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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서 Apr 22. 2018

사춘기를 보내는 따뜻한 힘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그림책 <검은새> - 이수지

“중2가 되니까 그냥 다 싫다”

제 옆자리 중2 담임 선생님께서 현정이의 교환일기를 보고 깔깔대고 웃더니 제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솔직할 수 있나 싶은 생각에 저도 웃음이 납니다. 그냥 다 싫다니, 꽤나 공격적이고도 당당한 말입니다. 그냥 싫다는 아이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춘기의 대명사인 중2 시기를 ‘중 2병’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두 세계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두 극단에서 낮과 밤이 나왔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인데 실제로는 오직 나의 부모님만이 있는 세계였다. 내가 잘 아는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이름, 사랑과 엄격한, 모범과 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삶을 분명하고 깨끗하게, 아름답고 질서 있게 하려면 이 세계에 머물러야 했다.
또 다른 세계는 우리 집 한가운데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였다.(……) 거기에는 귀신 이야기와 추잡스러운 소문들이 있었고 끔찍한 것, 유혹적인 것, 무시무시한 것 수수께끼 같은 온갖 것이 있었다. <데미안>-헤르만 헤세또 다른 세계는 우리 집 한가운데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였다.(……) 거기에는 귀신 이야기와 추잡스러운 소문들이 있었고 끔찍한 것, 유혹적인 것, 무시무시한 것 수수께끼 같은 온갖 것이 있었다. <데미안>-헤르만 헤세

그냥 싫다는 현정이의 고백처럼, 중2의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왜 모든 세상을 가시 돋힌 마음으로 밀어낼까요? 저는 소설 <데미안>의 인물인 싱클레어를 보며 사춘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설은 두 세계에 대한 싱클레어의 인식에서 시작합니다. 한 집에 두 세계가 섞여 있습니다. 그 세계는 문 안과 문 밖, 스스로 문을 열고 닫음에 따라 두 세계를 왔다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히 붙어 있습니다. 집이 그럴 텐데 싱클레어의 마음속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두 세계는 당연히 섞여있을 겁니다. 어른인 제가 그렇기 때문이지요. 싱클레어처럼 자기 안에도 두 세계가 섞여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고 놀란 시기가 바로 사춘기 아닐까하고 답을 해 봅니다.

  

저는 다시 중 2병 아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작년에 저도 중2의 담임이었기에 아이들이 하는 고민을 대략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면(persona)’같다고 생각하고 무엇이 진짜 나인지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그래서 때론 이런 자신의 마음을 가식이라며 밉다고 합니다. 두 세계가 서로 섞여있고 자기 마음의 여러 얼굴이 모두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아이들은 마치 죄를 지어 들키지 않으려 방안으로 숨어들어갑니다. 문을 꽉 닫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조언을 하는 어른이라면 가시처럼 튕겨냅니다. 혹시 사춘기를 어른의 조언으로 극복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지요. 이 세계는 그저 치열히 경험하고 몸으로 부딪혀 지나 보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혹시 주변에 중2를 맞이한 현정이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시는건 어떨까요?

“나도 그랬었어.”라고요. 그저 그 시기는 겪고, 지내고, 보내야 한다고. 멋진 조언보다는 한발짝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감해 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자유롭게 두어도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때엔 막아주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때늦은 사춘기를 맞이하고 계신 어른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내 안에 다른 내가 싫다 하더라도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라고요. 세상이 모두 나를 미워해도 나만은 나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시기를 잘 보내는 힘은 자신에 대한 긍정과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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