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감옥'이란 무엇인가
'감정의 감옥'은 타인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자신을 사회와 단절시키는 현상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감정의 감옥'이 세워진 후,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자신을 비하하곤 했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고 살았다. 타인과의 교류에서 오는 즐거움보단 두려움, 불안함에 더 집중했기에 항상 숨기 바빴다. 나에 대한 관심을 끊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며,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기 일쑤였다. 표정은 굳어지고 말이 없으니 사람들은 내가 본인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관계를 맺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친근한 감정 없이 친구가 되기는 어려우므로, 주변에 새로운 친구가 생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방구석에만 처박혀 살 수는 없었다. 학교는 계속 다녀야 했고, 나중에는 사회생활을 해야 할 테니까. 사실, 주위의 시선이 두려웠다. 인간관계를 두려워했던 이유 중 하나가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서였는데, 반대로 이 때문에 지나치게 단절되기도 싫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폐인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고 가족을 포함해 모두가 비난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랬다. 굳은 결심을 하고, 적어도 기본생활은 하자는 마음으로 매일 현관문을 나섰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했기에 몇 안 되는 기존의 친구와 주로 어울렸다. 제한적 인간관계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이 관계들 마저도 없으면 세상 속에 진짜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 두려웠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됐었다. 만약 놓쳤다면 기본생활도 할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찔함이 지금도 남아 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의도적으로 피해온 건 사실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심어줬던, 주위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 때문이었다. 그런 사건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횟수였지만, 충격은 정말 강했다. 몇 번의 타격으로 타인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으니까. 충격은 상처가 되었다.
마음의 상처가 마음속에 '감정의 감옥'을 조금씩 세웠다. 벽이 견고히 쌓아질수록 점점 더 세상과 단절되기 시작했다. 타인에 의해 생긴 상처가 두려움을 키우고, 커진 두려움은 공포가 되었다. 나에 대한 수많은 타인들의 시선과 부정적 생각이 상상되었다. 기분 나빠하는 시선, 맘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들과 그것들을 나타내는 표정과 행동들... 그 모든 것들이 느껴지는 듯했다. 사실 상상이었지만, 당시에는 나에게 현실이었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할 것이라는 믿음. 이것이 인간관계를 회피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 믿음은 판단력과 냉철함을 잠식시켰다.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채웠다. 채워진 부정적 감정들은 인생을 집어삼켰다. 타인이 편하지 않고 항상 두렵기만 한 인생. 그게 20대 초반의 내 인생이었다.
내 인생을 그렇게 만든 사건들을 이제부터 조금씩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