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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우유와 겨울 왕국

by 준혜이 Feb 24. 2025

    오타와까지 운전해 가는 길, 바깥 풍경이 점점 흰빛으로 눈부시게 얼어붙어간다. 길가에, 지붕 위로 쌓여 있던 눈이 휘파람 부 거센 바람에 휩쓸려 연기처럼 공중에 뿌옇게 흩날리는 가운데 도로 위를 달리는 차체마저 위태롭게 휘청거리고. 북쪽으로 기나긴 직진. 이렇게 떠나온 곳에서부터 더욱더 깊어져만 가는 겨울로 다가올 새 계절을 거슬러 오르는 도중 멈춰 선 어느 주유소 편의점 냉장고 안에서 민트 우유를 발견한다.  

    냉장고 앞을 서성이며 민트 우유를 직접 맛보고 싶진 않지만 그걸 당장 사서 누군가 마시는 걸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중학생이 애처로워,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을 주저 없이 시도해 본 다음 이전과는 다를 나를 만날 기대로 한 번, 으엑. 하지만 단단한 겨울눈에 섞여 봄으로 녹아내린 숲 빛깔의 민트 우유를 이대로 우리의 불호 속에다 모조리 낭비해 버릴 순 없어, 민트맛을 좋아한단 어떤 이를 떠올려 시음 직전 미리 찍어놓은 민트 우유 사진을 전송한다.

    불규칙적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거의 아홉 시간이나 걸려 도착. 아무 소리 없이 먹먹하기까지 한 오타와에는 벽돌 같은 눈송이가 차곡차곡 내려 쌓인 건지 익숙한 이 동네가 오늘따라 유난히 희고 네모네. 그렇다면 자, 어디 한 번 저 티 없이 온 땅을 드높인  겨울을 당신 얼굴 모양으로 녹여 볼까요. 순순히 차고 흰 바닥에다 두 무릎을 꿇고 눈 속에 고개를 처박는 아빠를 구경하는 아이들이 입김으로 깔깔. 바야흐로, 아니, 왜, 방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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