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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Oct 14. 2024

고백록?혹은 생각의 단편 그 어딘가 : 나의 인생 철학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인생’과 ‘철학’이라는 단어를 함께 묶어보니 그 무게가 사뭇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는 과연 나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서른한 살의 내 삶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사랑'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나의 인생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이데거가 그토록 주장했던 철학과 반대되는 삶을 살았던 것처럼, 니체가 주체적인 창조를 외쳤지만 결국 정신병으로 무너져 내린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철학과는 먼 삶을 살아가는 순간이 더 많다. 그러나 만약 철학이란 것이 단순히 삶을 해석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걸어가는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 같은 것이라면, 그런 의미에서는 나에게도 인생철학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는 어떻게 생존하고,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가야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내가 놓지 않고 싶은 단 하나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그것이 설령 내 삶에 고통을 주더라도 말이다.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쉽게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현혹된다. 이것이 우리가 점점 ‘사랑’을 잃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으니,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지혜를 소유할 수 없다고 하듯, 나는 소유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사랑, 지혜, 용기 같은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두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나의 '사랑'이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형태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내가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 속에서 말이다.


이제 나에게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철학을 눈에 보이는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을까?


사랑이 감정이나 이상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과 선택 속에서 드러나길 바란다. 가령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심 어린 경청과 공감을 실천하는 것,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작은 친절과 도움을 베푸는 것들 말이다. 사랑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기에 그렇다. 물론 지금 나의 일상에서 이런 것들을 실천하기란 죽기보다 힘들다. 그것이 너무 어려워 때로는 사람들 틈에서 뒤로 물러서는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철학을  붙잡고싶다.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가치를 '소유'에서 '존재'로 옮겨가고 싶다. 사랑은 물질로 소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 많이 가졌다는 것보다 더 많이 나누었다는 사실에서 나의 의미를 찾고 싶다.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랑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을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이어가는 길이다.


이런 철학이 나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철학을 완성해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훗날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가장 철학적이고도 큰 물음에 대해 다른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이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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