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혼남] 슈카월드와 점심 혼자 먹는 남자

마음의 점을 찍는 1시간, 점심 혼자 먹는 남자 (3)

by AND ONE
하지만 혼밥 하는 남자에겐
오히려 단절이 곧 연결되는 일이다.
타인과 단절되는 순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점심을 혼자 먹는다. 저녁도 보통 혼자 먹는다. 요즘 혼자 밥 먹는 게 문제라고 한다. 얼마 전 발표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혼밥, 즉 고립된 식사는 단순히 혼자 밥을 먹는 행위 그 이상을 의미한단다. 뉴스와 배운 사람들의 정제된 용어로 깔끔히 정리된 뻔한 이야기들. 그래, 밥 혼자 먹으면 외롭겠지. 근데 왜 사람들이 밥을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것일까를 논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유튜버 슈카월드 채널에 모인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사실 결코 혼자 먹지 않는다. 날 모르는 누군가에겐 밥을 '혼자' 먹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슈카월드 구독자들은 실시간 채팅으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댓글창'에서 단순히 '발견'함으로써 사회적 연결감을 느낀다.


식사는 보통 사회적 연결 행위다. 유대감을 쌓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 하지만 혼밥을 하는 남자들에겐 오히려 단절이 곧 연결되는 일이다. 타인과 단절되는 순간, 내가 원하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밥을 혼자 먹는 남자들은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하소연을 슈카형에게 한다.


스마트폰이 먹어치운 하루라고 불러도 좋다. 댓글 피드가 내가 아닌 슈카형을 먹여 살리는 데 일조해도 좋다. 지독히도 외로운 순간, 아무에게도 나의 슬픔과 무기력함을 이야기할 수 없다. 말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나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내 앞의 햇반에 찰기를 더한다. '사회'에서 같이 먹는 짬밥은 어떠한가. 가끔은 타인에게 '살기'를 느끼기도 한다.


살기 위해 차려놓은 밥상. 그 밥상 위에 놓인 행복.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재밌으며, 언제든 나를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밥상 위를 정복. 행복의 전복. 사실 혼밥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던 따뜻한 밥. 다이나믹 듀오가 부르던 어머니의 된장국. 훈련 후 먹던 전투식량의 짬 내 나는 맛까지. 누군가와 같이 먹을 수 있었던 밥에는 전우애가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지금은 어떠한가. 노인네들은 오늘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빠서 국민연금으로 청년층의 미래를 걷어찬다. 걷어차이는데 소리를 지를 수가 없다. 소리를 지르면, 내 밥그릇 빼앗는 똥팔육들이 보인다. 그래도 남탓 하기 싫어서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이지 않을까 스스로를 타이른다.


난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을 뿐인데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쉬는 청년"이라고 부른다. 오늘도 기득권은 프레이밍으로 바쁘다. 본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취업난을 "쉬었음"이라고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게으른 놈이 되어버린다. 대학교도 망나니처럼 다니고, 지 앞가림할 줄 모르던 놈들이 공무원 하던 시절, 세상살이 운이 참 좋은 똥팔육들이 이제는 정년 연장을 외친다. 최루탄 던지고, 민간인 고문하던 놈들이 정치인을 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운운한다. 그러면서 취업을 해야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된단다. 이놈들 이야기에는 중요한 게 빠졌다. "어떻게 밥을 먹을 것인가", "어떻게 우리가 스스로 밥을 벌어먹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아, 여기에 술이라도 있었으면 정치 얘기까지 할 수 있는데, 우리 슈카형은 참으로 똑똑한 사람이다.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요즘은 선을 지키는 게 선(善)인 것 같다. 다들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는 사회에서는 밥맛이 떨어진다. 내일은 또 슈카형이 어떤 반찬을 가져올까? 아, 쿠팡에서 햇반을 주문할까.. 오뚜기밥을 시킬까... (몇 백 원 차이로 고민하는 나, 밥맛 떨어진다)

이전 02화[점혼남] 대기업에서 점심 혼자 먹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