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Shift Me 03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Shift 버튼을 누를 시간

by 나린

“엄마! 나 마스크 좀!”

현관문 앞에서 다급히 엄마를 불렀다.

“가방에 몇 개 넣어놓고 다녀.”

“에휴, 이놈의 마스크 이제 제발 그만 쓰고 싶다.”


한숨을 내쉬며 익숙하게 마스크를 썼다. 매일 아침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적응될 때도 됐건만 여전히 불편하다. 이제는 거리에서 마스크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총을 받는다. 마스크와 물아일체가 된 일상을 보낸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 19로 인해 바뀐 일상의 모습 중 하나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은 생활 속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올해 3월까지는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이렇게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두 달이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 19는 모두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퍼져갔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이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극심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SNS에는 불안을 극대화시키는 기사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뉴스에는 연일 이와 관련된 속보로 잠잠할 날이 없다.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여행업이나 무역업에 관련한 업체들이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국가 간의 교류에도 큰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인종 차별 이슈까지 생겨났으며, 급격한 경제난과 치솟는 실업률, 마스크와 소독제 품귀 현상 등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몇 개월 사이에 벌어졌다.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상 속에서 삶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길고 긴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월 한창 벚꽃이 흩날릴 무렵, 꽃구경은커녕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져 언제 꽃이 피고 졌는지도 모르게 집 안에서만 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거리에는 여기저기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를 강조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주변에서는 손 세정제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점점 현실화가 되어감을 느낄 정도로 우리는 몇 개월 사이에 전혀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아무런 대비도 없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앞두고 우리의 삶에는 뉴 노멀(New Normal)이 등장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 새롭게 만들어진 ‘표준’이 등장한 것이다. 개인 위생은 물론 모든 부분에 있어 새로운 환경에 맞게 요구되는 것들이 생겨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 4차 산업 혁명의 가속화이다. 코로나는 지난 4년간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왔던 4차 산업 혁명을 단 몇 개월 만에 급진전시켰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4차 산업의 대표되는 기술들이 삶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고 녹아들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으며,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행했고, 문화계에서도 온라인으로 여러 행사를 열었다. 어디를 가든 QR코드로 자신을 인증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뉴노멀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가 가져다줄 뉴 노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금은 기존 파일 삭제, 새로운 인생의 기준을 찾을 때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아.”

코로나 때문에 사적인 만남을 자제하다가 몇 달 만에 정말 큰마음 먹고 친구를 만났다. 며칠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친구는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마냥 즐길 수 없는 여유로움이었다. 코로나가 경제에 끼친 영향이 점차 개인의 삶의 방식에까지 여파를 미치기 시작했다. 실업자가 급증했고,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기회를 잃었다. 뜻하지 않게 생존을 위협당한 모두가 패닉에 빠졌다. 그 누구도 이런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는 기존의 변화 속도를 몇 배로 앞당겼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일상에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 바로 ‘비대면화’이다. 우리에게 ‘거리 두기’라는 단어는 일상화가 되었고, 사람들과의 모임은 물론 경제 활동까지도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점이 있다. 모든 것이 비대면화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과의 연결이 단절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오프라인에서의 직접 대면이 줄었을 뿐, 온라인상에서는 연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단,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과 다르게 ‘아무나’ 만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대면화가 강화될수록 우리는 그 안에서 나에게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검증한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자신의 필요를 증명하고, 타인에게 이득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만이 ‘만남’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필요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이고,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위협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은 많은 삶에 많은 부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불현듯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무서워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려와서 빠르고 강하게 우리를 뒤흔들 것이다. 그럴수록 개인의 아이덴티티, 즉 개인의 나다움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확실히 ‘이상한 나라’가 맞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에도 언제나 기준은 존재한다. 이상한 나라에 발을 디뎠다면 빨리 새로운 기준을 찾아내서 그 속의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 앨리스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지만, 우리가 발을 디딘 이상한 나라는 언젠가 깨어날 꿈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다. 이처럼 사람들과의 만남과 모임이 필요함과 불필요함을 기준으로 선별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이다. 나는 도리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필요를 증명하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세상은 떠들썩하다. 언제쯤 이 사태가 나아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속에서 자신의 인생의 새로운 기준을 찾아내어 뉴 노멀로 만들어내는 사람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웃는 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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