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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Oct 23. 2018

행복을 찾는 방법, 세 번째

페루 : 마추픽추

"우린 지금 행복한 걸까?”

"행복한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행복한 거야?"

"행복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불행하고 싶지 않은 거야?”


누군가가 당신은 행복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행복하냐고. “아니, 난 행복하지 않아.” 그 대답이 마음속에 가득 찬 순간 슬픔이 밀려왔다. 도대체 우리가 정의 내리는 ‘행복’은 무엇일까.


마추픽추를 다녀오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맞은편에 앉은 외국인 노부부에게 지금 당신들에게 행복은 무엇이냐 물었던 기억이 있다. 내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게 행복이라 했다. 그리고는 지금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해 슬프다는 말을 덧붙였다. 곧이어 옆에 있던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나에겐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행복이야. 그래서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서로를 향해 웃어 보였다. 고민한 시간에 비해 너무나도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되물었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그때의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대답하지 못했을까. 누구보다 간절하게 오고 싶었던 여행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었으며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왜 나는 행복하다 대답하지 못했을까.


페루 마추픽추에서. 그곳에 있는 순간 이미 나는 행복한 거였다.


내가 찾아 헤맨 행복의 실체는 무엇이었던 걸까? 스피노자가 말하길 행복은 내면 안에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채울 수 있는 것도, 무언가를 소유해야 하는 것도 아닌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고 했다. 분명 나는 행복을 찾아서 내 의지로 이곳에 왔다. 이미 그 순간 행복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간단하고도 쉬운 이 사실을 잊은 채 실체 없는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 애썼다.


우리가 찾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부의 사소한 삶이 행복인 것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끼면 되는 거였다. 어쩌면 우린 '떠나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부푼 기대와 희망을 행복이라 착각했던 걸 지도 모른다. 우린 소유할 수 없는 행복을, 신기루 같은 행복을 좇았다니는 중은 아니었을까. '무언가'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달리다 지쳐 쓰러질 때쯤 깨닫는 행복은 의미가 없었다.
내딛는 발걸음의 모든 순간들을 마음껏 만끽하는 것.
그것이 행복이었다.

 



마추 픽추를 끝으로 페루를 떠난다. 날씨가 안 좋아 않을까 걱정을 가득 안고 올랐던 길. 내 걱정을 나무라기도 하듯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작별인사라니.  괜스레 지난 며칠간의 시간들이 주마들처럼 지나갔다. 사실 나에게 페루라는 나라는 마추픽추 말고는 아는 것도,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선물한 곳이었다. 아마도 이곳엔 좋은 사람들과 좋은 풍경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이라는 이유로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했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온기에 다시금 힘을 내었다. 


아직 떠남으로 아쉬워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보고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그제 만으로도 경이로운 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흔들리는 창문의 풍경들 너머로 나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짐을 느꼈다. 이 기차가 도착할 때쯤이면 나의 달리기도 멈추지 않을까.


문이 열렸다. 누군가 물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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