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옮기지 못할 인생은 없다

by 황상열

오늘도 한 사내는 밤거리를 헤메고 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누구라도 만나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이 집 근처 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천천히 오라고 한다. 세수만 하고 모자를 쓰고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누가 봐도 백수처럼 보였다. 면도 한지 오래되다 보니 수염도 덥수룩했다.


술집 문을 여니 양복 차림에 말끔한 모습의 지인이 한 구석 자리에 앉아있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런 복장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본 지인은 그만 좀 한숨 쉬라고 타박한다. 그 한마디에 또 울컥해서 답답해서 그렇다고 소리쳤다. 이런 모습에 익숙했던 그는 신경쓰지 않고 메뉴판을 보더니 오뎅탕과 소주를 시켰다. 소주 한 잔을 따라주는 지인이 다시 말했다.

“잠시 쉰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열심히 잘 달려왔잖아. 힘내라.”


“니가 뭘 안다고 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 못 놀아. 일해야 된다고!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인생인데. 잠시라도 쉬는 게 나에게 사치야.”

“그럼, 네 마음대로 해. 사람이 좀 이야기를 하면 들어야지. 너는 왜 이렇게 삐딱하게 보냐? 그러니까 회사에서 잘린 거 아냐?”

“말 다했냐? 위로해 준다고 불러놓고, 염장 지르는 거냐?”

“됐다. 그만 만나자. 연락하지 마라. 매사에 부정적이라 내가 더 힘들다.”


소주 한 병만 마시고 그와 헤어졌다.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매스껍다. 집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새벽이다. 다리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식은땀이 났다. 다시 눈을 감았다.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 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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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날 만나줄 사람도 없었다. 회사에서 잘나가던 시절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들은 정작 내가 도움을 요청하자 받지 않았다. 아무도 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참 허무하다는 것을 그때 제대로 깨달았다. 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까지. 이 답답한 마음과 공허한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이제 더 이상 술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컴퓨터가 보였다. 전원을 켜고 한글창을 열었다. 그 당시에 읽었던 책 중에 마음이 답답하면 글을 한 번 써보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그래!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 아무말 대잔치도 좋으니까! 지금 나의 상황과 감정을 느끼는 대로 모니터를 보며 자판을 두드렸다. 5줄 정도 쓰니 더 이상 쓸 말이 없었다. 내가 쓴 글을 읽었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2015년 1월 어느 날에 있었던 일이다. 그 날 이후로 매일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많은 질문을 떠올리면서 생각나는 대로 가감 없이 한글창에 글을 썼다. 그 중에 일부분을 블로그에도 같이 올렸다. 글쓰기 강의도 듣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요령과 기술도 익혔다. 책을 읽고 리뷰도 썼다. 내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 일도 쓰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느낀 점도 기록했다. 그렇게 매일 쓰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8년 넘게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꾸준하게 닥치고 쓴 덕분에 많은 기회를 잡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깨달은 점은 하나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글로 옮기면 작품이 된다는 사실을. 글로 옮기지 못할 인생은 없다는 것을. 평범한 일상을 계속 쓰다 보면 그 자체가 특별해 진다는 것을. 여전히 부족한 필력에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쓰기로 인생을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매력을 알아가면 좋겠다.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쓰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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