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좋다지만, 긴 어둠이 낀 터널을 달리는 것과 같은 우리들의 삶이
만약 행복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내가 했던 첫번 째 고민이었다.
너무나도 바쁘게 살았고, 감당할 수 없을만큼 과다한 일을 벌여놨었고,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밤을 지새는 경우가 많았다.
자다가 일어나서 동영상을 제출하고 컴퓨터 앞에서 잠든 내 모습을 보곤
이렇게 살아도 되는게 맞는 건지, 이게 치열하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용기를 내어 아마존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내 인생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나이와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거나고단한 것은 없었다. 아마존 마라톤 출전 하기 전, 낙동강에서 열린 200km 논스톱 레이스를 뛸 때, 전 날 까지 코피를 흘리며 기말고사 준비를 하였고, 대구로 가는
버스에서 죽은 듯이 잠들었고, 시험 자료를 가방에 넣어 밥먹는 시간을 쪼개 보며
28시간을 달렸다. 당시 내 인생 첫번 째 마라톤 완주 실패였지만 이 후에
마라톤을 달리면서 힘들다거나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많은 생각들을 머릿 속에 담아 아마존으로 들어갔다.
"유서", 아마존 대회에 출전할 당시에는 대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지 못했다.
다만 실제로 재규어를 만날 수도 있다라는 것과 응급 상황에서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
브라질 군인이 가드로 총을 들고 있다는 "썰"을 들었으나 그런 것은 없다고 주최 측에서 말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때의 가이드 라인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재규어를 보면 높은 나무로 올라가 재규어의 머리를 발로 차라, 재규어를 만난다면 몸집이
큰 사람처럼 하고 지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바로 공격에 들어갈 것이다."
아마존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전에 출했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2011년
이후 다시한 번 출전한다는 백두, 애런과 배안에서 처음 만났다. 둘다 영국에서 직업 경찰이다.
아마존 마라톤을 계기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 이동진형과 함께 달렸던 경험이 있는 이들과
무척이나 친해지게 되었다. 레이스를 하며 체크 포인트에서 내 다리를 치료도 해주고,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고 마사지도 해주었다. 아쉽게도 가장 친해진 애런은 첫 날 아마존의 커다란 벌집을 건드린 선수로 인해 20명 정도가 공격을 당했는데, 그 부상으로 대회를 더 이상 달리지
못했다. 정글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었고, 내 앞 날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러한 복잡한 심경으로 유서를 작성했다. 내가 설령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선택이었고,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존경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었다.
젊은 날에 유서를 작성해 보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나의 인생에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정글 마라톤에 가고 싶었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답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예측 불가능한 일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나는 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되는 사람보다 내일 죽어서 없어지고 남에게 기억되지
않더라도 삶을 살더라도 내 안에서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나는 정글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고, 내 인생에 아직까지 찾지 못한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으러 갔다라고 말할 것이다.
"유서"는 나의 인생에 커다란 의미였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을 가졌노라고 세상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당신도 그러한 삶의 의미를 당신의 삶 안에서 유의미하게 찾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었다.
나는 당신의 삶을 존중하고 있으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이것이 비춰지든 상관없다라는 것이다. 유서를 작성하며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들의 실타래 100억개 중 반개 정도 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존으로 향하는 16시간 동안 누군가는 승리의 기쁨,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설레임으로 가득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그토록 아마존에 가고 싶었는지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았다. 아마존 레이스를 완주하고, 완주 메달이 보이는 곳에서
이 유서를 불에 태웠다.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