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바 May 21. 2020

무의식적인 생각의 전파

하지만 이런 생각의 전파는 꼭 의식적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에선 의식적으로 생각을 전파하는 경우보다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전파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프레이밍엄의 12,067명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네트워크를 연구한 하버드대 사회학자이자 의대 교수인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Nicholas A. Christakis)와 캘리포니아대 정치학자 제임스 파울러(James H. Fowler)의 저서 <행복은 전염된다(Connected)>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떤 한 사람이 지금 몹시 행복할 경우, 그 사람의 친구(1단계 거리)가 행복할 확률은 15% 더 높아지고, 친구의 친구(2단계 거리)가 행복할 확률은 10% 더 높으며,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이 행복할 확률은 6% 정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4단계를 넘어서면 그 효과는 사라졌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3단계 영향 규칙(Three Degrees of Influence Rule)'이라 명명했습니다.


이때, 우리의 1.6km 반경 안에 살고 있는 친구가 행복하면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질 확률은 약 25%나 증가하는 반면, 1.6km밖에 사는 친구의 행복은 그리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한 사람이 행복할 경우 반경 1.6km 안에 사는 형제가 덩달아 행복할 확률은 14% 높지만, 먼 곳에 사는 형제는 별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감정의 확산에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자주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멀리 살고 있는 친구나 가족은 가까이 사는 경우보다 자주 만나고, 자주 상호작용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추측됩니다.


이런 경우는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낮에 직장생활을 하는 제 와이프의 직장 동료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그 직장 동료는 부정적인 언행으로 제 와이프의 기분도 나쁘게 만들 확률이 높으며, 그 결과 와이프의 감정은 제게도 전달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 과정은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보다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감정이 생각의 일종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어떤 사물이나 행동에 대한 태도를 만들고 의욕을 불어넣거나 의욕을 상실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감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처럼 아주 구체적이진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생각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평상시 어떤 새로운 상품/서비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으나, 어느 날 기분이 좋은 상태로 그것을 마주한다면 그것을 흔쾌히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평상시 좋아하던 음식도 지금 내 감정이 좋지 않다면 다른 때처럼 아주 맛있게 먹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감정이나 상태가 일종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전 09화 의식적인 생각의 전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