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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볍게 만드는 방법

by 황상열

“휴! 내일 협의는 또 어떻게 진행될까?”


밤늦은 퇴근길에 한 남자가 하늘을 한번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고 있다. 집 앞에서 들어가지 않고 멍하니 한참을 서 있다. 환환 가로등이 비추는 그의 얼굴은 찌푸려져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또 걱정한다. 집에 들어가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들어와 같이 놀자고 해도 대꾸도 없다. 오히려 아빠 힘드니까 나가라고 소리친다. 아이는 깜짝 놀라 방을 나가고 문을 닫았다. 그는 책상에 엎드려 계속 한숨만 쉬고 있다. 아내는 제발 집에서는 일 생각 좀 그만하라고 이야기하지만, 그의 귀에는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철저하게 혼자 고립된 상태가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그’는 바로 나다. 딱 1년 전 내 모습을 묘사했다. 2023년 연말 다시 희망퇴직을 당하고 나서 인생의 풍랑을 만났다. 이젠 마흔 후반의 나이라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크진 않지만 그래도 작은 설계회사로 2024년 1월 바로 이직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절대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설계 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사실만으로 인상이 구겨졌다. 내 머릿속은 부정적인 사고로 가득했다. 매 순간 집중하지 못하니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 인생 자체를 무겁고 진지하게 여겼다. 물론 그런 순간도 있어야 하지만, 나는 작은 일도 너무 크게 걱정했다.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으로 매 순간을 고통스럽게 지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종일 나 자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즐겁게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끌려가는 인생을 살았다.


주변에서 네 인생 자체가 지금도 나쁘지 않고, 걱정이나 고민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냥 나를 좀 내버려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작년 가을부터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도 가볍게 살면서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면서 살면 되는데, 왜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에크하르트 톨레 책을 꺼냈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요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삶은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만큼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생이 본래 가지고 있는 문제나 상황보다 우리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해석이 훨씬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내 모습이 그랬다. 매번 현재의 단순한 사실을 부정적인 상상이나 시나리오로 확대하다 보니 내 마음은 늘 복잡하고 비참했다.


이제는 삶을 좀 가볍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하루만 충실하게 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자.” 등이 내 인생모토가 되었다. 어떤 문제나 일이 생겨도 해결책을 찾고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고 있다. 삶을 가볍게 사는 몇 가지 방법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각과 현실을 분리한다. 힘든 상황에 이 감정이 실제 상황인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인지 질문하고 알아차리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둘째, 현재의 순간으로 빨리 돌아온다. 걱정과 불안은 대부분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상상에서 나온다. 그럴 때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자. 셋째, 가벼운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인다. 일이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도 “그럴 수도 있지.” 라고 가볍게 흘려버리면 좋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운동할 때도 이제는 그 순간에만 집중한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며 웃어 넘겨 버리고 있다. 정말 삶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더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가볍게 넘기고, 단순하게 오늘 하루의 삶에 집중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앞으로는 너무 인생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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