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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생이 Oct 23. 2024

성격이 안 맞는 팀원을 대처하는 팀장의 자세

『팀장 반성문 : 팀장에서 두 번 잘리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 EP.9

스타트업 이직 과정에서 스스로 장단점을 분석하고자 '강점 검사'를 했다. 남들보다 점수가 높은 강점을 보여주는데, 상위권에 '친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친밀>

주변의 사람들과 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끌리고, 깊은 신뢰 관계와 우정을 만들어갑니다.

당신이 맺고 있는 관계는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잘 깨어지지 않고,
서로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는 중요한 관계가 됩니다.

팀에서 이러한 특별한 관계를 통해 친밀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고,
고객을 만나게 된다면 지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골 고객으로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단,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범위가 너무 좁아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팀원들과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각자의 숨겨진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 재밌었다. 몇 만 원을 지불했음에도, 나는 신이 나서 말했다.


"저는 완벽, 단순화, 몰입, 달성, 전략, 그리고 '친밀'이라는 강점이 상위권이었어요."

"친밀이 뭐예요?"  


한 팀원이 되물었다. 강점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단어였다. 그러자 D팀원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만 잘해주는 거요."


틀린 말은 아니다. 헌데 뒷목이 물파스를 바른 것 마냥 싸해졌다. D팀원을 빤히 바라보니 은근히 시선을 피한다. 뭐라 덧붙일 말이 없었다. 입술을 깨물고 마지못해 다른 주제를 꺼냈다.  






"팀장님께 계속 인정받지 못하는 거 같아요."



"양생이 님이, E팀원과 유독 많이 친한 것 같대요."


우연히 다른 동료에게 'D팀원의 속마음'을 들었다. 나와 다른 팀원 사이가 지나치게 친해 보여 걱정을 했다고 한다.


"본인도 그렇게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나 봐요."

"아니... 이해가 잘 안 돼요. E님이 일을 잘하고 소통을 잘하시니, 당연히 제 입장에서 좋은 팀원이죠."


사람마다 생각의 알고리즘이 있다. 나는 개발자도 아닌 주제에 타인의 알고리즘이 이해가지 않으면 유독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인간관계 알고리즘'에 약했다. 사실과 관계없이 타인의 관계를 해석하는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제가 그렇다고 E님과 사적으로 만나거나, 친목을 하는 것도 아닌데... D님이 본인의 일을 잘하면 그걸로 충분한걸요."


심지어 사적인 관계를 맺지도 않았는데, 괜히 팀원을 차별하는 팀장이 된 것 같아 속상했다. '빌런 보존의 법칙'의 주인공 특성이 바로 '친목'이다. 주변 친구들은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상사를 부당하다고 여겼다. 나도 스몰토크와 친목을 유별나게 주의했다.


"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죠."


팀장이 아닐 땐, 웃어넘기고 거리를 두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D를 방치하면 직무유기였다. 이후 D와 *원온원(1 on 1) 미팅을 많이 했다. 다른 팀원과 30분을 했다면, 이 친구는 1시간 넘게 대화했다. D팀원의 신입시절부터, 직전 직장의 에피소드까지. 숨겨진 D만의 동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 원온원(1 on 1)은 실패로 끝났다. D의 불안함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나 역시 점점 지쳐만 갔다. 팀의 OKR(목표 지표)는 매월 높아지고, 다른 부서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도 힘에 부쳤다. 변명이지만, 한 사람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훗날 D는 퇴사를 선언하며 고백했다.


"양생이 님을 인정하고, 잘하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양생이 님께 계속 인정받지 못하는 것만 같아요."


우리는 서로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다행히 D는 설득 끝에 퇴사를 번복했다. 동시에 나는 팀장 경질을 당했고, 우연히 다른 스타트업의 오퍼를 받아 이직했다. 함께 풀지 못한 실타래가 뒤엉킨 채로 떠났다. 어느 매듭부터 풀었어야 했을까? 당시 나는 알지 못했다.  






이직 후 반년만에 다시 조직장이 되었다. 회사는 달랐지만 '내가 이해하기 힘든 팀원'은 계속 나타났다. 당연하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F팀원은 회사에 유독 불만이 많았다. D와 비슷하게 ‘인정 욕구'가 강하다고 느꼈다. 매번 인정을 받을 수 없는데 본인 뜻대로 '업무'와 '사람'이 안 따라줄 때마다 힘들어했다. 


나의 알고리즘은 여전히 삐걱거렸다. 타고나게 성질이 급하고 복잡한 걸 싫어한다. 바꿀 수 없는 변수는 빠르게 체념하고, 현실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공동체 생활인데, 해결할 수 없는 불평을 반복하는 F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직책을 맡은 이상 도망칠 수는 없었다. 


지난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알고리즘을 죽이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고, 그럴 수 없는 일은 공감하고 위로하는 척했다. F가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해도, 최대한 피드백을 자제했다. 10개가 있으면 의도적으로 1-2개만 하려 노력했다. 진실을 숨기고, 참았다. 참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친구와도 1시간 넘게 대화를 하곤 했다. 그런 날은 진이 빠져 꼭 술을 먹었다. 전 회사처럼 '손이 많이 간다'는 평가를 들을까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못했다. 불면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밤에 1-2번 깨는 건 일상이 되었다.


슬프게도 이 노력 역시 실패해 버렸다. 스타트업답게 '성과에 대한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1시간 넘게 불평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또한 팀의 기준을 F의 인정 욕구를 채우는데만 둘 수도 없었다. F에게 '이제 그만 불평을 해야 될 때'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후 F는 퇴사를 결정했고, 계절이 바뀐 지금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리더십의 장벽 : 에고라는 적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는 세계적인 투자의 달인이다. 그런 그도 1982년, 투자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린 적이 있다.


https://youtu.be/ojfEjtnvjak?feature=shared


멕시코가 1982년 8월에 디폴트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회사들이 '은행 위기'에 처했죠.
전 경제가 위기를 겪고 하강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제가 제대로 틀렸었죠.
전 제 돈도 잃었고 고객 돈도 잃었습니다.
직원들도 다 내보내야 했습니다.
돈을 다 날려서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려야 했습니다.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실패 이후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쓴 ≪원칙≫에서는 '좋은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큰 장벽으로 '자아(Ego)'를 꼽는다. 나도 한 때 경영진에게 '자아(Ego)'를 지적받았었다.  


Ego(에고) : 나를 뜻하는 그리스어 (Εγώ)에서 온 말. 자아, 자부심, 자존심을 뜻하는 영단어


"양생이 님. G팀원의 아이디어와 F팀원의 아이디어 중, 어떤 걸 택하겠어요?"

"... 저는 G의 아이디어를 택하겠습니다."

"F를 신뢰할 수 없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양생이 님은 에고가 센 편이에요."


언제는 의견 수렴을 많이 해서 문제였는데, 언제는 자아가 세서 또 문제라니.


"F님의 업무 성과와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님의 아이디어가 좋다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건 앞으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지점이에요."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바로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의 에고이다.

에고는 이 모든 단계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적이다.
에고를 다스리는 일은 인생을 위한 기초공사 와도 같다.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중요한 일을 할 것인가'

인생을 살다 보면 분명히 이 갈림길에 설 것이다.
존재할 것이냐 행동할 것이냐, 자네는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그런데 저는 계속 인정받지 못하는 것만 같아요.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기 힘든 팀원'의 의견을 모두 부정했는가?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 중에, 보다 엄격하게 바라보지 않았는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나의 자아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당당히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살면서 만난 어른들은 나에게 원하는 게 많았다. 전문직을 원했던 부모님, '잔소리 권한'을 가진 상사들... 20대에는 이 가스라이팅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스스로의 호오(好惡)를 명확히 알아야 많은 오지랖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단단히 쌓아 올린 '자아(Ego)라는 성'은 팀장이 되고 나니, 방어선이 아닌 장벽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팀장 경질 후 내가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찌 됐든, 좋은 팀을 만들지 못했다.
내 마음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 2화 발췌 - 


리더는 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작게는 업무 우선순위, 팀원과의 가벼운 대화부터 크게는 회사의 전략과 팀원의 인생까지. 좋은 팀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선택들은 자아가 우선이었을까, 팀이 우선이었을까.


*원온원(1 on 1) :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유래된 용어로, 관리자와 팀원이 주기적으로 1대 1로 만나 30분 이상의 대화를 나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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