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던 앙카라 행

우여곡절 끝에 아나톨리아 평원을 넘어 터키 땅 중심부에 들어오다

by 이철현

여행이 계획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면 몸이 고달파진다. 나흘간 이스탄불 여행을 마치고 흑해에 연한 샤프란 볼루 여행에 나섰다. 이스탄불 한인민박 상상이스탄불이 차려준 닭볶음탕과 오이냉채에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이스탄불 중심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오토가르(시외버스 터미널)에 왔다. 오전 11시 전에 도착했으니 계획대로라면 오후 5시쯤 샤프란 볼루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예상은 버스표를 사기 위해 여행사에 들어서자마자 엇나갔다. 오후 6시 표만 있단다. 그럼 샤프란 볼루까지 6시간 걸린다고 하니 자정 가까이 되설랑 도착하니 그 시간에 숙소를 구하기 힘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터미널 매표소에서 표를 살 수 있으나 터키는 여행사마다 표를 갖고 있어 오토가르에 줄지어 늘어선 여행사 매표소마다 들러 물어야 했다. 하지만 내일까지 전석 매진이라 샤프란 볼루에 갈 방법이 없단다. 이스탄불에 이틀이나 더 체류하자니 시간이 아까웠다. 이에 일단 다음 기착지인 터키 수도 앙카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앙카라 표는 많았다. 12시15분 출발하니 앙카라까지 오후 6시15분이면 도착하리라 예상했다.


여행 가이드북에 적혀있는 것과 달리 이스탄불에서 앙카라까지는 8시간가량 걸렸다. 어제 잠을 설치는 바람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8시간을 달렸다. 구릉 사이에 펼쳐진 평원과 그 너머 배경처럼 버틴 거친 산악이 황량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한 광경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숲은 우거졌으나 깊지 않았고 밀밭은 단속적으로 펼쳐졌으나 흑이 고스란히 노출된 황무지가 상당했다. 산은 침식과 풍화를 거치면서 날카롭게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위용을 과시했다. 들고 싶은 한국 산과 달리 가까이하기에 겁나는 모습이었다.

아나톨리아1.jpg 터키 중심지 아나톨리아 전경

오후 8시 넘어서 오토가르에 도착했다. 여기서 관광지와 숙소가 몰려 있는 울루스까지 들어가는 시간까지 합치면 오후 9시 넘어야 숙소를 구할 수 있을 듯했다. 여차하면 길바닥에서 노숙할 위기에 처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가장 먼저 보이는 터키인에게 “올루스”를 반복해서 말했다. 터키인 중에 영어하는 이를 찾기란 사막에서 개구리 찾기보다 어려웠다. 이 사람도 영어는 못 알아들었지만 올루스라는 지명만 듣고 내게 따라오라고 하더니 앞장서 걸었다.


한참 여기저기 터키인들에게 묻더니 나를 올루스행 세르비스(여행사가 무료로 운행하는 간이버스) 앞에 데려다 줬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갔다. 이 낯선 터키인의 친절에 감동했다. 하지만 이내 올루스에서 내리는 게 관건이었다. 지나치면 이 버스가 어디로 갈지 모를 노릇이었다. 걱정한대로 버스 종점까지 갔다. 올루스가 어딘지 알아야 내리지. 끙. 종점에서 구글맵을 켜고 숙소 부근에 있는 울루스광장을 검색했더니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mug_obj_201401030219098216.jpg 전형적인 아나톨리아 전경

1.5 Km가량 걸으며 지나가는 터키 청소년들에게 물어 예니호텔를 찾아냈다. 오후 10시 가까이 체크하기 위해 나타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 호텔 매니저는 가장 비싼 방을 줬다. 난 싱글을 달라고 했더니 더불 침대와 싱글 침대가 있는 3인실 방을 배정했다.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하룻밤 숙박료는 80 터키리라. 가이드북에서 50 터키리라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한화로 계산하니깐 1만5천원밖에 안되는 터라 계산하고 묵었다. 대신 무선인터넷이 빵빵 터진다.


이 매니저에게 샤프란 볼루 가는 길을 물었더니 앙카라에서 출발하는 샤프란 볼루행 버스 티켓은 많을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호텔에서 오토가르 거쳐 샤프란 볼루 가능 법과 버스 운행시간, 요금까지 상세히 알려주었다. 내일 오후 3시까지 앙카로 관광지를 돌아다닌 뒤 오후 4시쯤 샤프란 볼루행 버스를 탈 계획이다. 앙카라에서 샤프란 볼루까지 3시간 걸린다고 하니 오후 7시엔 도착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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