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 거리에서 만난 문화, 예술, 그리고 사람들
하와이는 많은 이들에게 ‘꿈꾸는 휴양지’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야자수, 무지개와 알로하 셔츠.
하지만 이 섬에 오래 머물다 보면,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하와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관광지를 지나 로컬 마켓으로, 해변을 지나 골목으로, 나는 매일 우버를 몰며 하와이의 속살을 지나친다.
운전석 너머로 스쳐가는 사람들. 짧은 대화 속에 묻어나는 인생의 조각들.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문화, 예술, 언어, 삶의 온도.
이 연재는 내가 우버를 운전하며 만난 하와이의 이야기다.
길 위에서 듣고, 보고, 느낀 작은 기록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가는 하루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하와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하와이에 살기 시작한 지는 어느덧 1년 반이 되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지친 마음과 몸을 잠시 쉬어가기 위한 ‘한 달 살기’가 전부였다.
그 한 달이 자연스럽게 세 달이 되고, 반년이 지나고, 지금은 나의 삶터가 되었다.
하와이 안에서도 나는 오아후(Oʻahu)에 머물고 있다.
섬의 끝에서 끝까지, 차로 한 시간 반이면 충분히 돌 수 있는 작지만 활기가 넘치는 섬.
한국의 제주도보다도 조금 더 작다. 하지만 이 작은 섬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세계가 들어 있다.
매일이 축제 같기도 하고, 또 매일이 일상 같기도 한 이 섬에서, 나는 삶을 조금씩 익혀간다.
우버를 몰기 시작하면서 그 세계는 훨씬 더 다채로워졌다.
공항에서 막 도착한 여행객, 일터로 향하는 로컬 주민, 파티에 가는 대학생들, 그리고 요가 매트를 옆에 낀 새벽의 승객들.
이 섬의 일상은 똑같은 길 위에서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펼쳐진다.
덕분에 나는, 라디오보다 손님들의 입을 통해 더 빠르게 축제와 행사 소식을 듣는다.
“이번 주에 와이키키에서 레이 축제(Lei Day Festival)가 있어요!”
“노스쇼어(North Shire)에 서핑대회 가봤어요?”
“올해 하와이 트리에니얼(Hawai‘i Triennial)이 열려요”
오아후는 늘 작지만, 그 안에 열리는 순간들은 크고 다채롭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이 섬을 그저 ‘풍경 좋은 여행지’가 아닌 살아있는 장소로 만든다.
이제, 그 순간들을 기록하려 한다.
우버의 창문을 사이에 둔 짧은 만남들, 거리에서 포착한 문화의 흔적들, 생활 속에서 익혀 가는 살아있는 영어 한 마디.
하와이를 여행이 아닌 삶의 언어로 소개하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