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해공 Dec 18. 2020

겨울 '잠'

봄이 올 것을 알기에 기꺼이 할 수 있는 것

어느 때보다 어두운 겨울, 나는 잠을 잡니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잡니다. 다람쥐도 고슴도치도 곰도 겨울잠을 잡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겨울엔 그렇게 잡니다. 세상이 멈춰버린 지금, 나도 잠을 자고 있습니다.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을 멈추고,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땅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말이지요.

 

 바깥은 춥고 어둡지만, 봄이 온다는 걸 알기에 걱정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겨울 내내 단어를 수집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얻을  있는 ,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느낌과 죄책감으로부터의 탈출구입니다. 어떤 죄책감이냐고요?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느끼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나는 '죄책감'이라 부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정신세계를 유지하는 밥줄과 같습니다. 그러니 생각하는 모든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도록 글을 써야만 하겠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다람쥐는 5일에 한 번 깨어나서 밥을 먹고 볼일을 본다고 합니다. 나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고 5일에 한 번 볼일을 봅니다. 뭔가 잉여스러운 나날들이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단어를 수집하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동물들은 봄이 오기까지 겨울잠을 잡니다. 그래서 나도 잠을 잡니다. 봄이 온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지금에 멈추어.

작가의 이전글 욕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