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점을 찍는 1시간, 점심 혼자 먹는 남자 (2)
음식물을 집어 입에 넣는다
콘텐츠를 집어넣는다
이게 왜이리도 편할까
혼자 점심을 먹는다. 회사 식당에는 테이블마다 핸드폰 거치대가 놓여있다. 코로나 때부터 시작된 대기업의 지나치게 큰 배려. 오늘도 유튜브와 함께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 틈 사이로 자신을 집어넣는다. 음식물을 집어 입에 넣는다. 콘텐츠를 집어넣는다. 이게 왜이리도 편할까.
혼자 점심을 먹는 나는, 가장 먼저 내가 궁금했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이 세상은 더욱 살만 할 것일 텐데, 지나치게 스스로에게 갖는 큰 관심을 경계하면서도 짧은 문장 하나에도 '나'라는 단어를 나열한다.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명명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다가 어느 순간 핸드폰을 보지 않고 하나같이 핸드폰을 보면서 밥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괴하여 한동안은 팟캐스트를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밥을 먹는 건지, 저작운동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아예 이어폰을 들고 다니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좀비에서 사람이 될 준비를 마친 후 다른 사람들이 보인다. 혼자 밥을 먹지만, 혼자 먹는 건 아니다. 밥알을 씹는 동안 생기는 침묵에서 나는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그 양태는 각양각색. 식당 메뉴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보인다. 공장 노조가 회사를 점령할 것을 대비하여 고용된 보안 직원들의 유니폼. 사무실 청소를 돕는 아주머니들의 유니폼. 협력사에서 출장 온 것처럼 보이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곳 본사 정규직 직원들의 옷은 자유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그지 같은 생각을 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래도 대기업 노비가 좋구나. 여기서는 보안 업무를 하는 사람이나 청소를 하는 사람이나 협력사 직원이나 우리랑 똑같이 밥도 잘 먹고, 직원들과 동일하게 탕비실을 공유하고, 직원용 수면실과 안마의자에 들어가서 쉬고 나오는구나 하며 나는 마치 이 회사의 주인인 척 군다. 노예가 주인 의식을 가지면 같은 처지끼리 안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낫다며 뻐대고 싶나 보다. 밥을 먹다가 나 자신을 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사교의 장이어야 할 대기업 사무직의 점심시간을 나 홀로 보낸 지 5년째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는 나를 선택했다. 비상 상황인가 싶지만, 발길이 향하는 곳은 사람들의 틈과 품이 아닌 비상계단. 10층 정도를 쉬지 않고 오르면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두 손을 뒤로 포개어 할아버지 마냥 허리를 곧게 피고, 런지를 하듯이 대퇴사두근의 위치를 무릎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게 걸음걸이 하나에 집중한다.
마음의 점을 찍는 1시간, 점심시간.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을 했던 날일 때면 얼른 똥을 싸고 싶다. 나쁜 생각일랑 시원하게 내려버리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아, 오늘도 각 사로는 개별적 점심의 사연들로 가득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