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텐더 바 Tender Bar Ginza
2016년 9월 3일 토요일,
주오구 긴자
바 루팡으로 시작된 긴자 바 투어.
두 번째 행선지로, '하드 쉐이킹'으로 유명한 우에다 카즈오 씨가 오너 바텐더인 텐더 바 긴자에 갔다.
마치 스피크이지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뒷길로 가면 바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공연장의 출입문같이 생긴 문이 있다.
문에 무언가 붙어있길래 설마 오늘 휴무인지 걱정했지만, 드레스 코드에 대한 안내문이었다. 남성분들은 칼라 달린 옷을 입어야 입장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드디어 바에 앉았다.
일본 바들은 대개 규모가 작고, 바 오차드를 제외하면, 바텐더분들은 모두 말수가 적었다. 정말 칵테일만 만드실 뿐이었다. 텐더 바는 그 '침묵'의 정도가 가장 심했다. 모두 흰 양복을 입고 있어서 무뚝뚝한 느낌은 몇 배 이상이었다.
내자동의 텐더 바 서울에서 긴자의 텐더 바에 가게 되면 김렛을 마셔보라고 추천해서, 김렛을 주문했다. 그런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진 베이스 칵테일을 좋아하지만, 당시에는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김렛이 별로였던 이유는, 우에다 씨의 김렛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시 우에다 씨가 부재중이라, 그분이 만든 김렛을 마시지 못했다.
김렛보다는 오히려 기본 안주로 나오는 튀긴 완두콩이 더 맛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문 뒤에서 우에다 씨가 등장했다. 서비스가 별로인 데다가 김렛도 마음에 안 들어서 한 잔만 마시고 나가려고 했는데, 우에다 씨의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나와 D도 한 잔씩 더 시켰다.
왼쪽의 파란색 칵테일은 M30, 오른쪽 주황색 칵테일은 마리아 엘레나이다. M30은 보드카 베이스, 마리아 엘레나는 럼 베이스이다. 나는 예전엔 럼을 좋아했기에 럼 베이스인 마리아 엘레나를 주문했다.
우에다 씨는 칵테일을 만들 때 술을 계량하는 도구인 지거를 사용하지 않고 칵테일을 만든다. 계측 도구가 없는데, 신기하게 칵테일 잔에 딱 맞추어 나왔다. 잔의 경계에 맞닿아 찰랑거리기 때문에 흘리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마리아 엘레나에 베이스로 사용된 기주는 Ronrigo라는 생소한 럼이었다. 그리 고가의 럼은 아닌 것 같았다.
김렛은 별로였지만, 두 가지 시그니처 칵테일은 맛있었다. 어쩌면 김렛의 경우도, 우에다 씨가 만든 김렛은 달랐을지 모르겠다.
무뚝뚝, 불친절, 비싼 가격의 3박자였다.
내자동 텐더 바 사장님의 스승님인 우에다 씨가 이끄는 하드 쉐이킹의 명가, 텐더 바 긴자. 처음에 제자들이 만들었던 김렛은 조금 실망스러웠으나 오너 바텐더가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 맛은 훌륭했다. 그러나 자릿값인 커버 차지가 무려 1,800엔이었다. 거의 칵테일 한 잔 값이라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유명인의 하드 쉐이킹을 본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쉐이킹 장면은 촬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