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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물리에 May 21. 2024

철학자의 겨울정원과 정원일기

땅의 예찬 - 정원으로의 여행

5월의 식물리에 서가는 '흙'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가정의 달, 감사하는 달인 5월에는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
이를 이루고 있는 흙에 대한 책들을 읽습니다.


식물리에 추천

#겨울정원 #땅 #통찰력


모네를 비롯하여 많은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은 정원에서 영감을 얻고는 했다.

그렇다면 유명한 철학자들은 정원에서 어떤 사유를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아니면 정원에서 보낸 시간들이 쌓이면 철학자가 될 수 있을까?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가곡으로 시작하는 이 책<땅의 예찬>은 베를린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는 한병철 작가의 정원에서 보낸 시간들과 생각들의 기록물이다. 저자가 인용하는 철학자들의 정원활동 그리고 정원과 자연에 대한 생각, 저자가 직접 키웠던 식물들, 그리고 정원에서 보낸 그의 시간들이 담담하게 적혀있다.


처음에는 술술 읽히기에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술술 읽게되면 저자가 글에 담아둔 깊이를 미처 다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만 앞질러가게 된다. 이 책 역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가야지만 저자가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전달하려는 '어떤 생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저자는 겨울정원을 좋아했다. 더위를 싫어하고 추위를 좋아하는 자신처럼 추위에 강한 식물들을 사랑했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식물들을 찾아서 심고, 죽이고, 실험하면서 자신의 겨울정원을 만들었다. 몇년간 그의 정원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피어나고 져갔으며 그의 사유를 도왔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땅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땅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정원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그 둘은 뗄레야 뗄 수 없으므로 이번 서가에 집어넣기로 했다)



p.32
정원에서 일하게 되 뒤로 나는 전에 몰랐던, 강하게 몸으로 느끼는 특이한 느낌을 지니게 되었다.
땅의 느낌이라고 할 만한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쩌면 땅이란 오늘날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행복과 동의어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땅으로 돌아가기란 행복으로 돌아가기가 된다.
땅은 행복의 원천이다.
오늘날 우리는 주로 세계의 디지털화라는 행진을 하면서 땅을 떠났다.
생명을 살리고 행복하게 하는 땅의 힘을 우리는 더는 느끼지 못한다.
그 힘은 모니터 크기로 줄어들고 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KBS에서 방영한 '자연의 철학자들'이라는 다큐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전국 곳곳에 있는 자신의 삶과 자연을 연결시킨 사람들을 소개하는 아주 청정하고 힐링되는 방송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연에서 크고 작은 소중한 무언가를 깨달았고 그렇기에 자신의 삶을 자연에 두고자 했다. 방송을 보다보면 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 모두가 철학자였고,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자연에게 배울 수 있음을, 도시에 있는 우리는 꽤 많은 것을 놓치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식물들이 보여주는 생존방식에서 깨우칠 수 있는 삶의 지혜는 식물을 일정 시간 이상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가 없다. 누군가 말해준다 한들 두개나 있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마음에 새길 수 없는 내용들. 모두가 이런 경험을 인생에 한 번 쯤은 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당장 식물을 경험하는 환경이 어렵다면 아쉬운대로라도 식물리에 서가의 책들을 통해 식물을 통해 삶의 통찰력과 지혜를 얻는 간접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정원 일은 내게는 고용한 명상, 고요함 속에 머무는 일이었다.
그것은 시간이 멈추어 향기를 풍기게 해주었다.

<땅의 예찬>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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