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유혹을 접한다. 술, 돈, 이성이다. 대리, 과장 시기는 결혼 적령기다. 갓 결혼을 했거나, 어린 자녀를 둔 경우도 있다. 힘들게 조직에 들어와 조금씩 안정감을 찾는 시기임과 동시에 여전히 젊은 매력이 넘치는 때다. 동료들과 가끔 회식도 하고, 끼리끼리 술도 한 잔 기울인다. 요즘은 줄었지만, 흥에 겨워 노래방까지도 간다. 이 모든 과정에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술을 조심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점잖던 사람도 술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술에 취하면 감성이 앞선다. 동료가 이성으로 보이기도 하고, 협력사도 편하게 대하게 된다. 말과 행동이 자유분방해지면서 꼭 실수를 한다. 성희롱을 하거나, 추태를 부리는 등 누르고 있던 본성이 드러난다. 술자리 실수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주량을 미리 알고, 실수할 것 같으면 절제해야 한다. 아무리 친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여도 실수는 순식간에 회사로 퍼져 나간다. 모두 만취한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반드시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
나도 후배들 앞에서 만취해 신입사원들이 양 어깨를 부축해 집까지 데려다 준 적도 있었고, 힘들다고 구성원들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부끄럽다. 완전히 필름이 끊겨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성희롱도 수차례 당했다. 지금은 큰 이슈가 되겠지만, 당시에는 허다했다. 예전에 당한 걸 요즘의 기준으로 적용하면 200명은 집에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인정받지 못한다. 성희롱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감정이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직원도 예외가 없다. 많은 감사 이슈가 술과 관련된 것이었다. 술을 마셔도, 취해도 '자기 절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조직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돈이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지만, 일하다 보면 금전의 유혹이 생긴다. 협력사, 납품거래처 등과의 관계에서 현금, 상품권, 현물의 유혹을 받는다. 작은 거니까, 성의니까 받으셔도 된다고 한다. 순간 잠깐 흔들린다. 받을까? 아무도 모를 텐데...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제든 반드시 밝혀진다. 대가성의 무언가를 받는 순간부터 자유를 잃는다. 협력사와 납품업체의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 객관성을 잃게 된다. 서로 사이가 좋을 때는 아무 일도 없다. 작은 일로 서운함이 생겼을 때 치명적인 무기로 돌아온다. 실제 감사를 받게 되면 협력사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뇌물을, 어떤 방식으로 줬는지 낱낱이 공개된다. 뇌물 대상자가 적힌 수첩이 통째로 감사팀에 건네지기도 한다.
과장 때였다. 협력사 회장님이 경기 소재 회사로 방문해 달라 하셨다. 당연히 미팅인 줄 알고 팀원 한 명을 동행해서 갔는데, 회장님 집무실에 양주와 안주가 세팅되어 있었다. 제품 얘기 조금 하다가 바로 폭탄주를 돌리기 시작했다. 매우 당황했으나, 워낙 고령이셨고, 베스트셀러 제품을 판매하고 계셨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기분 좋아진 회장님은 제품 독점 공급을 약속하셨다. 대낮에 과음을 한 터라 회사로 복귀하지 못하고, 반차를 내고 집으로 갔는데, 뒷 좌석에 양주 한 병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꽤 고가로 기억한다. 다음날 팀장님께 상황을 보고 드리고, 따뜻한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는 손편지와 함께 양주를 다시 택배로 보내드렸다. 전날 분위기가 깨져 기분이 상하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었다. 회장님이 내가 보낸 손 편지를 복사해 전 직원에게 돌렸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이런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몇 차례 회의에서도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후 오랫동안 양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투잡(겸직)도 안된다. 사규에 겸직을 허용하는 회사라면 괜찮다. 그러나 대부분은 겸직허용 불가일 것이다. 본업에 신경 쓸 에너지가 분산된다. 특히, 업무와 관련된 겸직은 부정을 저지를 소지가 크다. 사규를 정확히 알아보고 겸직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몰래 한다고? 세상에 몰래는 없다. 바로 들킨다. 정보보안도 매우 중요하다. 무심코 보낸 메일이 큰 부메랑이 되어 오는 경우도 많다. 회사 서버에서 보내는 모든 메일은 회사가 보고 있다. 아니, 일거수일투족을 회사에게 노출당한다고 보는 게 현명하다. 특히 회사 메신저 대화내용, 인트라넷으로 주고받은 모든 메일은 한 글자, 한 글자 다 오픈되어 있다.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특히 보안문제는 개인뿐 아니라 회사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난 수십 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지위에서 오는 책임을 제외하고, 개인적인 이슈로 감사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의사결정 은 품의서나 메일로 남겨놓았다. 미래 임원을 생각하고 있다면 절대 회사에 흠 잡힐 만한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다음은 이성관계이다.(9/16일 연재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