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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al Young Jun 05. 2023

적당하다는 것

운동,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꽤 오랜시간 동안 적당하다는 것을 고민하면서 살아왔다. 적당하고 평범하고 싶었다.

그러기에 우리집은 가난했고, 나는 눈에 띄는 키를 가졌고, 손과 발은 유난히 못생겼으며, 성격은 유난히도 특이하였으며, 내 동생은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르게 아팠다. 하긴, 내가 지금 말하는 모든 것들은 상대적인 것이며 아마 내가 그어 놓은 어떤 기준 선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난 적당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어 놓은 선이다. 하지만 그 선은 사람들의 시선과 대화에 의해 만들어졌다. 어릴 때 난 가난하다고 눈총을 받았던 기억이 있고, 내 외모는 눈에 띄어서 비난 받았으며, 내 손과 발은 유난히 못생겼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였으며,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께는 쓸데 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 말이다.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적당한 것을 꽤나 오랫동안 바래왔던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적당함"에 맞추어져 있었다. 누구보다 앞에 있는 것도 뒤에 있는 것도 아닌 딱 50% 속에 있기 위해 정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미 평범하지 않다. 어떤 것은 누구보다 낫고 어떤 것은 누구보다 못하며 어떤 것은 누군가와 비슷하고 어떤 것은 사람들과 달랐다. 세상에 내가 생각해 놓은 그런 기준의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 있을까 과연? 아마 난 허구를 쫓아 다닌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당하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알았으면 그냥 하고 싶은것을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1등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적당함 속에 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1등을 못한 자기변명 같지만 말이다. 1등을 하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면 1등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몸이 아파서 요가를 1년동안 다닌적이 있다. 한번도 운동을 꾸준히 끝까지 해 본 적이 없는 나인데 몸이 아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가를 죽기 살기로 했던 시절이었다. 요가를 가면 선생님이 항상 이야기를 한다. 더 숙이세요!! 더더더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숙인다. 그러면 선생님이 다시 이야기 한다.


"아니! 그렇게까지 말고 적당히 숙이세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적당히를 내가 어떻게 아냐고? 적당히 숙일 수 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라는 생각이 차오른다. 예전 같으면 짜증내며 툴툴거리며 그만두거나 대충하였을텐데 몸이 아프다 보니 대충할 수가 없었다. 한번 믿어보자. 들어보자 라는 생각을 가지며 선생님이 말하는 적당히가 어디인지 찾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내 몸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적당히 라는 단어만 강조하면서 나를 지켜봐 주었다.

그런데 알고보니...."적당히" 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숙이는게 정확하게 내 몸에서 어느정도인지는 나만 찾을 수 있는 것이지 선생님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게 맞는 것이 적당한 것이었다. 남들에게 맞추어서 남들 또는 내가 속한 무리의 사람처럼 적당해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것의 기준은 나에게 있었다. 내 몸에 맞추어서 내 몸을 그 자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점차 나아지는 것. 그것이 적당한 것이었다. 1년간 요가를 하며 나는 내 몸에 맞는 적당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신기하게 다른 사람은 다 되는데 나만 안돼! 라고 생각 한 자세들도 천천히 하나씩 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해 나갔다.


사람들의 기준 속에서 적당함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적당한 것을 찾으며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요가원에 있는 많은 수련생들과 비슷한 형태의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꽤나 적당해 보였다.


사람들의 기준 속에서 무리하면서 적당하거나 평범해 지는 것보다는 나에게서 적당한 것을 찾아가다보면 어느새 내 인생은 무리 속에 섞여져서 적당해 져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만족할 만한 적당한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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