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요 Mar 09.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1

초코 식빵 카드지갑 납시오

  언니 하리는 제주도를 좋아해서 매년 그곳으로 여행을 간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자매는 바다와 산과 같이 평소에는 자주 보지 못하는 자연경관을 만날 때마다 숨이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제주도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마주할 수 있고 자연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오름도 많다. 나 또한 제주시리즈 수채화 엽서를 만들 만큼 제주도 여행에서 다양한 영감들을 얻곤 한다. 언니 하리도 나처럼 제주 여행에서 어떤 큰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초코 식빵 펠트 카드지갑]이 그러한 이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에도 식빵을 참 좋아한다. 맛있는 식빵을 사기 위해 먼 길을 떠나기도 하고 동네 커피점에서 식빵을 팔기 시작하자 세상 뛸 듯이 기뻐했다. 언니 하리가 제주도 여행을 갔던 그날, 새로운 빵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게 창문이 식빵 모양이어서 기억에 남았다고도 한다. 빵집 창문이 식빵 모양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그 집 빵은 맛이 있을 것만 같다. 여행에서 돌아온 언니는 식빵 모티브 카드지갑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잘 구운 노릇노릇한 식빵 카드지갑을 매일 들고 다니는 상상을 하니 괜스레 배가 고파졌다.



  언니는 이 카드지갑이 식빵 모양뿐만이 아닌, 한라산을 닮은 모양이라고도 설명했다. 제주 여행을 갔을 때 빵과 더불어 한라산을 구경한 것이 마음에 남아 있었나 보다. 산과 식빵이라.. 공통점이라고는 산봉우리와 같은 모양새뿐이지만, 떠오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또, 누군가에겐 아련한 여행의 추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더 의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식빵의 테두리는 특수한 재료를 썼다. 겉면은 라탄 같이 보이지만 뒷면은 영락없는 펠트다. 이 독특한 소재 덕분에 식빵이 접시 위에 가지런하게 놓인 것만 같다. 빵집 쇼케이스에 진열됐을 때의 그 반짝거림과 같달까. 고양이 얼굴을 닮은 이목구비와 표정에서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빵 부분은 보드라운 감촉의 울펠트가 사용됐다. 때가 잘 탈 것처럼 보이지만 실사용을 해본 바로는 원단보다 때가 타지 않는다. 또, 질겨서 잘 해지거나 찢기지도 않는 장점이 있다.


  식빵의 속살과 껍데기 부분을 바느질했던 하리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던지 초코 시럽을 추가했다. 일반 식빵에서 초코 식빵으로 업그레이드시켜준 것이다. 초코 시럽 위에는 달달한 사탕 캔디(실제로는 막대비즈)를 뿌려 올렸다. 당이 당길 때 쳐다보기만 해도 당 수치가 높아질 것 같은 비주얼이 완성됐다. 카드지갑의 뒷면에는 하드 펠트로 카드칸을 만들어 주었고 카드를 여러 장 넣어도 거뜬하게 유지된다. 실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고려하고자 한 노력이 느껴진다.

 

  언니는 이 작품을 보고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 카드지갑을 보는 여러 다른 사람에게는 식빵과 관련한 새로운 추억이 생길 것이다. 추억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다니 낭만적이다. 이 카드지갑을 만드는 분들에게 언니와 같은 멋진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길 마음속 깊이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