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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해공 Jan 04. 2021

습관

나를 칭찬하면서 만들어가는 것

칭찬스티커를 붙여가며 습관을 만들고 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여유가 생겨 좋긴 하지만 단점도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여름휴가와 병가 말고는 쉬어본 적이 없으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모자랐던 잠을 원 없이 자고, 못 봤던 드라마들을 밤을 새 가며 정주행 하고, 읽고 싶었던 책도 몰아서 읽고, 가고 싶었던 등산도 마음껏 하고 나니, 정말 할 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할 일이 없어지니 정신이 멍해지면서 무기력증이 찾아오더군요. 하루 종일 누워서 공상만 하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처 없이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람이 이러다가 한 순간에 맛이 가는구나!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라 서점부터 찾아갔습니다. 시간이 남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는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 책 저 책 펼쳐보다가 찾게 된 것이 바로 '습관'에 관한 거였습니다. 성공을 위한 습관, 돈을 버는 습관, 책을 쓰는 습관... 자기 계발서 코너엔 습관에 관한 서적이 참 많더군요. 직장인으로 살 땐 습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단 1분도 없었으니, 이참에 나의 나쁜 생활패턴을 고쳐봐야겠다 싶어 책 한 권을 사서 정독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야심 차게 시작한 게 바로 '66일 습관 챌린지 프로젝트'입니다. 보통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기까지 66일이 걸린다고 해서 '66일'을, 나 자신을 바꾸는데 충분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챌린지'라는 단어를 붙여봤어요. 그리고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목표 습관들을 이렇게 설정해봤죠.


  7시 기상/11시 취침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유산균부터 챙겨 먹기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기 (한강 러닝 or 홈트 or 요가)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 자기 성찰하고 기록하기

  1일 1 그림/글쓰기 하기


 '나는 누구보다 게으르고 굼뜬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66일 내내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포부는 애초에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챌린지를 재미있게 완주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죠. 그러다 발견한 게 어릴 적 유치원에서 벽에 붙여 놓고 했던 '칭찬스티커 붙이기'였습니다. (다들 기억하시죠? 숙제 잘 해오면 포도알 같은 스티커를 받아서 종이에 붙이던 거) 처음엔 이 작은 스티커가 얼마나 동기부여가 될까 싶었지만 하루하루 스티커를 붙이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직접 판도 만들고 귀요미 스티커들도 구매했지요.


 그렇게 재미를 붙여가며 시작한 습관 챌린지는 벌써 41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매일매일 모든 습관을 지키진 못했어요. 거의 포기 수준에 가까운 항목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나 자신을 나무라고 싶진 않아요. 오히려 칭찬하며 세워주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좋은 얘기 듣기 힘든 세상,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건 정신 건강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66일을 완주하고 어떤 습관이 내 몸에 베이게 될까요? 운동? 자기 성찰? 겉으로 보기에 그다지 달라지는 게 없어 보여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되어있을 것 같아요. '나에게 칭찬해주는 습관'.

이런 식의 습관 형성은 '지나친 자기 존중'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요? 66일 아니! 1년이 지나도 계속하고 싶은 습관 챌린지. 쉼의 시간 동안 나를 세워나가는 이 프로젝트를 활기차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칭찬 스티커를 붙여야겠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글을 완성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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