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 순 없다!

아기 키우며 책 읽을 시간이 있어요?

by 미아취향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은 몸은 엄청나게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행복한,

이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온다.

여태 살면서 이토록 행복한 순간이 어디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엄마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수백 번을 말하고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하지만 아기를 보며 엄마로서 행복한 거지, ‘나’로써의 삶을 사는 데는 허전한 공백이 생겼다. 물리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출산 전보다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거의 없다. 아니, 없다. 하루 중일 집 안에서 육아와 집안일만 해도 꽉 찼다. 새벽에도 깨서 내내 엄마만 찾는 아이가 있어 피곤이 날 따라다녔기에 아기가 낮잠 잘 때, 나도 함께 잤다. 그러다 보니 내 시간은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온전히 엄마로서의 시간들로 가득 찼고 나를 위한 시간은 만들어야 생겼다.






갈증이 시작되었다.

읽고 쓰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아기를 가지기 전부터 머릿속 물음표를 따라 지식을 열심히 읽어내고 즐기던 시간이 그리웠다. 나에게 한 시간이라도 여유 시간이 생긴다면 책만 읽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다. 아기 낳으러 병원에 가기 전에 미리 짐을 싸 놓았었는데 그 짐 속에는 전자책이 있었다. 제왕절개를 하고 회복이 많이 느리고 젖몸살을 앓고 있었기에 가지고 간 책은 읽지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왔지만, 그래도 무슨 책을 읽어볼까 인터넷서점을 뒤져보고 목록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아기띠를 하고 재울 때, 잠시나마 가벼운 전자책을 손에 들고 읽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읽느냐, 나에게 읽는 것은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습관이었다. 잠깐이라도 읽지 않으면 허전해지는, 그런 습관이 내 몸에 근육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다.




KakaoTalk_20191112_013938603.jpg



배 속에 아기를 품고 있었을 때 즐겁게 했었던 글쓰기가 떠올랐다. 블로그든 브런치든 글쓰기 모임이든, 글로써 여러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교류하고 웃고 울었던 날이 생각났다. 또 회사 다니는 동안 아침시간에 책모임을 하며 언니 오빠들과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출근을 했었던 그 아침 시간이 그리웠다. 아기를 돌보며 남편, (전화로 얘기하는) 친정 엄마, 시어머니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소통을 하고 싶었다. 한풀이에 그치는 대화는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거기에다가 회사에서 일하는 존재가 아닌 엄마로 살기 시작하면서 집 안에만 있기에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고, 그 자리를 대신 채워줄 사람이 들어온다. 내 자리는 없는 것이었다. TV를 보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도 없으니 어떻게 사람들이 사는지도 모르겠고 세상에서 나의 흔적은 점점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나 여기 있어! 여기에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내 존재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 아기를 재우고 집안일을 마친 다음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서 흰 화면에 뭐라도 쓰고 있다.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댓글도 남기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글 쓰고 여러 사람들과 공유면서 세상에서 내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아기 키우면서 어떻게 글 쓸 시간이 있어요?”

“네, 씁니다. 잠을 덜 자더라도 쓰고 싶어요. 짧게라도 써야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절박하니까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아기가 커서 엄마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길 바란다.

“엄만 이런 사람이야! 엄만 이렇게 너와 즐겁게 살고 있어!”


오늘도 나의 이야기가 한껏 담긴 글을 쓴다.


keyword
이전 15화내 인생 최대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