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몰라.
아기를 낳고 우리 세 식구가 함께한 지 이제 200일 정도가 지났다. 벌써 200일이 지났어? 싶다가도 몸과 마음이 지쳐서 200일이란 시간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종종 혼자 있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다. 주 양육자가 엄마인 ‘나’이기에 책임감으로 어깨가 한껏 무거웠고 최선을 다해 아기를 돌보고 싶어서 항상 날이 선 상태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냥 단지 잘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온전히 잘 쓰고 싶었을 뿐이었다. 또 복귀할 내 일터, 직업에 대해 걱정이 되었다. 여태껏 힘들게 쌓인 경력은 어떻게 한담, 또 야근에 절어 힘들에 일하는 이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가지고 있었기에 미래가 걱정스러웠다.
이 모든 것이 섞이고 섞여서, 날 괴롭혔다. 그리도 힘들었다.
멘토님을 만났던 날이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남산 둘레길을 걷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날이었다. 토요일이라 남편이 아기를 보고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아무리 주말에 남편이 있다고 해도 혼자 오랜 시간 나와있었던 적이 몇 번 없었다. 나와도 늘 마음이 불편했고 시계를 자주 보고 있었다.
그 날은 조금 달랐다. 날씨도 좋았고 여유 있게 둘레길을 두 시간 정도 걸었다. 꼭 뵙고 싶었던 분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참 꿈같기도 했다.
‘아기랑 떨어져 있는 이 시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반면에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아기에게 미안해졌다. 지금 우리 아기는 아빠랑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남편에게 연락을 하기도 했다.
멘토님과 이야기하다 보니, 힘들었던 지난날과 짠내 나는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 나와버렸다. 어쩌다 보니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다. 이 분의 책을 읽으며, 블로그의 글을 읽으며 나도 이분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단 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일까…
“자책하지 말고 아기한테 미안해하지 마세요. 잘하고 계신 거예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예요. 하지만 아이의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소중한 시간이에요. 아기를 키우는 지금 이 시간을 다음 길을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요? 보람 있었고 열심히 일했던 인테리어, 다시 복귀할 게 두려우면 미리 생각하지 마세요. 2년 뒤에 그때 가서도 인테리어 일이 하고 싶으면 하면 돼요. 앞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다른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눈물이 뚝 그쳤다. 끝나고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러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이 고민도 끝났다. 남편이 좋아하는 다쿠아즈 사서 집으로 바로 왔다. 마음 에너지 충전은 충분히 끝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시간이다. 현관문을 여니 남편과 우리 아기가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몇 시간만 밖에 있었을 뿐인데, 이토록 보고 싶을 줄이야.
항상 생각이 많고 궁금한 것도 많으며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런 욕심 많은 나. 그만큼 평소에 난 나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자주 들여다보고 있었다. 결혼을 했을 때는 잘 몰랐다. 매일이 연애의 연장인 것 같았다. 아기를 낳고 나니까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 세 식구 세계와 나의 세계를 어떻게 조율할까. 남편과 나, 둘만의 생활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 동안은 아기 돌보느라 정신없이 우리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없는 것처럼 살아왔다. 각기 별개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를 돌볼 시간이 전혀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기적이라고 스스로 생각이 들 때엔 죄책감도 같이 와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세 식구로써 행복하고 나로서도 행복할 수 있음을 안다. 적당히 내려놓으니까 여유도 생겼다. 너무 미래 걱정하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행복을 느껴야지. 이것만큼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그날 이후 조금씩 달라졌다.
아기가 잠들면 내 것을 하기 시작한다. 일기를 쓰고 이유식을 만들고 아기가 무엇을 잘 먹는지, 얼마만큼 먹었는지, 일지도 쓴다.
읽고 싶었던 책, 닥치는 대로 읽는다. 물론 시간이 잘 나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 시간만큼은 알차게 쓰려고 한다. 다 읽고는 어떤 걸 느꼈는지 기록한다. 또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쓴다. 매일 쓰지 못할지라도 한다.
샤워하다가 생각이 나면 나오자마자 곧바로 쓴다. 맥주를 마시다가 생각나면 다이어리에 끄적이기도 한다.
“그래, 미래에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니깐”
지금 난 행복하다.
여태 살면서 가져보지 못했고, 꿈꿔보지 못했던 크나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앞날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