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린 Apr 05. 2021

프롤로그

나는 상담을 받습니다.

요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심리 상담을 받는다. 돌이켜보면 몇 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일이 생겼다. 이번이 벌써 3번째다. 20대 초중반을 거치며 6개월씩 두번의 상담을 받았고, 서른을 앞둔 지금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았다.


처음 내 손으로 직접 상담 신청을 했을때가 떠오른다. 그 당시 나는 위태로움과 독기로 가득한 일상 속에서 어딘가에 미쳐있음과 동시에 어딘가 나사빠진것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는 일종 정신착란 상태. 종종 나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기도했다. 이 악물고 하루 하루를 버티기에 바빴으며, 그러다 결국 아무에게도 드러낼 수 없었던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자각이 든 순간, 나는 내 발로 상담소를 찾아갔다. 그 당시 내가 상담을 받고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으며, 알고있는 사람 또한 아주 극소수였다. 나의 일상은 철저히 두 얼굴을 한 채 흘러갔다. 어쩌면 아직은 덜 익은, 채 성숙하지 못한 마음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청춘의 민낯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 바쁜 일상에 치여 감정보단 이성의 지배로 움직이는 일들로 정신없는 삶을 살다가 한번씩 극심한 열병을 앓았다. 그렇게 약 3년 만에 다시 상담소를 찾았다. 처음보단 조금 수월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음에도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에 갉아먹히지 않도록, 타인이 알아주기 전에 내가 나를 알아차리고 사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몰아가기 전에 내가 나를 살릴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은 삶에 대한 애착이 낳은 발악이기도 했다.

나는 나의 삶이 따뜻하기를 바랐다.


지금부터의 기록은, 내 삶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