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대의 변화

아기 키우면서 글 쓸 시간이 있어요?

by 미아취향



뱃속에 꼬물거리던 아기가 태어나고 이제 9개월을 지나고 있다.

매 순간 정신이 없었다. 아기와 나를 돌봐주던 꿈같았던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으로 오니 전쟁터였다. 먹고 놀고 잠드는 이 싸이클을 반복하고 중간에 기저귀 갈아줘야 하고 오후 6시 쯤에는 목욕을 시켰다. 그리고 난 다음, 밤에도 새벽에도 깨서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재우고 24시간 감시조로 아기를 보고 있어야 했다. 아기의 시간에 내 시간을 맞춰 지낼 수 밖에 없는 완전한 엄마의 시간으로 하루가 꽉 찼다. 밥과 반찬을 만들 정신도 없고 끼니에 맞춰서 먹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기에 엄마가 먹는 것은 모두 다 아기에게 전달이 되는데,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국에 밥 말아 후루룩 먹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이유 없이 집 밖까지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우는 날도 많았다.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서 아기를 안고 살살 흔들며 동요를 불러주기도 하고 집안에서 유모차에 태워 왔다 갔다 끌어보기도 했다. 아기 재운다고 모차르트부터 팝 가수 ‘스팅’의 노래까지 여러 노래도 들려주기도 했다. 아기 달랜다고 동요 ‘곰 세 마리’를 부르며 나도 같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렀던 날들도 많았다.




임신을 하자마자 지독하게 힘들게 했던 입덧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일상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의로 퇴사를 하는 것과 상황상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일상에서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져서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하루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 것의 대부분을 누군가에게 뺏긴 기분이었다. 7년동안 대부분의 날들은 야근과 수많은 철야를 반복하며 일했다. 힘들게 배우고 일한 것은 어디도 가지 않고 몸에 제대로 각인이 된다고,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 안에서 경력을 알차게 쌓아 나가고 있었다. 경력과 지식이 같이 성장하니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지금 하는 일에서 내가 무엇을 더 잘 하는 지 알고 있었다. 또 팀 안에서 선배와 후배의 중간 위치에 있으며 선배와 함께 웃으며 인생 조언도 많이 듣고 후배를 챙길 여유도 생겼다. 사무실에서 만든 도면과 각종 자료들을 가지고 현장 가서도 설명을 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힘들었던 현장 인부들에게도 당당하게 지시하고 내 의사를 명확히 표현 할 수 있었다. 경험과 실력이 쌓여서 자신감이 생겼던 내 모습을 보며 여태 고생했던 과거를 들춰보며 스스로 대견했었다.


이렇게 나는 회사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학교, 회사 안 밖에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내 존재를 확인하곤 했다. ‘나’로 살면서 ‘나’의 마음을 배부르게 하고 만족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엄마로 살면서 나보다 아기를 더 신경 쓰며 돌보고 있다. 당연한 변화지만 곧바로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았다. 경제적 독립을 가능하게 했고 나를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던 일터가 없어졌다. 명상으로 고요한 정신을 유지했었던 날도 없어지고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롤러 코스터를 타며 한 순간 우울이 찾아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즐거워했던 날들이 없어졌고, 평온하게 자던 밤잠도 포기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점점 나약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 할 때,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때였다.

임신, 출산 전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나는 마음의 그릇이 너무나 작았고 약한 체력은 금새 바닥나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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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읽고 커피도 마시고. 하지만 이런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커피는 늘 식어야 다 마실 수 있다.





나도 엄마가 있는데… 아기는 엄마가 돌본다. 하지만 엄마도 돌봄이 필요하다. 출산으로 인해 뼈 마디가 늘어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몸을 이끌고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하며 아기와 ‘나’, 둘을 돌봐야 했다.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기를 안는 것부터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까지, 이 모든 게 처음인 초보엄마라 늘 조심스러웠고 혹시나 내가 잘못해서 아기한테 문제가 생길까, 예민했다. 아기에게 온 신경을 쓰며 엄마로 삶을 시작했다. 아기는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고 200일도 지나고, 이제 300일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서 분유 타서 먹이고 트림시키고 놀아주면서 아침을 시작하고 졸리면 낮잠 재운다. 이 것을 몇 번을 하고 나면 아기의 하루는 끝이 난다. 집 정리와 집안일을 빠르게 하고 난 다음, 드디어 엄마가 아닌 내 시간이 시작된다.

잠들기 전까지 짧지만 소중한 시간 안에서 굶주린 마음을 배 불리기 위한 것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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