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상주의, 블루 발렌타인의 시
그해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제 막 더위가 시작하려는 유월의 끝자락이었다. 완전한 여름밤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 밤에 익숙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오피스텔과 빌라가 많아 대체로 어두운 골목길에 무슨 일인지 밝은 불빛이 보였다.
'A tempo'
필기체로 된 글자 옆에 작은 그랜드피아노 모형이 그려져 있는 간판은 이곳이 피아노를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말해 주었는데, 여자가 지나가는 날에 한 번도 문을 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환기라도 시키는 건지 활짝 열린 문 안쪽 공간으로 사람의 기척이 들렸다.
띠링-.
어렴풋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으로 건반 몇 개를 튕기는 소리였다. 발길을 붙잡았다.
하지만, 굳이 피아노 소리가 아니었더라도 누구든, 지나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보았을 것이다.
손으로 튕기는 희미한 피아노 소리. 그리고 한참 동안의 정적.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자는 조금 기다리다 아쉬운 마음으로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낭만적-인상주의, 블루 발렌타인의 시'에 실린 글 중 일부분만을 적었습니다. 원본은 독립서점, 인디펍,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