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을 켜 두는 시간
올 겨울밤은 유독 긴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거리의 불빛들이 일찍 꺼져버리니 그런 거겠죠. 작년 이 맘 땐 병원에서 퇴원하고 친구들과 조촐히 송년회도 했는데, 올해는 그런 모임 조차 가질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 보다 더 슬픈 건, 내가 좋아하고 아끼던 단골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는 거예요.
화분 하나를 사면 모종 하나 챙겨주던 인심 좋은 꽃집도, 추억의 십자수를 살 수 있던 뜨개방도, 겨울이면 따뜻한 증기를 뿜어 내던 만둣집도 이 동네를 떠났습니다. 많이 촌스럽고 낡은 곳들이었지만 따스운 정이 남아 있는, 요즘 보기 드문 가게들이었어요. 텅 빈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내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아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지만, 아쉽고 슬픈 생각은 집에 와서도 쉽게 가라앉질 않네요.
단골가게의 불빛이 꺼진 밤, 그래서 더 쓸쓸한 이 마음을 글쓰기로 달래 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망을 이곳에 옮겨 적으면서. 어떤 소망이냐고요?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같은 생각일 거예요.
어서 하루빨리 이 밤이 끝나기를
다시는 이런 밤이 오지 않기를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아침이 오기를
그리고 내가 아끼는 일상이, 가게가, 사람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밤이란 원래 빛을 켜 두는 시간이니까. 나는 오늘 밤 이렇게 소망을 환하게 켜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