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모든 행동의 촉매제다."
불안할수록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 취준생인 필자는 취업커뮤니티를 왔다갔다 하며 누구가 올린 합격 소식에, 발표 일정 공유에 촉각을 세우다가 새로운 글이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 직접 사이트를 찾아가기도 했다.
과거의 본인은 '문제 의식'을 갖고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항상 움직였다. 나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삶은 '가치관'을 묻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요즘은 다르다. 불안한 마음에 몸을 움직어거나, 불안함을 느끼기 싫어 끊임없이 움직인다. 공회전을 동력 삼아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카페와 도서관, 스터디룸 사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을 때, 내겐 커피가 필요했다. 생각이 제거된 각성 상태만이 의자에 앉아 불안없이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불안의 크기는 공백기와 비례한다. 수능과 취업 모두 재수를 하다 보면, "왜 한번에 성공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같은 일을 두 번하면, 여유가 생겨야 할터인데,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만 늘어난 것 같다. 1초의 망설임 없이, '항상 성공할 것이다. 자신감이 넘친다'와 같은 인성 검사 문항에 최고점을 주던 내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기업 공채를 쓰는 대학생들은 실시간 검색어와 연동된 불안 사이클을 갖고 있다. 'oo 채용'이라는 검색어에 자신의 합격 결과를 기대하며, 로그인을 한다. 가끔은 대문자가 포함된 비밀번호 정책 때문에 비밀번호 찾기를 누르다가 동시 접속자 순위에서도 뒤로 밀릴 때면, 그 불안은 최고조에 달하기도 한다.
시간은 흐른다. 어느덧 최종 면접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이미 면접을 본 회사에는 후회가 남고, 아직 보지 않은 회사엔 기대보다 불안이 앞서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쓰는 일 뿐이다.
김훈 작가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은 인생을 추상화하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안의 감정을 직시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오늘도 사치스러운 하루를 살고 있다. 취준생이라는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