.

잘 만든 뮤지컬, 연극, 무용 공연을 보는 것.

바이츠 퀸텟.

여행. 속초, 부산, 제주도.

비행기 타는 것.

도쿄와 홍콩과 베트남과 태국과 파리와 암스테르담과 런던.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일 때 서점에 가는 것.

견딜 수 없는 마음일 때 발레를 하는 것.

도망가고 싶을 때 여행을 가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해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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